아직도 놀란게 진정이 안되.
고맙다고 말을 못 했어..
첼로케이스라고 단정은 지었지만..
사실 첼로인지 기타인지 잘모르겠어.
전혀 클래식 안할 분위기였거든.
역에도착해서 카드찍구 계단을 내려가자마자
사실 그사람이 참 눈에 띄었어
검은 중절모에 검은 조끼에..
악기 케이스를 옆에세워두고 의자에 앉아있었는지
쭈그려 앉아 있었는지..
내가 좋아하는 검은색으로 뒤범벅이 되있었으니까.
나리가 뭐하나 싶어서 전화를 하구 잘 통화하구 끊고나서
이어폰꽂으려고 이어폰찾자~ 이러구선
언제나처럼 입에다가 핸드폰을 물고잇었는데..
핸드폰이 철로로 떨어져버렸어..
순간적으로 역에있던사람들이 날 쳐다봤고
반대편에서 수서방향지하철이 들어올거라는 방송이 나왔구
놀란 나는 아... 멍해져버렸지
근데 그 검은중절모를 쓴 남자가말야
분명 우린 모르는 사이인데말야
철로로 미끄러져내려갔어
그리구선 내핸드폰을 주어서 내 발밑에 두고
다른쪽 칸으로 가서 올라왔어
난 뭐라구 말도 한마디 못해버렷어..
고맙다고도 못해버렸어
그 남자가 올라오자마자
대화방향 열차가 들어왔구
사람들은 모두 열차에 올랐지.
교대를 지나구 고터방송이 나올때까지
단 두정거장을 가는 내내
나는 멍했어...
그사람은 저 쪽 의자에 앉아서 날 힐끔거렸구.
나는 아닐거라구 생각하구 말았어
열차문이 열리자마자 나는 내려버렸어
내려서 에스컬레이터타구 카드찍구 에스컬레이터타구
에스컬레이터타구
사실 첫번째 에스컬레이터를 탈때
그 남자가 내리는걸 언뜻 봤어
그 남자가 나랑 같은 역에 내릴줄은 몰랐고
그래서 더 멍해졌고 더 빨라졌어
고맙다고도 말 못했는데...
도망치듯이 에스컬레이터를 탔지
표를 끊고 잠깐 앉아서 핸드폰을 살피는데
훈장처럼 남아있는 철로자욱.
또 멍해져있는데
갑자기 그남자가 내앞을 지나갔어.
난 기회가 지금이라구 생각했어
고맙다고 말할기회말야.
난 분명 바로 쫓아 나갔는데.
그는 이미 없었어. 어디로 사라진걸까...
사람이 떨어진 것도 아니구
자기 물건이 떨어진 것도 아니구
하다못해 아는 사람 물건이 떨어진 것도 아닌데..
그냥
집에 오는길 내내 그사람을 생각했어.
얼굴은 사실 잘 기억이 안나
비가와서 눈이 많이 멍했거든
근데. 그사람 악기 케이스는 뚜렷히 생각나
케이스를 내가 좀 자세히 봤거든
혹시라도 또 마주치게된다면
꼭 고맙다고 말할거야.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