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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03) *

김희 |2007.10.07 00:13
조회 54 |추천 0

 

 

아직도 놀란게 진정이 안되.

고맙다고 말을 못 했어..

첼로케이스라고 단정은 지었지만..

사실 첼로인지 기타인지 잘모르겠어.

전혀 클래식 안할 분위기였거든.

역에도착해서 카드찍구 계단을 내려가자마자

사실 그사람이 참 눈에 띄었어

검은 중절모에 검은 조끼에..

악기 케이스를 옆에세워두고 의자에 앉아있었는지

쭈그려 앉아 있었는지..

내가 좋아하는 검은색으로 뒤범벅이 되있었으니까.

나리가 뭐하나 싶어서 전화를 하구 잘 통화하구 끊고나서

이어폰꽂으려고 이어폰찾자~ 이러구선

언제나처럼 입에다가 핸드폰을 물고잇었는데..

핸드폰이 철로로 떨어져버렸어..

순간적으로 역에있던사람들이 날 쳐다봤고

반대편에서 수서방향지하철이 들어올거라는 방송이 나왔구

놀란 나는 아... 멍해져버렸지

근데 그 검은중절모를 쓴 남자가말야

분명 우린 모르는 사이인데말야

철로로 미끄러져내려갔어

그리구선 내핸드폰을 주어서 내 발밑에 두고

다른쪽 칸으로 가서 올라왔어

난 뭐라구 말도 한마디 못해버렷어..

고맙다고도 못해버렸어

그 남자가 올라오자마자

대화방향 열차가 들어왔구

사람들은 모두 열차에 올랐지.

교대를 지나구 고터방송이 나올때까지

단 두정거장을 가는 내내

나는 멍했어...

그사람은 저 쪽 의자에 앉아서 날 힐끔거렸구.

나는 아닐거라구 생각하구 말았어

열차문이 열리자마자 나는 내려버렸어

내려서 에스컬레이터타구 카드찍구 에스컬레이터타구

에스컬레이터타구

사실 첫번째 에스컬레이터를 탈때

그 남자가 내리는걸 언뜻 봤어

그 남자가 나랑 같은 역에 내릴줄은 몰랐고

그래서 더 멍해졌고 더 빨라졌어

고맙다고도 말 못했는데...

도망치듯이 에스컬레이터를 탔지

표를 끊고 잠깐 앉아서 핸드폰을 살피는데

훈장처럼 남아있는 철로자욱.

또 멍해져있는데

갑자기 그남자가 내앞을 지나갔어.

난 기회가 지금이라구 생각했어

고맙다고 말할기회말야.

난 분명 바로 쫓아 나갔는데.

그는 이미 없었어. 어디로 사라진걸까...

 

사람이 떨어진 것도 아니구

자기 물건이 떨어진 것도 아니구

하다못해 아는 사람 물건이 떨어진 것도 아닌데..

 

그냥

집에 오는길 내내 그사람을 생각했어.

얼굴은 사실 잘 기억이 안나

비가와서 눈이 많이 멍했거든

근데. 그사람 악기 케이스는 뚜렷히 생각나

케이스를 내가 좀 자세히 봤거든

 

혹시라도 또 마주치게된다면

꼭 고맙다고 말할거야.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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