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관람 전에 느끼느끼한 스파케티집에서 나와서일까. 관람 내내 화장실 생각을 하면서 봤던 기억이 가장 강하게 남아 있는 연극 "멜로드라마"
벌써 9월이었구나.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일요일 오후, 나는 간만에 대학로를 찾았다. 즐거운 사람을 만나고 그렇게 비싸다고 할 순 없지만 고시생이 무슨 연극이란 말인가? 하지만 간만에 보는 연극이라서 기대가 되었고 이 멜로드라마라는 연극은 연극배우나 구성보다 작가가 워낙 유명하다고 신문에서 떠들어대서 연극에서 돋보이는 연기보다는 대사에 더 관심이 갔다.
하지만 대학로 소극장이라는 무대상의 한계 때문인지.. 그렇게 감동이 있는 작품은 아니라고 본다. 그냥 아주 가볍게 사랑을 말하고 또 불륜이라는 매개를 통해서 아주 잠시나마 또다른 사랑을 찾아 나서는 한 부부와 그 부부를 둘러싸고 있는 배역들이 잠깐동안의 일탈을 통해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뭐 그렇게 한 시간 절반정도가 끝이 난다.
이미 위에서 밝혔듯이 감동보다는 그냥 간만에 문화생활 하고 돌아왔다는 그런 느낌이랄까.. 장윤정이라는 작가가 대본을 써서 알차게 기획했다는 신문사의 Review가 좀 무색한 편이었다. 근데 어쩌면 나의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워낙 사랑에 대해서 경험과 지식이 풍부(?)해서인지.. 그래서인지 그렇게 와닿은 것이 없다고 볼 수도 있을까마는 연극의 클라이막스 부분에 와서 중간자리 쯤에 앉은 어떤 여성 관람객이 펑펑 울고 오히려 클라이막스를 느껴야 할 시점에 그 여자의 눈물닦는 모습이 더욱 애처로웠던 멜로드라마..
역시 멜로드라마는 눈물 없이는 못 보는 것이었던가? 그 눈물 닦는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사이 내 주변 여기저기에서 눈물을 훔치는 관객들의 소리가 들렸다. 덕분에 명장면이라고까지 표현하는 것은 아까운 표현이고 불륜과 또 다른 불륜이 마주치면서 사랑을 묻고 답하고 또 묻는 바야흐로 이 연극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배우의 입술을 통해 토해져 나오는 그 때를 나는 집중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렇게 혹평을 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11월 초까지 이 연극이 대학로의 '이다'라는 소극장에서 오픈한다. 아마도 사랑을 처음 시작한 남녀가 있다면 그 들에게는 이 연극이 조금이나마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이제 나이가 지긋한(?) 내게는 그저 이 연극이 "불륜을 매개로 한 짧은 일탈을 조금 어색하게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후회까지는 아니더라도 다시 보라고 하면 안 볼 것 같다.
P.S Tip 아닌 Tip 하나!
연극을 보고자 결심했다면 개봉(?)을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가급적 빨리 보는 것이 좋다. 특히나 이런 소극장에서 저예산으로 보여주는 연극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영화로 싸게 돈 주고 볼 수도 있는 데 왜 구지 연극을 보느냐고? 그건 바로 생동감과 현장감을 느끼기 위해서가 아닌가? 지극히 교과서적인 대답이지만 여기에 크게 의문을 다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근데 이렇게 저예산에 하루에도 두 번씩 공연을 하는 스케쥴로 짜여진 연극은 의례 배우들이 피곤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아마 문을 닫을 시즌이면 배우의 연기가 그렇게 생동감있게 느껴지지 않는다. 나 같이 영화감독 지망생도 아니고 예술 감각도 그렇게 돋보이지 않는 일반인이 보기에도 배우의 피곤함이 여기저기에서 느껴지는데 막 내릴 때 찾아봐야 아무리 연습하고 무대위에 올라가도 피곤함과 지루함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고로, 관람하고자 하는 판단이 섰다면 개봉한 그 날 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