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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치레이디> 가정을 지키기 위해 폭력을 선택한 한 여자이야기

박철원 |2007.10.19 16:24
조회 72 |추천 0
  가정은 사회의 기본이자, 모든 인간의 보금자리이며 안식처이다. 부부는 사랑으로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은 사랑으로 양육되어야 한다. 그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을 때, 한 가정의 비극은 전체사회의 문제로 확대된다. 현재 SBS에서 방송되는 가정문제 솔루션 프로그램 'SOS 긴급출동'을 보면 세상에는 기도 안차는 일들이 참 많이 일어나고 놀라워 입이 다물어지지도 않는다.  

 

[무대인사를 온 주연배우들]   사실 매맞는 아내가 남편을 살해하는 이야기나, 폭력 남편에게 수십년 당하면서 사는 이야기는 우리 사회에 놀랄일이 아닐정도로 흔한일이다. 여기 결혼생활 13년동안 툭하면 매맞는 아내가 남편의 주먹에 맞서는 이야기가 공개되었다.   2001년 큰 성공을 거둔 의 각본을 담당했던 강효진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맡아 장편데뷔작인 가 15일 용산에서 언론/배급 시사를 가졌다. 감독과 주연배우 도지원, 손현주, 박상욱이 무대인사를 가지며 영화 촬영에 대한 이야기와 영화의 성공을 희망하는 말을 했다.  

  사실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은밀하게 자행되는 폭력과 착취는 보통의 상식과 가치관으로는 이해하기 힘들다. 가장 사랑스러워야하고 편안한 안식처가 되어야할 가정이 폭력이 난무하고 그것을 감추는 공간이 된다면 그 비극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영화 는 가정 폭력에 대한 강효진 감독의 명확한 시선이 드러나는 작품이다. "여자 뿐 아니라 남자도 맞으면 아프다"는 강효진감독의 말은 단순하지만 폭력에 대한 혐오를 드러낸다. 실제로 영화상에 아내에게 맞는 남자의 캐릭터도 등장하는 것처럼 강효진 감독은 맞는 아내의 이야기를 다뤄었다기 보다는 가정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의 이야기를 말하고 싶어한다.  

  하루가 멀다하고 툭하면 매맞는 아내 하은(도지원)이 힘들게 살고 있다. 안타깝게도 그녀를 매일 때리는 남편은 일반인도 아닌 이종격투기 챔피언인 주창(박상욱)이다. 밥이 질어도 때리고, 외출해서 전화를 받지 않아도 때린다. 날마다 이어지는 비인간적인 대접과 길로틴 초크 및 리얼 네이키드 초크 같은 전문 폭력이 이어지지만 하은은 참고 살아간다. 그녀의 16세 사춘기 딸 때문에.. 어느날 딸에게까지 손지검을 하려는 주창을 때려 유치장까지 가는 신세가 되버리는 하은은 친구의 집으로 딸을 데리고 도망나오게 되고 하은의 첫사랑이였던 옛 애인과 남편 주창과의 이종격투기 시합이 열리게 된다. 경기를 보러 와달라는 옛 애인의 부탁에 남편몰래 경기장을 찾은 하은은 남편의 반칙으로 옛 애인이 죽게 되고 얼떨결에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자신과 한판 붙자는 제의를 해버린다. 36년동안 평범하고 운동이라곤 해본적이 없는 그녀가 3개월뒤 이종격투기 챔피언인 남편과의 한판 경기에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여성단체에서는 경기 중단을 하는 등 사회적인 파장으로 커진다.   결국 엇나가는 딸의 행복과 자신의 인생을 찾으려 노력하는 하은은 남편의 무자비한 폭력에 맞서 이종격투기 시합에 나서게 되고, 이를 위해 공포와 무기력을 떨치려 3개월동안의 훈련을 시작한다. 사상 초유의 "부부 이종격투기 대회"가 열리게 된다.  

[연출을 맡은 강지효감독의 간담회 모습]   남녀의 성대결 구도로 보지 말아달라는 감독의 연출의 변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성 대결적 소재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하은이 경기를 앞두고 훈련할 체육관을 찾으려 하지만 가는 곳 마다 냉대에 부딪히고 '되바라진 여편네' 취급을 받으며 남자들의 싸늘한 시선에 시달리는 것이 그렇다. 한국사회에 깊게 박혀있는 "여자가~, 마누라가~" 하는 시선과 선입견들을 여과없이 보여주면서 남녀의 성대결의 구도를 느끼지 않을 수는 없어 보인다.  

["저 실제로는 그러지 않아요.."간담회 중 폭력남편 역의 박상욱의 답변]   영화는 폭력에 맞서는 폭력, 남자와 여자의 이종 격투기, 부부의 공개 대결 등 가정 문제를 과감하고 대범하게 해결하는 방법을 보여준다. 무리한 설정 탓에 작위적인 면이 곳곳에서 보이지만 영화는 코믹하게 무거운 주제를 끌어나간다. 특히 소심한 노총각 코치 '수현'으로 분한 손현주와 어리숙한 13년차 주부 '하은' 역의 도지원이 호흡이 웃음의 핵이다. 어처구니 없는 훈련 과정과 고군분투하는 코치의 이중 생활 등 웃음을 주는 요소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복싱 포즈를 취해주는 도지원, 손현주]   이 영화가 작위적이든 사회적 문제를 코믹하게 다루고 있던 간에 무엇보다 연기 경력 17년의 배우 도지원이 변신과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불혹의 나이에 쉽지 않은 캐릭터를 맡아 액션 연기를 펼친 도지원은 브라운관에서 쌓아온 청순하고 지적인 도회적인 이미지를 벗고 어리숙한 주부의 모습을 보여준다. 작위적이지만 통쾌한 도발을 선보이는 영화 '펀치 레이디'가 남녀 관객 양쪽에게서 박수를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영화 는 이 땅의 매맞는 아내들을 위한 스크린 복수극이다. 무력한 전업주부의 가정 수난사를 잔혹한 리얼리티로 묘사하고 그녀에게 폭력을 휘둘르는 남편의 모습은 잔혹무도한 비인간적인 캐릭터로 묘사된다. 그런 남편과 눈도 못마주치는 그녀가 왜 사각의 링에서 그와 한판 붙어야 했는지를 약간의 코미디 양념을 첨가해 그려낸다. 영화가 전하려는 주제 자체와 도덕적 순리는 문제가 되지않는다.  

[간담회장에서는 유쾌한 주연배우들]   영화를 보고 나서 중간중간 배우들의 코믹연기에 실소를 자아내기도 하지만 영화의 본질적인 부분으로 들어간다면 매맞는 아내의 통쾌한 복수극이라는 점에서 앞에서 말한 작위적이고 뻔한 스토리에 현실적이지 못한 부분이 내내 걸린다. 중학생 딸을 둔 '아줌마' 제대로된 트레이닝 없이 거의 독학으로 3개월만에 이종격투기 챔피온과 붙어 이긴다는 설정은 격투기를 한번이라도 본 관객이라면 누구나 말도 안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아내와 친자식이더라도 죽일 수 있다는 나쁜 아빠의 설정은 너무나도 게으른 연출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포토타임 손현주, 도지원, 박상욱]   간단히 말해서 무거운 주제에 대한 사회적 문제의 감독의 큰 메시지를 기대하지 말고 폭력적인 가정에 익숙해진 아내가 드디어 폭발해 남편에게 한방먹여주는 약간의 코믹드라마 정도로 생각하고 본다면 무리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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