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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선의 그릇됨

이은석 |2007.10.27 19:50
조회 60 |추천 1
껍데기는 가라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 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누가 한번 쯤은 읊조려 봤을 신동엽 시인의 '껍데기는 가라' 이다.
수능 공부하며 공부했던 시들을 우연히 다시 볼 때, 그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무언가를 깨닫곤 한다.
역시 시는 학문이 아니라 예술이며,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일테지.

껍데기는 가라고 쉴새 없이 외치지만 무엇이 껍데기인지는 쇠붙이를 제외하곤 알려주지 않는다.
무엇이 껍데기일까?

우스운 이야기일 테지만, 요즘 들어 그 알지도 못하는 껍데기가 점점 커지고 두꺼워 지고 있다.
알맹이는 그 두꺼운 껍데기에 파묻혀 버리고 우리는 알맹이는 잊은 채 거대한 껍데기 속에서 살고 있다.
껍데기가 무언지도 모르는데 알맹이가 무엇인지는 어찌 알 수 있겠는가.

그저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공허한 울음만 내뱉을 뿐.

그렇게 한참을 울고 나니 껍데기가 무언지는 알 것 같다.
알고 나니 더 두려워진다.

외모, 성격, 돈, 학벌, 집안, 능력

우리가 신봉하는 껍데기를 향한 증오는 결국 우리를 힘들게 할 뿐이다.
날카로운 세상에 연한 속살을 드러낸 민달팽이처럼 껍데기를 떠나보낸 우린 결국 견우와 직녀가 아닌 서로의 벌거벗은 몸이 부끄러워 수풀 사이로 숨어버린 아담과 이브가 될 수밖에 없음을 잘 알고 있으니깐.

우리의 입을 막고 목을 조르던 쇠붙이는 이젠 사라졌지만,
우리를 감싸고 있는 두껍고 거대한 껍데기는 갈 곳이 없다.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결국은 위선을 쫒기 위한 위선 된 울음만 흘릴 뿐이다.
추천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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