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 1
- 지리산에서
_ 신경림
나무를 길러본 사람만이 안다.
반듯하게 잘 자란 나무는
제대로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것을
너무 잘나고 큰 나무는
제 치레하느라 오히려
좋은 열매를 부러졌거나 가지를 친 나무에
또는 못나고 볼품없이 자란 나무에
보다 실하고
단단한 열매가 맺힌다는 것을
나무를 길러본 사람만이 안다
우쭐대며 웃자란 나무는
이웃나무가 자라는 것을 가로막는 다는 것을
햇빛과 바람을 독차지해서
동무 나무가 꽃 피고 열매 맺는 것을
훼방한다는 것을
그래서 뽑거나
베어버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사람이 사는 일이 어찌 꼭 이와 같을까만
이 세상에 이유 없이 존재하는 것들은 없습니다. 잘나면 잘난 대로, 못나면 못난 대로 그 자리마다 있어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누구나 조금씩 다르게 생긱 것처럼, 잘나고 못난 겉지체쯤은 그저 조금씩 다른 모습들 가운데 하나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속을 알 때까지 기다리지 모샇는 조급함이 겉으로 보이는 몇 가지가 전부일 거라고 어리석게 믿어버리곤 하는 것이죠.
그러니 속 깊이 여물어 있는 진심을 알 때까지 기다리고 지켜봐줄 줄 아는 인내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나무처럼 뽑아내거나 베어버릴 수 없다면 말이죠.
〃쉬면서 길에게 길을 묻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