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됐던’ 초거대 블랙홀 수백 개가 90억~110억 광년 떨어진 은하들 속에 깊이 숨어 있는 것이 국제 연구진에 의해 포착됐다. 이 발견은 우주의 먼 가장자리에 있는 거대한 은하들의 대부분, 어쩌면 전부가 탄생 후 약 35억년 지난 청년기에 거대한 블랙홀들을 만들어냈음을 보여주는 최초의 직접적인 증거이다. 연합뉴스 10월27일 보도 ‘블랙홀’이란 단어는 물리학자 휠러가 1967년에 우주에 대한 대중 강연을 하면서 처음 사용하였다. 그 이전에는 ‘얼어붙은 별’ 혹은 ‘컴컴한 별’이란 용어로 학계에서만 통용되었다. 흔히 블랙홀은 엄청난 질량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예컨대 지구도 구슬 크기로 줄일 수 있다면 블랙홀이 될 수 있고, 63빌딩조차도 원자 크기의 1조 분의 1로 줄일 수 있다면 블랙홀이 된다. 블랙홀은 주변의 물질과 빛을 모두 빨아들이지만 자신은 아무 것도 내놓지 않는 괴물 같은 존재이다. 그 존재 자체는 이미 1783년 영국의 철학자이자 지질학자인 미첼에 예언되었다. 그는 물리학자인 카벤디쉬에게 보낸 편지에서 “만약 태양과 밀도는 같지만 크기가 500배인 물체가 있다면 빛조차도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빛은 중력에 영향을 받지 않을 거라는 생각 때문에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았고, 19세기도 그렇게 흘러갔다. 20세기 초에는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발표했고, 슈발츠실드는 상대성이론을 토대로 블랙홀의 존재를 수식으로 유도했다. 그러나 아니러니하게도 슈발츠실드 자신은 그것이 수식에 불과할 뿐 실제 블랙홀은 존재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이후 블랙홀의 존재에 대해 찬성하는 학자와 반대하는 학자들 간의 논쟁은 관측에 의해 블랙홀이 발견될 때까지 계속됐다.
블랙홀의 종류는 다양하다. 가장 작은 것을 ‘미니 블랙홀’이라 불리는데 무게가 5만 분의 1g밖에 되지 않는다. 이론물리학자들은 우주가 태어난 직후 엄청난 압력이 이 같은 미니 블랙홀을 만들 수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발견된 적은 없다. 두 번째로 큰 블랙홀은 태양보다 질량이 몇 배나 더 무겁다. 이 블랙홀은 원래 별이 수명을 다한 뒤 변한 것이다. 이런 블랙홀이 우주공간을 떠돌다가 지구 근처에 오면 지구는 순식간에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릴 것이다. 다행히도 그 가능성은 100억년이 10억 번 지날 때 1번 있을 정도에 불과하다. 세 번째로 큰 블랙홀은 태양보다 질량이 수백 배에서 수천 배에 이른다. 이런 블랙홀은 대개 구상성단에서 발견된다. 구상성단은 수십만 개의 별이 모여 있는 거대한 별무리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큰 블랙홀은 초거대 블랙홀이라 불리는데, 질량이 태양보다 적게는 수백만 배, 많게는 수십억 배나 된다. 초거대 블랙홀은 평균 1000억 개의 별로 구성된 은하들의 중심에서 발견되며, 우리 은하를 포함해 우주를 구성하는 1000억 개 은하들의 대부분이 중심에 초거대 블랙홀을 갖고 있는 걸로 추정된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우주가 태어나고 수십억 년이 지난 상태의 이 같은 은하들이 의외로 적게 발견된다는 사실이다. 그 비밀이 최근 프랑스-미국-영국 공동연구진에 의해 풀렸다. 그들은 90억~110억 광년(빛이 초속 30만㎞의 속도로 1년 동안 나아가는 거리·1광년은 9조4670억7782만㎞) 떨어진 은하 1000여개를 관측하였는데 이 은하들은 지금보다 90억~110억 년 전의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이는 1년 전에 미국에 사는 친구가 자신의 모습을 찍은 사진을 한 장 편지에 동봉해 내게 보냈는데 이제야 내가 받았다면 그 사진은 1년 전 친구의 모습인 것과 마찬가지다. 공동연구진이 은하를 관측한 원래 목적은 별들의 탄생을 알아내기 위함이었다. 이 은하들의 주변이 풍부한 가스와 먼지로 덮여 있어 그 안에서 별들이 어떻게 태어나는지 알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 은하들 중 200여개에서 예상 밖으로 많은 양의 적외선이 방출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언뜻 보면 이는 블랙홀과 전혀 상관없는 듯 하다. 왜냐하면 통상 블랙홀로 유입되는 물질은 적외선보다는 X-선이나 자외선을 강하게 방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구진은 은하를 둘러싼 많은 양의 먼지나 가스가 블랙홀 주변에서 방출되는 X-선이나 자외선의 외부 유출을 막으면서 오히려 스스로 가열돼 적외선을 방출할지도 모른다고 가정했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미약하지만 극히 일부의 X-선이 가스와 먼지를 뚫고 밖으로 나오는지를 확인했고, 연구진은 X-선 검출에 가장 뛰어난 찬드라세커라는 우주망원경을 이용해 이를 증명해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