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전화기를 냉장고에 고이 모셔두었다거나 태그를 떼지 않은 채 새로 산 청바지를 입고 나섰다는 일화는 차라리 애교다. 처녀 치매는 기발하면서도 공감 가는 에피소드로, 순식간에 경험자 동맹을 형성했다. 지금 무슨 말씀하시냐고 딱 잡아뗄 심산이라고? (중략) 별 것 아닌 질문들에도 답하기가 녹록치 않았을 것이다. ‘왜 이런 것도 기억을 못 할까’ 자책하며 머리를 쥐어뜯을 건 없다. ‘케세라 세라! 처녀 치매로 남고 말련다’는 자세도 곤란하다. 기계인 컴퓨터조차 “하드디스크의 용량이 부족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띄워 양해를 구하는 마당에 사람은 오죽하랴. 더 많은 정보가 쌓일수록 두뇌의 작동도 느려질 수밖에 없다. 기억 기능에 변화가 생기는 일도 눈가에 주름이 잡히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저 극복술을 터득해 처녀 치매로 얼룩진 기억을 매끄럽게 펴주자는 거다. 피부도 안티에이징 제품과 보톡스의 도움으로 젊음을 연장하지 않던가. 구색 맞춰 차려 놓은 비책들을 차례로 꼭꼭 주워담다 보면, 처녀 치매 극복의 길이 썩 멀고 험한 건 아니다.
1 스트레칭
걱정거리가 생기거나 어려움이 닥치면, 마음과 육체는 ‘싸우거나 달아나는’ 모드로 변한다. 두뇌의 신경 작용도 일부분 차단되는데, 여기에 하필 기억 기능도 포함된다. 인지 기능에 쓰여야 할 뇌 산소가 엉뚱하게도 생존을 담당하는 부위에 사용되기 때문이다. 최고의 응급 처치는 다름 아닌 스트레칭. 방법은 무척 간단하다. 발과 종아리부터 시작해 얼굴까지 각 부위마다 10~15초씩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면 된다. 얼굴 차례가 되면, 이를 꽉 물고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가 이마, 뺨, 턱의 힘을 뺀 채 입을 헤 벌리는 걸로 마무리.
2 독백
두뇌에 각인될 때까지 뭔가를 반복하는 행위를 리허설이라고 한다. 독백이 바로 가장 훌륭한 리허설이다. “오늘 오후 2시에 회의가 있다” “주민등록등본을 화장대 서랍 첫 번째 칸에 넣었다”는 등 인지해야 할 사항들을 큰 소리로 말하면 된다. 대표적인 예는 남자친구나 가족의 이름이다. 혼잣말이나 큰 소리로 그 이름을 얼마나 많이 불렀을까? 그러다 보니, 관련 신경이 그 이름을 절대 잊어버리지 않을 수준으로 강화된 것이다. 독백도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반복해야 한다.
3 메모
어떤 사람이든 대상을 인지할 수 있는 에너지는 한정돼 있다. 인지 에너지를 보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메모다. ‘외우면 되지’라는 생각은 대단히 위험하다. 이런 식으로 살다가 처녀 치매로 몰린 게 한두 번이 아닐 터. 기껏 메모해 놓고 해당 내용을 못 찾아도 문제다. 스케줄러를 항상 가지고 다니는 걸로는 모자란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에 포스트잇을 붙여둬야 한다. 사무실에서는 컴퓨터 모니터 주변, 집에서는 현관 옆 신발장 정도가 적합하다. 제일 좋은 메모지는 사실 자신의 손바닥이다. 장담컨대 여기에 써놓는 내용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다.
4 게임
치매 예방을 목표로 시 암송과 구구단 암기에 힘을 쏟던 방식의 진화 버전이랄까? 마침, ‘웰싱킹(well-thinking)’ 바람을 타고 두뇌 단련이 화제다. 당장 주변을 둘러봐도 ‘닌텐도 DS라이트’가 여기저기서 눈에 띌 것이다. 이 게임의 개발자 가와시마 류타 교수가 감수한 ‘브레인온(brainon.hanafos.com)’ 역시 인기다. 두뇌 단련 게임으로는 드물게 온라인 게임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두뇌게임Q’, ‘두뇌활용 120%’ 등 모바일 게임도 빼놓을 수 없다. 이밖에 암산 연습이나 낱말 맞추기 퍼즐 등도 두뇌를 활성화시키는 데 유용하다.
5 엽산&비타민 B
호르몬의 불균형, 암, 당뇨, 만성 폐쇄성 폐질환, 신장질환, 곰팡이류, 알코올. 기억 손상과 인지 장애를 유발하는 범인들이다. 비타민과 미네랄의 결핍 도 한몫 한다. 인지 장애를 줄여주는 비타민 B와 엽산을 늘 곁에 둘 것. 엽산은 시금치, 아스파라거스, 비타민 B는 굴, 효모, 시리얼, 콩 등에 풍부하다. 천연 항산화제 중 으뜸인 비타민 E도 빼먹으면 섭섭하다. 두뇌 속에 쌓이는 달갑지 않은 유독성 부산물들을 없애주기 때문이다. 카페인 역시 기억력과 언어 능력 유지에 도움이 된다. 폐경기에 기억력이 감퇴한다는 데서 착안해, 에스트로겐 대체제를 약물로 사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 아직 의학적으로 확실한 것은 아니니, 비타니 B를 함유한 두유를 들이키며 추이를 지켜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