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은 은행을 털고 있는데 다른 강도가 들어와 은행을 털려고 한다면 먼저 들어온 강도가 돈의 주인일까? 아니면 나중에 들어온 강도가 주인일까? 참으로 황당한 설정이 영화의 모티브가 되어 알려져왔다. 하지만 실제로 영화를 보고 나면 그러한 상황은 중요한 포인트가 아니다. 2일 신촌메가박스에서 진행된 의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려 최초로 공개되었다. 이 영화는 아버지의 부성애를 강조한 영화였다.
영화가 공개되기 전까지는 코미디 영화로서 홍보되어져 많은 관객들로 이문식, 백윤식을 주연으로 웃긴 상황과 그들의 코믹연기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영화 의 언론시사를 참석한 많은 취재진들과 배급관계자들은 다소 의외였다는 반응이 있을것 같다. 사실 코미디 영화는 대부분 비현실적인 설정에서 출발한다. 조직폭력배가 학교에 수시로 등장하고, 평범한 주민들이 땅굴을 파서 남과 북을 넘나드는가 하면, 역사적 배경을 두고 사투리를 썼을 거라는 가정등 많은 비현실적인 부분이 소재로 쓰인다.
이번 역시 착하디 착한 한 소시민이 결국 어설프게 은행을 털게된다는 현실과 엎치고 덮친격으로 또다른 은행강도가 출연하고 그 은행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을 빼내와야 하는 비리경찰의 이야기를 다룬 비현실적인 상황에서 출발한다. 연출을 맡은 박상준감독은 이러한 비현실적인 소재에 현실성을 부여하려 애쓴 흔적이 뚜렷이 보인다. 어쩔 수 없이 은행강도가 된 가난한 페인트 공과 비열하고 비리를 수도 없이 저지르지만 미워하기는 어려운 비리경찰까지 등장인물에 대한 행동에 나름대로 정당성을 부여하려한다.
영화의 스토리는 이렇다.
건물 간판을 칠하는 페인트 공 배기로(이문식 분)는 하나뿐인 딸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펭귄가면을 쓴 은행털이 범으로 분한다. 과일깎는 과도 하나에 돈을 담을 검은 봉지 하나를 준비한채.. 하지만 그가 은행을 털러 갔던 날, 하필이면 진짜 2인조 은행 강도가 뒤이어 들어오고, 사건은 단순 은행 강도에서 인질극으로까지 번진다. 이 와중에 뒷돈 거래를 즐기고 사건현장에서 언론플레이 선수로 소문난 구성한(백윤식 분) 수사반장은 자신의 부정거래를 도와주던 은행에 강도사건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자신과 그 은행장과 관련된 비리문서를 빼내기 위해 은행사건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게 된다. 마음이 조급해진 구성한은 배기로에게 딸의 수술비를 마련해 줄 테니 자신과 협상을 하자고 제의하고, 현직 강력반 수사반장과 범인간의 은밀한 거래가 이루어진다.
세사람이 원하는 것을 이루려면 배기로는 딸아이의 수술이 목적이고 2인조 강도는 돈을 가지고 나가면 되고, 비리경찰은 감사팀에게 걸리면 안되는 은행장 금고에 있는 비리문서만 가지고 오면 모든게 만사 오케이다. 하지만 비리 경찰의 은밀한 거래에는 그를 시기하는 동료 형사와 감사팀의 방해에 난관에 봉착하기도 한다.
사실 은 이미 코믹한 이미지로 대중들에게 친숙한 백윤식과 이문식이 이후 3년만에 뭉쳐 만든 영화로 더 이슈가 되었다. 연기력 만큼은 국내에서 손에 꼽히는 두 사람이지만 조연급 연기자에서 주연으로 발돋음 하는데 있어 아직 좋은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이번 영화에서 흥행에 대한 기대를 가질 것이라는 점은 불보듯 뻔한 것이고, 관객들 역시 두사람을 믿고 '크게 웃어보자'라는 심정으로 극장을 찾을 것이다.
조연에서 주연급으로 거듭난 두 배우에게는 자신의 타이틀을 걸고 개봉했던 과거 영화를 보면 백윤식은, 등으로 주연으로 발돋음 했고, 이문식은 , , 를 비롯해 드라마 모두가 흥행에서 좋은 결과를 거두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간담회에서 이문식은 "작품 속 힘 없고 불쌍한 캐릭터로 등장하는 배기로라는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두부와 바나나만 먹고 일주일을 버티기도 했다"며 "작년에 내가 출연했던 영화들이 모두 흥행에 실패해 이번 영화의 흥행여부에 부담감이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또한 "배우 입장에서 자기가 출연하는 영화가 흥행이 잘 되면 좋겠지만, 흥행이 되고 안 되고는 배우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연기적인 측면에서 잘못 된 것을 반성하고 고쳐갈 수는 있겠지만, 그 나머지는 내 능력 밖이다. 나는 배우로서 연기에 충실 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 영화는 제목이 계속되서 변경되어 혼돈을 주기도 했다. 시나리오 초고 때에는 가 이 됐다가 으로 확정된것에 대하여 박상준 감독은 "'배기로'라는 인물의 부성애적인 면만 다루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전체적인 것들을 손쉽게 알리기 위해 영화의 주 공간인 마을금고와 사건의 뉘앙스가 들어간 제목이 영화의 색깔과 내용을 관객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아 바꿨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이라는 제목이 더 잘어울법 했다는 느낌이 든다.
사실 장편영화의 신인감독임에도 불구하고 줄거리와 구성도 꽤 꼼꼼하고 짜임새 있게 흘러간다. 다만 정당성을 부여하는 과정에서 디테일에 신경을 쏟느라 원래 목적인 코미디의 본분을 잊은듯 보여 안타깝다. 한국형 코미디에서 신파적 요소가 필수처럼 여겨지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 비중이 너무 크다 못해 장르가 잘못된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러다 보니 곳곳에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가라 앉아있는 느낌이다.
코미디 영화는 황당무계하다는 반응을 얻기 쉽지만 관객은 웃음으로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기 위해 알면서도 속아 줄 준비를 하고 극장을 찾을을 것이 뻔하고, 이 영화와 비슷한 은행강도를 소재로 삼았지만 신파는 쏙 빼낸 가 비현실적인 줄거리에도 관객에게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을 보면 에 대한 관객의 선택이 자못 궁금해진다.
가슴 따뜻한 부성애와 사회비판적인 내용 모두를 담고자 했지만 어딘가 과유불급이었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차라리 코미디적 요소가 아닌 이문식이 열연한 강한 부성애가 있는 영화적 장르로 바라보고 홍보를 했다면 이 영화가 짜임새 있는 구성과 내용으로 관객에게 어필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은 어디까지나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코미디영화가 늘 통쾌하게 웃어야 한다는 생각은 아니지만 소소한 잔재미와 감동을 받기를 원한다면 구성과 짜임새는 탄탄한 이영화를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단, 코미디영화라는 선입견은 버리고 볼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