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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나 |2007.11.08 21:37
조회 92 |추천 2

한때는

나도 삼성계열사에 취업을 하게 된다면.

행복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러면 해마다 에버랜드나 캐리비안 베이, 호텔 등을

정말 좋은 대우로 이용하게 되지 않을까.

애니콜을 살때 싸게 살 수 있다면, 새 모델이 나올때마다 살 수 있겠지.

삼성카드로 르노삼성차를 사면 좀 어떻게 안 될까?

온갖 유치한 생각들을 침 흘리며 한 적도 있었다.

대한민국은 삼성 빼곤 이야기가 안 되는게 현실이니까.

 

어쨋든 나는 삼성인이 아닌, 非삼성인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진 모르겠지만,

어쩌면 그래서 요즘 사태에 대해 더 객관적일 수도 있고,

어쩌면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오래전부터

정계, 재계는 물론 경찰계와 검찰계, 판사님들과 심지어 청와대까지

삼성의 파란 그림자는 스며들었건만,

우리는 그동안

그저 '알지만 덮어주고 모르는 척 하는게 좋을 일'이라는 이름표를 붙여 열지말아야 할 판도라의 상자로 취급했다.

 

 

지금도 양심고백을 한 김용철 변호사를 두고,

'그동안 삼성의 단물 다 빨아먹고

왜 이제와서 쓸데없이 일을 키우냐.'

하고 힐난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내가 김용철 변호사라면.

진정 돈이 목적이었다면.

죽을때까지, 아니 무덤까지 그 비밀들을 마음으로 안고 지고 가며

평생 삼성으로부터 보장된 인생을 살아갔을 것이다.

그것이 오히려 지금 호텔 싱글룸에 숨어 지내는 그의 모습보다

더 나을지도 모른다.

조금 나이를 먹고. 조금 약아져가는 나의 지금 마음으론,

아마 나였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일을

김용철 변호사는 한 것이다.

 

 

우리 사회는,

누군가가 문제제기를 하면

'저놈은 튀려고 별 짓을 다해.'

라고 손가락질부터 해야 직성이 풀린다.

더군다다 상대가 굉장한 권력을 지녔을 경우엔

'게임이 안 된다.'

며 꼬리를 내리는 것에 익숙하며, 그것이 현명한 판단이라

생각하도록 교육받았다.

 

 

우리는

초등학교때부터,

 네모난 교실에 사상교육 받는 아이들처럼 앉아,

"자, 대답해볼사람!" 하고 물으시는 선생님 말씀에

이런 생각부터 해야했다.

 

'과연, 선생님이 원할만한 답이 뭘까...'

 

 

 

 

노조도 없는 대단한 미친 삼성.

청와대 파란 기와지붕보다 더 파란 삼성.

 

 

지금껏 삼성을 상대로 싸우는 사람 중

평범하게 사는 사람이 없다.

어떤이는 감옥에 있고, 어떤이는 해외로 떠났으며, 어떤이는 삼성으로 다시 돌아간다.

삼성은 위협과 회유에 탁월한 조직이다.

어줍잖게 까불면 간단하고도 우습게 처리한다.

 

나를 포함한,

이 사회와 우리들의 외면이 또한 삼성의 든든한 지원이 되었겠지.

 

 

삼성이 반도체를 잘 만든다해서,

휴대폰을 잘 팔아치운다해서,

이효리와 전지현을 앞세운 광고로 우리나라 언론매체의 광고수익의 상당부분을 차지해, 방송 신문사를 배불리 먹여살리고 있다해서,

불법을 저지를 권리는

없다.

 

 

 

언젠가부터

우리 나라에서 삼성을 딴지 걸고 넘어가는 사람들은

'잘 나가는 놈에 대한 괜한 질투'라 비웃음을 사고,

이제 삼성은 전 세계에 Korea를 알리는, 한국인들의 긍지가 되었다.

 

아무도 그 로고에 흠집 하나 낼 수 없고,

그 이름에 먹칠 할 수 없다.

 

그 대단한 삼성은

그 탁월한 조직력과 권력으로,

GE처럼 실력도 최고이면서 경영도 투명한 회사가 될 순 없는건가?

'일본은 검사의 애첩까지도 관리한다.'라는 말을 예로 들 정도로

통찰력과 리더쉽을 가진 회장님이 자존심 상하게

고작 코딱지만한 작은 나라, 코리아에서 벌이는 로비라는게

검사들에게 떡값 바치는거였다는건가?

 

로비를 하려면, 영화로 만들어도 아깝지 않을만큼

기막히고 멋지게 하시던가.

가오 상하게.

 

아무리

우리나라에서 사업을 하려면,

로비 없이는. 떡값 관리 없이는. 뇌물 없이는 망한다 하지만.

그것에 울며 겨자먹기로 놀아나고 있는 기업들은 

언제까지 시스템 탓만하면서 피해자인 듯 할건가? 

'삼성이 하는데 우리도 해야지' 라는 핑계거리를

왜 던져주는건가.

1등이면 1등답게. 멋진 카리스마를 기대하는 젊은이들에게

'아, 난 에버랜드와 신라호텔때문이 아닌, 멋진 그룹 삼성에 들어가고 싶어.' 이런 꿈을 왜 못주는가?

(너무 유치한 비유다.)

 

 

 

김용철 변호사는 자신의 폭로로 인해

자신이 받을 처벌과 사회적 비난을 각오하고 있는 듯 하다.

 

그가 진정 원하는 것이 삼성의 몰락일까?

 

무엇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는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이정도의 폭로로 그 커다란 삼성이 절대 휘청거리지 않을 거란 생각은 분명 알고 있는 듯 하다.

아니, 우리 나라 사람들 모두가 알고 있겠지.

 

그렇다면,

그의 몸짓, 말짓이 의미하고, 의도하고, 바라는 것은 진정

무엇일까.

 

 

PD 수첩과의 인터뷰에서

김용철 변호사는 아마도 검찰이 자신을 수사한다면

7,8개쯤 되는 죄명에 의해

초범인걸 감안하고도 5년형은 족히 받을 수 있을거라 했다.

국가에 끼친 악영향이 크다는 이유다.

그것을 알면서도 그는 양심고백을 했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그동안 잃었던 두 아들들의 아버지에 대한 신뢰와 존경을 다시 얻었으니, 자신은 더이상 바라는 것이 없다고.

 

오래도록 누릴 수 있는 호사와 안위보다도

삼성의 서슬퍼런 푸른색의 농도에 자신이 크게 일조하고 있다는

양심의 무게가 더 컸겠지.

 

 

어쩌면, 삼성의 정기적인 떡값관리로 인해

진정으로 정직하게 열심히 노력한 기업이 입찰에서 떨어졌을 수도 있고,

삼성의 무리한 로비로 인해, 그 비용들이 애니콜 책정 금액에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다.

사람들은 '삼성이라 비싼거야.' 하면서

오히려 높은 브랜드가치에 대한 대가라 여기며 휴대폰 값을 주저없이 지불했겠지.

그 돈으로 회장님의 귓볼은 점점 아래로 쳐지고,

회장님의 아드님은 밥 먹듯 수백억 프로젝트를 능력부족으로 날려먹어도, 그래도 차세대 경영후계자로서 편하게 애 키우고 잘 살겠지.

 

 

 

 

 

삼성의 펄럭이는 파란 깃발과 앰블럼은

아이러니하게도 깔끔하고 심플한 인상을 준다.

 

삼성의 블루가 진정으로 청명한 블루가 되길

대한민국의 한사람으로서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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