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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하루 남았습니다.

정민준 |2007.11.14 01:04
조회 10,426 |추천 175

머리속이 텅 빈 느낌.

손에 잡히지 않는 마무리공부.

이게 바로 긴장감이라는 거 같습니다.

 

12년동안 학생이라는 꼬리표를 달면서

간접적이든 직접적이든 수능 이야기를 들으면서 살았고

이 12년 숙성 공부의 목적도 결국 이 시험 하나를 잘치자는 거.

 

결국 종이 쪼가리 몇개가 내 12년의 모든걸 평가할거라니

이만큼 웃긴 시험도 없을 것 같네요.

'나는 초등학교때는 이렇게 살았고 중학교때는 이랫고 고등학교는 이랫습니다' 라는 걸

대학교수들은 저 점수로만 평가하겠죠.

(뭐 논술 내신도 있겠습니다만은;)

생각해보면 좀 억울할것 같기도 하네요.

 

 

지금 시간이 12시 50분이네요.

약 31시간 뒤면

저는 아마도 낮선 교실에서

긴장된 마음으로 컴퓨터용 사인펜을 만지작거릴

60만명의 수험생 중 하나가 되어있겠죠.

 

지금 집에 혼자 있습니다.

아버지는 이번주 한주 내내 출장이시고,

어머니는 현재 6개월째 입원중.

동생은 졸업여행.

뭐랄까요...쓸쓸함?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적어도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가족'이라는 게 옆에 없으니까

좀 심적으로 힘드네요.

 

어머니가 올 5월에 입원하시고 난 이후로

늘 정규수업만 하고 어머니 옆에서 병원을 지켰습니다.

야자는 늘 빠졌고,

공부시간은 자연스레 줄어들었죠.

그래도 최대한 시간을 내야 한다는 생각에

2주를 밤낮을 바꾸기도 했고

잠 안오는 약을 먹으며 버티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부족하긴 많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모든 게 걸린 상황에서

저런 이유 따위야 한낱 핑계에 불과하겠죠.

결국 다 내가 해온 결과니까.

죄는 지은대로 돌아가고 공은 닦은대로 돌아가니까.

결국 제가 이때까지 해온 공부,

여태 축적시켜온 지식.

그리고 가다듬어야 할 정신까지.

외부의 사정 따위에 핑계를 대봐야 아무 소용 없겠죠.

결국 수능을 치는건

바깥일이 아닌 나 자신이니까요.

 

무튼 저는 이 시험 정말 잘 치고 싶습니다.

적어도 나는 다른 사람들한테

'나는 어릴때 나름 성실하게 살았습니다. 그리고 이게 그 증거입니다.'하고

내밀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안 그러면 12년치 쪽을 다 파는 일이니까요.

더불어 파도치는 바다 한가운데 계신 아버지와

병상에 누워 천장만 보고 계신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잘 치고 싶습니다.

 

제 19년의 걸어온 길과,

앞으로 펼쳐질 인생의 방향과,

저와 함께하는 이들의 기대.

모든 게 섞여버린 수능이네요.

 

격려해주신 많은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잘 치겠습니다.

추천수175
반대수0
베플이수정|2007.11.14 16:01
이분 서울대붙었다는글로다시봣음좋겟어요ㅋㅋ
베플오수빈|2007.11.14 15:49
시험을치다가.... 포기하고 싶은시거든... 가족을 생각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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