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반항아
(Charlotte And Lulu, L'Effrontee, 1985)
13세 사춘기 소녀의 내적 성장을 그린 영화. 나와 나이가 같은 1985년 작이지만 주인공이 귀여운 소녀이다보니 영화가 하나도 촌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 장점이라면 장점이겠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즐거움만 가득했다.
<줄거리> 요즘들어 사춘기를 겪고 있어 무엇 하나를 해도 소위 '까칠한' 13세 소녀 샤를르뜨. 그녀에게는 죽은 엄마를 대신하고 있는 식모 그리고 놀기밖에 할 줄 모르는 철없는 오빠, 높은 곳에만 올라갔다 하면 나타나는 고소공포증을 가족으로 두고 있다.
고소공포증으로 인해 체육시간에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호되게 망신만 당한 샤를르뜨는 그 길로 학교에 나가지 않는다. 이후 집과 집 근처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일상을 지겨워하며 그녀만의 '돌파구'를 찾는 것에 목말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샤를르뜨는 자신과 동갑인 유명 피아니스트인 클라라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부와 명예를 가진 그녀에게 감히 범접할 수 없는 환상을 품기 시작한다.
반면 클라라는 지금 자신의 처지가 되려 불쌍하다며 샤를르뜨에게 흘리는 말로 "나의 매니저가 되어줄래?"라고 말하고, 샤를르뜨는 그 말만 믿고 '출가'를 결심하는데.
(이 밑에 줄거리 스포일러 무지 많습니다. 주의하시길.)
동갑내기 클라라를 향한 동경, 현실에 눈뜨게 만들다
망신을 당한 체육시간을 뒤로 하고 학교를 뛰쳐나오려던 샤를르뜨는 우연히 강당에서 들리는 피아노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 곳에선 자신과 동갑이면서 예쁜 금발의 미소녀 클라라의 피아노 연주회가 열리고 있었다. 첫눈에 그녀에게 반한 샤를르뜨는 우연히 알게 된 그녀의 별장에까지 들어가게 되고, 그녀의 호사스런 생활과 그녀에게 막연한 동경심을 갖는다. 이윽고 그녀와 함께하겠다는 결심까지 하게 된다.
극중 샤를르뜨는 그녀의 주변에 있는 모든 일상이 구식이고, 구질구질하며 꼴 보기 싫다. 하지만 클라라는 샤를르뜨가 보기에 모든 게 이상 그 자체다. '쟤는 왜 저렇게 살고, 나는 왜 그러하지 못하는가'라는 불만도 채 가지기 전에 샤를르뜨는 거의 '자동적으로' 클라라를 동경하게 되는데, 그 '자동적인' 샤를르뜨의 심리가 나는 정말 마음에 들었다. 내가 13세 사춘기 소녀의 심리를 알면 얼마나 알겠냐마는, 바로 저 심정이 딱 그 나이에 가질 수 있는 환상이랴 싶었기 때문에 마음에 든 것이다. 그 나이 딴에는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보다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이 자신보다 잘 살고 있는 자기와 수준이 똑같은 인격체를 보는 게 아니고 무엇이겠으랴. 자신의 현실을 인정하게 되는 첫 경험이 바로 그것이라고 하겠다.(그러고보니 나도 그랬던 듯..)
구질구질한 현실에도 소중한 벗은 있었으니
샤를르뜨에게는 이웃사촌이자 절친한 동생인 루루가 있다. 마냥 천진난만하고 엉뚱하기만한 꼬마 루루는 겉으론 샤를르뜨에게 퉁퉁거려도 속으론 샤를르뜨를 진정으로 생각할 줄 아는 '친구'. 하지만 클라라에게 푹 빠져 있는 샤를르뜨를 보면 답답하기만 하다.
클라라가 샤를르뜨와 함께 떠나기로 했던 날, 클라라의 피아노 연주회에 식모 그리고 샤를르뜨와 참석한 루루는 그녀의 피아노 연주를 유심히 지켜보다 돌연 일어서서 "샤를르뜨를 데려 가지마! 네 말은 거짓말일 뿐이야!"라고 소리친다.
샤를르뜨보다도 훨씬 어린 그녀는 진작에 알고 있었던 것이다. 클라라처럼 유명한 사람과 자신들 사이에는 극복하기 힘든 계급적 장벽이 있다는 것을. 그래서 '멍청한' 샤를르뜨를 대신해 자신이 직접 클라라에게 일갈한 것이다.
그런데 웃긴 건 정작 클라라는 듣지도 못했다는 것과 루루에게 돌아온 샤를르뜨의 엄청난 화(禍). 루루 때문에 오히려 샤를르뜨 일행은 연주회장에서 쫓겨나기만 한다.
일상의 작은 깨달음이 준 큰 선물
클라라가 자신에게 한 약속에 대해 정작 클라라 본인은 별 생각이나 기대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샤를르뜨는 순간 공허함에 빠져든다. 그러나 절망적이고 구질구질한 삶에도 나를 생각해주는 절친한 벗은 항상 있는 법. 샤를르뜨가 클라라와 함께 떠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루루가, 너무나도 행복한 표정으로 샤를르뜨에게 달려오다가, 앓고 있던 지병 때문에 코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아주 시기적절하며 드라마틱한 장면이 펼쳐진다. 여기서부터 내 생각이지만, 샤를르뜨는 자신이 클라라를 좋아하고 동경했던 만큼, 병약한 루루가 자신을 좋아하고 동경했다는 것을 이 때 깨닫지 않게 되었나 싶다.
그래서 결국 샤를르뜨는 자기 나름대로의 현실을 인정하고, 자신을 진심으로 아껴주며 사랑해주는 루루와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인생에 정답은 없지만, 진지한 고민은 있어야 한다
요즘 TV를 보면 화려한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유독 많이 보이는 것 같다. 매일같이 인기를 누리며 예쁘고 잘생기기까지 한 또래 연예인들, 혹은 어린 나이에 사업이 성공해서 몇 억 부자가 된 사업가들, 아니면 유명 대학의 유명 학과에 진학해 나름대로 하이 클래스의 삶을 살고 있는 친구들 등.
어제만 해도 그랬다. 치과의사가 가수까지 하는 그야말로 천재적인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TV에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소박한 내 주위 사람들이 갖고 있는 따뜻한 인간미가 그들에겐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요즘같은 각박한 세상에서는 인간미보단 돈과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사람도 있기에, 어느 것이 더 좋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건 이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에게 딱 맞는 삶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해 보는 자세"라고. 나는 솔직히, 내게 어울리는 삶이란 인간미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게 아닌, 나와 내 가족의 안위를 위해 냉정하고 각박하게 살아가는 삶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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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루루'의 극중 진짜 이름이 헷갈려서 그냥 '루루'로 칭했음.
2. 지금 미니홈피의 BGM은 이 영화의 O.S.T임.
3. 정말 좋은 영화이니 스포일러를 봤다 할지라도 기회가 되는 사람들은 꼭 이 영화를 보시길..^^
4. 영화를 보고 싶지만 구할 길이 없는 분이라면, 네이트온 친구등록(kkssmm99@hotmail.com) 하시면 언제든지 누구라도 보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