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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11.20. 80년대 "예솔이" 주인공 이자람씨 우리소리 지키는 젊은 예술인으로

남김유진 |2007.11.21 01:25
조회 112 |추천 1
80년대 ‘예솔이’ 주인공 이자람씨 우리 소리 지키는 젊은 예술인으로

[2007.11.20 18:07]


"'예솔아∼할아버지께서 부르셔'를 부르던 네살배기 꼬마는 이제 잊어주세요. 저도 내일 모레면 서른입니다."

1980년대 전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예솔이'의 주인공 이자람(29). 아직도 따라다니는 '예솔이'란 호칭에 손사래부터 치는 그는 국악중·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 국악과를 졸업한 재원으로 그동안 적지 않은 화제를 뿌렸다. 고교 재학시절이던 97년 4시간에 걸쳐 판소리 '심청가'를 완창한 데 이어 99년에는 '춘향가'를 8시간 동안 불러 최연소·최장시간 완창이라는 타이틀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엔 국악뮤지컬집단 '타루'를 이끌며 다양한 창작판소리를 선보였는가 하면 포크록 그룹 '아마도밴드'의 리드보컬, 라디오 방송 DJ, 기타리스트 등으로 활동해 왔다.

"주변에서 한우물만 파라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하지만 저는 판소리를 할 때와 밴드를 할 때의 제 모습 모두 좋아해요. 또한 다른 장르의 공연에 참여하는 것도 즐깁니다. 그리고 이런 역할을 다 하기 위해 제 자신에게 엄격한 편입니다."

지난 5월 '수궁가'로 세번째 완창에 성공하며 소리꾼의 면모를 다시금 보여준 그가 오는 30일부터 12월2일까지 서울 정동극장의 '아트 프런티어' 무대에서 새로운 실험에 도전한다. 서사극의 거장 브레히트(1898∼1956)의 '사천의 착한 여자'를 창작판소리 '사천가'로 선보이는 것. 그동안 국악집단 '타루'에서 창작판소리 단편들을 선보였지만 장편은 처음이다. 이를 위해 그는 브레히트의 작품을 직접 각색하고 작창(作唱)까지 했다.

"브레히트의 서사극과 판소리는 많이 닮았어요. 둘 다 대사와 노래가 섞인 형태의 공연이고, 배우가 관객들에게 직접 설명하기도 하잖아요. 브레히트의 작품엔 여러 배우들이 출연하지만 판소리는 혼자 한다는 게 차이점이죠."

그는 '사천가'의 배경을 21세기 대한민국 서울로 옮겨왔다. 원작은 착한 심성을 가진 창녀 셴테가 온갖 인간들에게서 상처 입고 뜯긴 나머지 가짜 사촌 슈이타로 변장해 자신에게 들러붙은 사람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악독 자본가가 된다는 내용. 이자람은 우선 인물의 이름들을 한국식으로 교체했다. 셴테는 순덕(順德)으로, 슈이타는 재수(財修)로 선함과 물질주의를 각각 대변하는 이미지로 바꾸었다.

"아마 이번 공연이 끝나고 나면 비난을 많이 받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가능성에 대해서도 평가하겠죠? 지금까지 살아남은 판소리를 보면 5개의 음(궁-상-각-치-우)밖에 없는데도 8시간짜리 작품을 너끈히 만들어 냈잖아요. 그 힘은 오랜 세월에 걸쳐 개성을 덧붙여 만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앞으로 긴 호흡을 가지고 '사천가'를 만들어나갈 생각입니다. 적어도 10년은 묵혀가며 계속 고쳐야 탄탄해질 것 같아요."

그는 왜 힘들게 이런 작업을 하는 걸까. "젊은 국악인들은 고민이 많아요. 지금 시대에 국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관객과 어떻게 교감해야 할지 정말 어렵거든요. 저 역시 '왜 판소리를 하는가' 고민하면서 더욱 잘하기 위해 판소리에 갇힐 것이 아니라 넘어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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