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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장 "거품론", 당신의 생각은?

윤동희 |2007.11.21 15:49
조회 58 |추천 1

 

 

 

미술시장 '거품론', 당신의 생각은?

 

 

 

지난 14일 미국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4600만 달러(약 421억6500만 원)에 거래된 프랜시스 베이컨의 . 올 가을 크리스티와 소더비 경매 작품 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미술품 가격이 걱정스러울 정도로 많이 올랐다.”(미래에셋 박현주 회장)

“미술품 가격이 너무 비싸다. 곧 떨어질 수밖에 없다.”(소더비 前 회장 알프레드 타우브만)

“미술시장이 포화상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거품이다. 그러나 자연적으로 형성된 건 거품이 아니다.”(쌈지 천호균 사장)

 

 

미술시장에 관한 말들이 쏟아지고 있다. 핵심은 거품(버블)이냐, 아니냐이다.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라는 책을 펴낸 국내의 대표적인 금융 CEO(박현주)는 ‘미술’에 돈이 몰리는 현상에 ‘거품’이 끼어 있다고 지적한다. 얼마 전 만난 쌈지의 천호균 사장은 ‘아직은 아니다’라는 쪽에 방점을 찍었다. 최근 ‘옥션 별’을 설립해 미술경매시장에 뛰어든 경영자로서 당연한 얘기다. 그러나 그는 인위적 거품과 자연적 거품을 ‘구별’하는 눈을 가져야 한다며 신중함을 잃지 않았다. 물론 포화상태라 하더라도 기회가 있는 게 ‘시장’이라는 자신감도 숨기지 않았다.

 

 

서정기 (주)골드브릿지자산운용 이사는 좀 더 구체적인 수치로 거품론을 방어한다. 그는 계간 《이모션》에서 우리 미술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약 1조 원에서 1조5천억 원 정도”로 예상했다. 약 5천억 원 정도로 추산되는 지금의 미술시장 규모를 감안할 때 아직도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경제를 전망하는 데 있어 ‘지표’만큼 확실하고 정확한 증거는 없다는 점에서 그의 말은 설득력이 있다. 미술계 내부에서도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 엑스포 등 중국의 포효가 절정에 이르는 시점까지는 국내 미술시장이 동반성장할 것으로 보는 눈치다.

 

 

실제로 국내 미술시장은 연일 달음박질을 계속 하고 있다. 좀처럼 지치는 기색도 보이지 않는다. 9월 4일 경매를 시작한 D옥션은 이른바 ‘강남권’을 공략하고 있다. 대구 지역을 거점으로 삼은 옥션 M도 있다. 온라인 경매시장도 소리 없이 몸집을 불리고 있다. 한국미술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미술경매시장의 양대 산맥인 서울옥션(432억 원)과 K옥션(313억 원)의 매출액의 합계는 745억 원에 달한다. 미술계는 물론 돈 좀 굴린다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블루칩 작가, 아트 테크 등의 신조어는 이미 일상화된 지 오래다. 과거 단순히 미술시장의 지표 기능에 충실하던 작품가격이 당대 미술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른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대중의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고, 여기에 맞춰 좋은 작가를 소개하기 위해 노력한 화랑들의 공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작품가격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그러나 국내 미술시장의 양적 성장과 달리 미술계를 바라보는 세간의 눈길은 차마 고개를 들고 다니기 힘들 정도다. 아직도 ‘진행중’인 한 젊은 큐레이터의 거짓 행각과 그와 연관된 비엔날레 개혁론, 거대 화랑과 경매회사가 연관된 위작 사건 등 미술계의 이미지는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이마저도 전 국민의 ‘가십거리’에 머문 채 ‘쉬쉬’하며 넘어가는 분위기다. 문제는 이러한 미술계의 상처가 ‘잘 나가는’ 미술시장이라는 마취제 덕분에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는 데 있다.

미술시장의 전성시대는 당장 작가들에게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른바 양극화다. 잘 나가는 작가와 그렇지 않은 작가 모두 고민을 토로한다.

“2년에 한 번 개인전을 가질 때마다 흥분과 긴장을 동시에 느꼈어요. 평단을 비롯한 미술계 내부의 반응에 귀를 쫑긋 세웠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닙니다. 제 작품의 변화보다 작품 값에 더 관심을 갖더군요.”

“한 달에 두 점 정도만 그리고 싶어요. 작가로서 그림을 계속 그릴 수 있는 적정한 수치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일주일에 두 점을 그려야 합니다. 제 작품을 ‘예약’한 컬렉터들에게 공급해야 하거든요.”

 

 

잘 나가는 작가들의 고백이다. 두 작가 모두 개인전이 열리기 전 출품작이 모두 ‘sold out' 될 정도로 각광받는 이들이다. 그러나 이들 중 자신들의 전성시대가 계속 이어질 거라고 믿는 이는 얻었다. 적지 않은 돈을 만지는 대신, 수년 후를 내다보지 못한 채 당장의 미술시장에서 환영받는 스타일의 그림만 ‘생산’하는 데 대한 불안감이 엿보였다. 물론 이들은 행복한 고민을 하는 건지도 모른다. 지난 가을 사비나미술관에서 전시를 가진 작가 김창겸은 “미술시장이 커졌다고 하는데 정작 나는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라고 말한다. 90년대 이후 한국미술이 안고 있는 문제와 해법을 고민했던 중견작가의 지난 시간을 미술시장은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이처럼 미술시장의 활황은 좋은 작가에 관한 기준을 바꾸고 있다. 물론 미술시장에서 인정받는 작가들을 폄하하자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미술평단과 저널리즘의 관점에서 이른바 ‘깜’이 되지 않는 작가들의 작품이 이해할 수 없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는 데 있다. 무엇보다 ‘시장에서 먹어주는 작가’가 좋은 작가라는, 지금의 공식은 결코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시장의 폭발적 성장은 당분간 지속될 듯하다. 상업화랑과 미술경매사들의 공격적인 행보도 계속될 것이다. 서울옥션이 강남 코엑스로 경매 무대를 옮기고, K옥션 역시 ‘청담동 시대’를 선언했다. ‘아트 마케팅’에 일가견이 있는 쌈지가 설립한 옥션 별은 일명 ‘쌈지 작가’로 불리는 자신들의 작가군을 해외 미술시장에 소개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모두들 아직도 배가 고프다는 것이다. 이들의 선택을 받은 작고 작가와 원로 작가, 그리고 컬렉터의 눈에 쏙 들어오는 평면회화를 매끈하게 뽑아내는 젊은 작가들은 은행계좌의 잔고 액수를 확인하느라 분주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화단의 몸통 역할을 하고 있는 중견 작가들의 한숨은 깊어만 갈 것이다. “몸통에는 심장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중견 작가들의 위기는 한국미술계의 숨통을 끊는 것과 다름없다”는 미술평론가 윤진섭의 말은 결코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1차 시장(화랑)과 2차 시장(경매회사)이 혼재되어 있는 국내 미술시장의 구조가 더욱 견고해질 것이라는 데 있다. 유력 갤러리가 전속작가를 자신들이 참여하는 경매회사와 아트 펀드를 통해 ‘내다 파는’ 작금의 상황을 모두들 모른 체 한다. 오히려 화랑 ‘누트만’(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을 인수한 소더비와 ‘헌치 오브 베니스’(런던, 취리히)를 인수한 크리스티를 예로 들며 ‘물타기’를 시도하는 이들도 있다.

 

 

수년 전, 한 선배기자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사람 있는 곳에 돈이 있고, 돈이 있는 곳에 사람이 있다고. 아마도 그는 이 말을 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사람과 돈이 모이는 곳에는 언제나 ‘문제’가 있다고. 지금 미술계가 새겨들어야 할 얘기이기도 하다.

 

 

| 윤동희 _ 미술전문기자, 도서출판 북노마드 대표 ceohee02@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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