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마을에는 특별한 체험이... 경북 경산시 진량읍 평사리
미사주 와인 생산지 순례에 가위 들고 직접 청포도 수확까지
매년 이맘 때 경북 경산에서는 특이한 행사가 열린다.
청포도를 주제로 삼은 종교의식,
국내 유일의 포도주 양조장(와이너리) 견학, 그리고 청포도 따기 체험.
지난 25일 오전 10시
경북 경산시 진량읍 평사리 (주)두산주류BG 경산공장 2층 강당.
가톨릭 전례위원 신부 등의 집전으로
'2006년 미사주용 마주앙 포도 수확 축성식'이 1시간 동안 거행됐다.
제단 앞에는 백포도주(화이트 와인)용 청포도 '사이벨'이 놓여 있었다.
올 들어 처음으로 수확한 것들이었다.
축성식에는 두 성당의 신자들과 계약재배 농민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한국가톨릭 측에서는 지난 77년부터
두산주류BG의 '마주앙 미사주 화이트.레드'를 미사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연간 사용 분량은 18만 병 정도.
이 날 봉헌된 포도들은 일정 기간의 숙성기간을 거친 다음
가톨릭 전례위원회의 지도감독 아래 공식 미사주로 제조된다.
축성 미사가 끝나자 신부들과 신자들은 포도주 제조 현장 견학에 나섰다.
복도 벽면에 부착된
파피루스(고대 이집트에서 파피루스 풀줄기의 섬유로 만든 종이) 그림이
눈길을 잡았다.
고대 이집트의 포도주 제조 과정이 묘사돼 있었다.
포도밭에서 포도 따기 -> 창고에서 발로 밟기 ->
창고 바깥의 탱크에서 포도즙을 받아 항아리에 담기...
물론 지금은 이런 원시적인(!) 과정을 답습하지 않는다.
로봇 등을 이용한 전자동 시스템을 통해 착즙, 불순물 제거, 발효 및 숙성,
와인병에 담기, 포장 같은 일련의 작업이 이루어진다.
대부분 중년인 신자들은 신기해 하면서
휴대전화로 작업 모습을 찍기도 했다.
지하실 계단 앞에 이르자 시큼한 냄새가 확 풍겨나왔다.
포도주를 숙성시키는 공간.
몇 사람은 "어, 취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지하실에는 거대한 은색 스테인리스 저장 탱크들이 죽 늘어서 있었다.
한 탱크의 저장량을 보니 5만9천800L.
6만L가 넘는 것들도 있었다.
그런데 왜 나무로 만든 오크통은 안 보이지?
당연히 질문이 나왔다.
회사 관계자는 "오크통은 고급 와인을 숙성시킬 때 사용한다"면서
"마주앙은 대중용 포도주라스 스테인리스에서 숙성시키고 있는데,
국내에는 포도주 숙성용 오크통이 없다"고 설명했다.
견학 다음 순서는 포도 따기 체험이다.
장소는 경북 의성군 금성면 수정리.
이 곳에 미사주용 포도 계약재배 농가들이 16곳 있다.
농장의 규모는 총 2만평 정도다.
계약재배조합의 이태윤(74) 회장은
"와이너리 투어 때가 되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목장갑에 가위를 들고 포도 따기 체험을 하면서 즐거워 한다"고 전했다.
술 만드는 데 쓰이는 포도는 일반 포도와 달리
당분이 많고 유기산이 풍부해서 맛과 향기가 독특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 회장이 청포도 한 알을 따서 건네주는데 먹어보니 정말 그렇다.
경산에서는 이처럼 포도 첫 수확기가 되면
추수감사절을 연상시키는 '경산 와이너리 투어'가 열린다.
국내에서는 유일하다.
두산주류BG측이 사전에 참가 신청을 받아 치르는 행사인데,
올해(5회) 행사는 자체 사정으로 취소했다.
회사 설립 30주년이 되는 내년에는 예년보다 더 성대하게 열 예정이다.
와이너리 투어는 매년 한 차례만 열리지만 공장 견학은 언제든 가능하다.
김명구 경산공장 관리팀장은
"매년 2천500명 정도의 와인 애호가들이 공장을 다녀간다"고 말했다.
문의 : 053-859-7001
2006. 8. 31 부산일보 이광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