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은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피부로 느끼고,
맛을 보며,
냄새를 맡는다.
이 영화의 주인공 장 바티스트 그루누이는 냄새의 천재다.
태어날 때부터 냄새로 세상을 인식하고, 사물을 구별한다.
그루누이만큼의 후각은 아니지만,
난 비교적 오감이 발달한 편이다.
주변을 넓게 살피고, 소리도 지나치지 않고, 냄새를 인식한다.
후각적으로 기분 좋은 것을 좋아한다.
후각을 통해 오는 환희는 나도 모르게 내 얼굴을 미소짓게 한다.
내가 기억하는 기분 좋은 냄새를 생각해 본다.
사람의 체취가 아닐까?
그루누이의 인생은 태어날 때부터 죽음과 맞닿아 있다.
영화를 보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루누이는 삶의 애착이 강하다.
사는 법을 알고 있으며, 강인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그의 삶은 돈으로 환산되었고, 그의 생명에 대한 계산이 끝난
사람들은 그가 떠난 후 죽음을 맞이한다.
우연하게도 그가 떠난 곳에는 죽음이 있다.
처음에는 그루누이에게는 어떤 저주가 있지않나 싶었다.
영화의 후반에 접어들고 마지막 장면을 보고 나서 생각이
조금 바뀌어 버렸다.
그루누이는 처음으로 잊혀지지 않는 기분 좋은 사람의 체취를
느낀다.
자두를 팔던 그 소녀는 그루누이에게 두려움을 느끼고,
단지 소리를 막기 위한 그의 억센 팔은 소녀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그루누이는 소녀의 체취에 집착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냄새를 보관하는 법을 찾으려 한다.
그는 성공한다.
세계 최고의 향수를 만든다.
사람의 체취를 수집해서 그 향을 조합한 최고의 향수.
13명의 목숨과 맞바꾼 그 향수.
희대의 살인마로서 사형장에 선 그루누이는
향수로 사람들의 분노를 환희로 바꾸어 버린다.
그가 만든 향수는 사랑에 빠지는 향수..
그를 제외한 모든 사람은 사랑을 나눈다.
그리고 그의 손에 딸을 잃은 한 아버지는
끝까지 분노를 일으키다가 끝내는 향수에 조정당한다.
그루누이는 처음 죽인 그 소녀를 떠올린다.
사람들이 사랑에 빠지 듯 그 역시 사랑을 나누고자 한다.
그가 간직하고자 했던, 보유하고자 했던 첫 체취는
바로 첫사랑이었다.
사랑을 배우지 못한 그는 그것이 사랑인줄도 모르고,
오로지 냄새에 대한 집착으로 생명을 경시해버린 것이다.
한없는 외로움을 느낀다.
그가 정말 간직하고자 했던 그 향기는 사라지고 없다.
사랑에 빠지는 향수 따위는 그에게 더이상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그는 광기어린 죽음을 맞이한다.
세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만약 그루누이가 떠나면서 우연히 죽어버린 사람들 중
단 한명이라도 그루누이에게 사랑에 대해 가르쳐 주었다면,
그루누이는 행복한 삶을 살면서
향기로 타인들을 행복하게 해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기적을 일으키는 냄새의 천재를
사람들은 돈 몇푼으로 환산해 버렸다.
그들에게 내려진 죽음은
세상에 선물로 보내진 그루누이를 함부로 대한
신의 벌이 아니었을까?
인간은 외로움의 동물이다.
평생을 외로움과 줄다리기를 벌인다.
그 외로움이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의지가 된다는 걸
글을 쓰는 이 새벽, 살며시 느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