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블 (TREBLE) = 자국정규리그 우승, FA컵 우승, 챔피언스 리그 우승.

2007년 5월 3일 이탈리아 밀라노의 AC밀란 홈구장 산 시로에는 비가 내렸다. 이 4강 2차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3-0으로 완패하며 1차전 3-2승리에도 불구하고 고배를 마시게 된다. 이로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과 팬, 그리고 Sir Alex Ferguson의 트레블의 꿈도 밀라노의 비와 함께 사라지게 되었다.

고기도 먹어본놈이 먹는다고 한다. 매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을 자극하는 아련한 추억이 있다. 재현하고 싶은 아련한 꿈. 트레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역사상 전무후무한 4대 빅리그 중의 최초의 트레블을 98/99 시즌에 완성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외에 3번의 트레블이 있었으나, 67년 스코틀랜드 셀틱, 72년 네덜란드 아약스, 72년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이다. 결국 자국리그에서 우승할 라이벌이 많지 않고, 거의 독보적인 존재들이기 때문에, 99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트레블은 앞의 이 3개팀보다도 더 높은 가치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한 시즌에 하나의 컵만 들어올려도 어느정도 성공한 시즌이다. 그런데 트레블이라는 것은 정말 어렵다. 트레블을 달성한 퍼거슨감독 역시 "트레블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앞으로는 더 할 수 없을 것," 이라면서 실력과 운이 모두 따라야만 달성할수 있다는 것을 말했다.
사실 트레블, 3개의 대회에서 우승을 한다는 것은 일단은 실력이 있어야 한다.
실력없는 팀은 절대 하나의 트로피도 들어올릴수 없다. 아무리 운이 좋아도 4강,8강이다. 특히나 1년내 38경기를 치르는 정규리그 우승은 더더욱 그렇다. 리그우승을 차지한팀이 사실상 그 리그에서는 최고의 팀이라고할수 있다. 긴긴 우승레이스에서 다른팀의 견제를받으면서도 우승할수 있다는것은 정말 어마어마한 실력이라고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국내 K리그의 챔피언 결정토너먼트는 아쉬울수 밖에없다. 1년내내 선두를 유지한 최고의 팀 성남은 1년농사 다잘지어 놓고 5위의 포항의 토너먼트 단기전 미친듯한 폭풍을 막지 못하고 1년내 가꾸어온 챔피언 타이틀을 내주고 말았다. 유럽리그에서는 있을수가 없는 일이다. 리그의 흥행을 위해서라지만, 이렇게 되면 장기적으로 봤을때 정규리그 게임의 가치가 평가절하되고, 이는 장기적으로 K리그에 악영향을 미칠수도 있다. 일단 6강에만 들게 리그를 운영하고, 강에들면 토너먼트를 정말 미친듯이하면 챔피언이 되는거기때문에, 공부 열심히 해서 1년내내 전교 1등하던 학생에게 우등상이 가지 않고 시험 다 끝나고 쪽지시험 한번봐서 점수 잘 나온 학생에게 우등상이 가는것과 같은 이치다. 다들 전교 1등보다 마지막 쪽지시험에만 목을 빼고 공부할것이 자명한 일이다. 삼천포로 이야기가 샜지만, 또 챔피언스리그는 실력없는 팀이 함부로 우승을 논할수 없는 유럽의 최고의 팀, 선수들이 뛰는 꿈의 무대이다. 자국리그 강력한 우승후보도 쉽게 챔피언스리그 타이틀을 가져온다고 장담하지 못한다. 가히, 유럽의 전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따라야 할 것이 운이다.
대진운도 좋아야 겠고, 경기 세부적인 요소요소 판정의 운, 기타 많은 운이 작용해야 3개의 타이틀을 가질수 있다. 9개월동안 리그최고의 팀은 1-2개의 타이틀을 최대 목표로 설정한다. 사실상 트레블을 노린다는것은 굉장한 무리수이다. 한마리의 토끼를 사냥하는것과 2마리, 3마리를쫓는것은 엄연히 다르다. 1개 대회에도 집중하여 사력을 다해야 우승할수 있는 것이기에 다른쪽으로 전력을 쏟을때는 그만큼 우승의 가능성은 멀어진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팀은 정규리그 타이틀에 사력을 쏟고, 그이후에 FA나 챔피언스리그에 (여유가 있다면) 신경을 쓴다. 그렇지 않을경우, 어줍잖게 덤비면, 하나의 타이틀도 손에 넣지 못하는경우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느정도 몇개의 타이틀이 물 건나간 경우에는 남은 대회에 올인하는 경우도 있다. 가깝게는 지난시즌 첼시의 리그우승이 좌절된이후 FA대회에 올인한 경우를 볼수 있고, 맨유역시 트레블을 노리다 챔피언스리그에서 AC밀란에 4강전에서 진후에 리그우승에 전념해서 타이틀을 따냈고, AC밀란과 리버풀역시 오래전에 자국리그우승이 좌절된이후 챔피언스리그에만 몇개월의 초점을 맞춘덕에 결승까지 오를수 있었다. 지난 시즌 자국리그 우승팀들은 챔피언스 리그에서 대체로 부진했다. 잉글랜드 맨체스터유나이티드만이 4강에 올라 체면치레를 했을 뿐 프리메라 리가의 레알마드리드는 16강에서 바이에른 뮌헨에 덜미를 잡혀 일찌감치 탈락했고, 세리에 A의 인테르 역시 16강에서 발렌시아에 무릎을 꿇으면서 자국리그 우승에 오히려 집중할수 있었다. 챔피언스 리그나 FA컵도 중요하지만, 역시 자국리그 우승은 팀과 선수들에게는 가장 우선순위이다. 지난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과 호날두 역시 자국리그 우승이 최우선이라고 누누이 말했었다. 챔피언스 리그는 타이틀을 가져가기가 굉장히 어렵고 변수가 많기 때문에, 섣불리 덤비면, 1년농사를 망칠수 있기에 조심스러울수 밖에 없다.
그리고 또 빼놓을수 없는것이 두터운 선수층과 부상이다.
시기상 3개의 타이틀 결승전이 1달내에 집중된다. 그렇기 때문에 각팀은 선수들의 부상에 신경이 곤두설 수 밖에 없다. 특히나 주축선수가 부상으로 경기에 나설수 없게 되면, 흔히 "광란의 5월"이라 불리는 타이틀 결정시기를 망칠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선수층이 두터운 팀만이 이런 미친듯한 스케쥴을 소화하는데 두터운 선수층을 로테이션으로 돌아가면서 우승이 가능한 것이다. 98/99시즌 맨체스터가 바로 그랬다. 대표적으로 수퍼 골잡이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는 없었다. 특 A급이라기 보다 A급정도로 꼽힐수 있는, 최고의 콤비 앤디 콜, 드와이트 요크, 테디 셰링엄, 올레 군나 솔샤르가 4명의 스트라이커가 로테이션으로 리그와 챔피언스리그, FA에서 돌아가면서 투입되어 부상과, 컨디션을 조절했고, 경쟁체제를 갖추면서 더 높은 동기 부여를 했다. 지금도 퍼거슨은 각 포메이션에 최소 2명의 선수를 배치해 놓고, 컨디션이나 체력을 조절할수 있는 시스템으로 계속 팀을 운영해 오고있다. 그럼으로 인해 부상선수를 최소화 하고, 또 설령 부상선수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그 자리를 다른 선수가 메울수 있는 두터운 선수층을 보유 한다. 98/99시즌의 성공과 06/07시즌의 아쉬운 실패의 가장 큰 차이가 이부분이 아니었나 싶다. 당시 맨유는 로테이션으로 운영하고 부상선수가 거의 없었다. 매게임 최상의 전력으로 게임을 할 수 있었다. 지난 시즌도 스쿼드로 따지면 오히려 99년보다 훨씬 나았다. 그러나 공격,미드필드,수비진의 치명적인 부상으로 최상의 스쿼드를 꾸릴수가 없었다. 그것이 트레블과 비(非)트레블의 확연한 차이였다.
그럼 98/99시즌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트레블을 추억해 보자.
가장 극적인 경기중의 하나인, 99년 4월 14일의 숙적 아스날과의 FA컵 준결승전이 열린 아스날의 홈구장 하이버리에서 벌어지게 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전반에 베컴의 아크앞쪽에서의 통렬한 중거리슛이 기가막히게 감기면서 1-0으로 앞서간다. 그러나 후반 아스날의 영웅 데니스 베르캄프의 중거리슛으로 1-1 동점이 된다. 그리고 몇분후 주장 로이킨의 거친태클이 경고누적으로 퇴장판정을 받게 된다. 패배의 암운이 드리워진가운데 수비수 필립네빌이 페널티박스내의 파울로 페널티킥을 내주게 된다. 1명이 적은 상황에서의 페널티킥.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는 그대로 끝나는 듯 했다. 그러나 야신의 재림이라는 피터 슈마이켈이 베르캄프의 킥을 막아내면서 경기는 급반전되고, 연장으로 돌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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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연장전에서 비에이라의 패스를 가로챈 라이언 긱스는 중앙선부터 골키퍼앞까지 수비수 4명을 농락하는 마술에 가까운 드리블을 선보이면서 결승골을 아스날골키퍼 시먼의 뒤로 통과시킨다. 2-1 FA컵 역사상 최고의 명승부로 꼽히는 이 경기의 승리를 발판으로 이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FA컵을 따내게 된다.
5월 18일 올드트래포드에서 열린 토트넘과의 리그 최종전이 리그타이틀의 향방을 가르게 된다. 전날경기까지 2위아스날에 승점1점차로 앞서있었기 때문에 이 마지막 경기를 이기면 자력우승이 되고, 비기거나 지면, 아스날의 경기결과에 따라 리그타이틀이 바뀔수도 있는상황. 그러나 최종전에서 역시 토트넘에게 베컴과 앤디 콜의 골로 2:1로 승리를 거두면서 리그 타이틀을 확정짓는다. 트레블의 첫번째 타이틀을 따낸상황. 본격적으로 트레블의 시동을 걸게 되는 첫 단추인 셈이다.
(지금은 barclays가 후원이지만 그때는 carling이 프리미어리그 후원이었다.)
99년 5월 28일 챔피언스리그 결승은 바르셀로나의 홈구장 '누 캄푸' 에서 열렸다. 결승전 상대는 최강의 팀 바이에른 뮌헨. 이미 예선에서 2번 만난 두 팀은 각각 2:2 , 1:1 로 승부를 내지 못했었다. 그래서 이번 승부역시 살얼음판을 걷는 명승부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 10만 관중이 빽빽히 운집한 가운데 역사적인 맨유 와 바이에른 뮌헨 간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시작되었다. 세간에 모아진 초미의 관심사는 이미 더블을 달성한 맨유의 트레블이 과연 이루어 지느냐 하는 것이었다. 뮌헨역시 트레블의 역사적인 현장의 희생양이 되지않기 위해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는 상황.
전반 6분,
뮌헨의 바슬러가 프리킥을 성공시킨다. 야신 피터 슈마이켈도 쳐다볼 수 밖에 없었던 완벽한 프리킥은 뭰헨에 리드를 안겨주고, 1-0 으로 앞선 뮌헨의 살얼음판 리드는 90분 내내 이어졌습니다. 슛과 슛이 오가고 패스가 난무하면서 시간은 점점 지나갔고 90분이 가까워오자 슬슬 맨유의 트레블을 회의적인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이제 추가시간 3분만 지나면, 뭰헨의 우승, 맨유의 트레블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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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져리 타임 3분이 주어졌다는 신호와 함께 얻은 코너킥. 이 코너킥을 차러 나온 선수는 데이비드 베컴. 이미 피터 슈마이켈 조차 마지막이 될 수 도 있는 코너킥에 가담하기 위하여 골대를 비운상태. 두 팀의 운명을 이 코너킥 하나에 걸어 놓은 상황. 베컴의 오른발이 공을 띄어 올렸고. 공은 골문을 향하여 날아가고, 치열한, 목숨을 건 헤딩다툼후에 공은 혼전이 된 문전에서 이리 저리 옮겨다니다가 웨일즈의 영웅 긱스앞에 떨어진다. 긱스의 오른발 발리슛은 그대로 절묘한 어시스트가 되어 앤디 콜과 교체되어 마지막 카드로 들어간 셰링엄의 발 앞에 떨어졌고 쉐링엄의 슛은 뮌헨의 골네트에 그대로 공을 밀어넣었습니다. 인저리에 이뤄낸, 1-1 동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셰링엄을 끌어안고 난리가 났고, 누 캄프의 뮌헨팬들을 제외한 전 관중은 이 기적같은 골에 열광하며, 맨유의 트레블 모험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인저리타임도 거의 지나간 시점, 양팀 선수들과 벤치에서 슬슬 연장을 준비할때쯤, 다시 찾아온 코너킥 찬스. 키커는 다시 베컴. 베컴의 발을 떠난 볼은 셰링엄의 머리를 스치고 동안의 암살자, 솔샤르에게 떨어지고 그의 슛은 다시 뮌헨의 골네트를 가른다.
경기종료.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선수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트레블의 기쁨을 나누고, 뮌헨의 선수들은 3분간 마법에 걸려 무엇에 홀린듯 내준 두골에 망연자실 그라운드에 쓰러져서 눈물을 흘린다. 2:1 기적의 역전승. 누 캄프의 기적. 3분의 기적.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EPL클럽 최초의 트레블은 이런 극적인 드라마로 완성된다. 누캄프의 관중들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트레블에 경의를 표하며 축하의 기립박수를 보낸다.
트레블의 아련한추억은, 이렇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의 가슴에 새겨졌다.
그리고 어김없이 올시즌도 약속처럼 광란의 5월이 올것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계속해서 트레블의 꿈을 그때까지 안고 지난해의 아쉬움을 달랠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가운데 우리 박지성이 또 멋지게 한몫 해 줬으면 좋겠다. 올시즌, 그들의 트레블의 현장에 꼭 함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마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