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
내가 중학 시절을 보낸 강릉은 '감'고장이다.
거리마다, 동네의 집집 마다 감나무 한 두 구르 씩이 있다.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어서 마당 가장자리로 큰 감나무 둘과 오래 무은 고염나무 하나 있었다.
헌데 그 집에서 오래 살지를 않아(아버지의 전근 때문에)그렇게 많은 감을 따 먹지는 못했던것 같다.
감이 아직은 새파란 빛깔을 띠는...소위 말하는 땡감일때다.
학교에서 돌아오니 엄마도 안 보이고 먹을 것을 찿지만 눈에 들어오는 간식은 없고...
지붕위의 새파란 감이 눈에 띄였다.
뒷집 담장을 타고 우리집 지붕위로 올라갔다.
낡은 양철 지붕이 군데 군데 털컹거리며 안심을 할 수 없는 상태이지만 용케도 피해가며 올라갔구.
지붕위로 휘 늘어진 감나무 가지를 하나 잡고는 새파란 감을 땄다.
옷에 쓱쓱 문지를 감을 한 입 베어 물었다.
와~~ 그 떫은 맛(맛이라 할 수 있을까) 이...탁 뱉어 버리고 싶었지만 절대로 안 뱉었다.
그렇기엔 내 노력과 배고픔이 먼저 였기에.
헌데 그 떫은 맛이 씹으면 씹을 수록 고소해 지면서 맛있기 까지 하다.
그 후로도 배고플때면 수 없이 지붕위로 올라갔던 기억이 있다.
땜감이 익어 홍시가 되기전, 주홍빛의 감이 단단하게 되었을때다.
침시를 담구려고(소금물이 든 항아리에 넣어 강제로 익히는 것)엄마는 항아리를 따듯한 방에다 들여 놓으신다.
항아리를 담요로 씌워 놓고는 감이 제대고 잘 익기를 가다리는 며칠 동안 내 눈은 온통 그 항아리에 꽃혀있음이 물론이다.
늘 그렇게 담군 침시를 먹어 서인지 지금도 나무에서 바로 익은 단감 보다는 그 침시가 더 먹고 싶지만 서울에서 잘 볼 수가 없다.
손 이 갈수 없는 맨 꼭대기의 감이 제대로 익어 홍시가 되면 제 무개를 지탱하지 못하고 마당 으로 떨어진다.
아침 일찍 마당으로 나가 떨어진 홍시를 주워 먹는 것도 큰 횡재였다.
서리가 내리고...이맘때 쯤이면 감을 깍아 꽃감을 만든다.
깍은 감을 나무 꼬챙이에 끼워서 집 뒷켠 그늘진 창고 같은 곳에다 말린다.
헌데 그 말리는 과정에서 반쯤 되었을때(꾸덕 꾸덕하다고 표현할때)가 가장 맛이 있다.
하나 둘씩 몰래 빼먹는 그 재미가 얼마나 쏠쏠 했던지...
올해 감이 풍년이라고 한다.
여기 저기서 보내준 감이 집안 가득하여 동네 잔치를 했다.
옆 집부터 그 옆집, 또 그 옆집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