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대감 하면 당연히 황희 정승이다. 황희 정승은 정의로운 일에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누구 앞이라도 과감성을 보인 정승이었다.
60여년을 벼슬생활에서 물러나 한가롭고 유머러스하게 세월을 보내며 책읽기에 열중하고 있을 때, 어느날 벼슬에 있던 이석형이 황희정승을 찾아와 초라한 술상이 차려졌는데, 그때 마당에서 뛰놀던 하인의 아이들이 맨발로 방으로 뛰어 들어와 정승의 등에 매달리기도 하고 수염을 만지기도 하였다. 상 위의 음식을 집어먹기도 하고 그러는데도 허허 하고 웃는 모습에 "대감! 그렇게 웃으시다가 허허대감이라 흉을 듣겠습니다" 하니 "벌써 내 별명이 허허대감이 되었다네." 하며 또 하하 웃었다.
또 어느날은 밖에서 다투던 하녀가 황희의 방으로 들어와, "대감마님, 삼월이가 저보고 먼저 욕했습니다." 하였다. 그러자 "그래 오월이 네 말이 옳다" 하며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또 그 다음에 "대감마님, 오월이가 제 흉을 먼저 보았습니다요." 하고 삼월이가 뒤쫓아 들어와 말하자 "삼월이 네 말도 옳다." 하였다. 곁에서 부인이 "대감 무슨 말이 그리도 흐리멍텅하십니까. 둘 가운데 하나는 옳고 하나는 틀려야지요 둘 다 옳다고 하심은 사리에 맞지 않습니다." 하자, "부인 말도 옳소." 하였다. 부인은 그 소리를 듣고 그만 피식 웃고 말았다.
하녀가 나간 뒤에 황희는 입을 열었다. "부인! 일하는 하녀들의 싸움에 누가 잘못했으면 얼마나 더 잘못했겠소 잘잘못을 꼭 가려준다면 좋지 않은 쪽이 생기지 않겠소. 서로 자기가 옳다고 믿고 있는데 어느 한쪽 편을 든다면 다른 한쪽 편은 불평불만이 생기는 게 아니겠소. 둘 다 옳다고 해서 싸움을 중지시키면 그보다 더 좋은 해결책이 어디 있단 말이오. 사람은 다 자기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남의 잘못을 탓하기 때문에 싸움이 벌어지는 거요. 부인 그렇지 않소. 허허" 황희는 참으로 태평스러운 모습이었다.
저녁 때쯤 "대감마님! 오늘 쇤네 잘못했습니다요."
두 하녀가 엎드려 잘못을 빌었다.
이처럼 황희 정승은 나라 일에는 목숨을 걸고 충성을 다하고 약자에게는 너그러움으로 1452년 2월 8일 태조, 정종, 태종, 세종 4대의 60여년 벼슬을 하고 89세에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때 평균 수명은 30세였는데 긍정적인 마음으로 허허대감 별명을 지니고 유머스러하게 나날을 보내어 남들보다 3배나 더 오래 살았다. 황희 정승은 영원한 정승으로 우리의 마음 속에 길이길이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