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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말하다: Not becomig Jane

최화인 |2007.12.13 04:19
조회 23 |추천 0

<영화를 말하다:  Not becomig Jane 'Becoming Jane'>

 

 

'오만과 편견', '분별과 다감'의 저자인

 

제인 오스틴의 실제 삶을 영화화했다는 이유로,

 

그리고 주연을 맡은 앤 헤서웨이가 너무 예뻐서

 

유족들이 그녀의 캐스팅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유명한 영화라는 것을 알게 된 건 시간이 좀 지나서였다.

 

처음 이 영화가 내 눈길을 붙잡았던 단 하나의 이유는

 

오로지 제목 때문이었다.

 

더 정확히는 제목에 들어간 이름, 'Jane' 때문이었다.

 

중학교 1학년 여름날,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두 살 많은 오빠는 마당문고판 천원짜리 '제인 에어'를 사와선

 

마루에 던져놓곤 곧 나가버렸다.

 

우연히 그 옆에서 뒹굴거리다가 책을 집어든 건 나였고

 

곧 그 책은 향후 십년간 나의 성경이 되었다.

 

책 내용은 가난한 고아처녀가 부유한 홀아비를 만나

 

결혼에 이르는 스토리였지만

 

그 책이 아주 특별했던 건 

 

그때까지 내가 읽은 모든 동화와 소설의 여준인공이

 

타고난 아름다움을 주인공의 가장 큰 미덕으로 삼았던 데 반해

 

제인 에어, 그녀를 돋보이게 만든 것은

 

외모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높은 도덕성과 자존감이라는

 

설정의 신선함이 준 충격 때문이었다.

 

가난하고 못생긴 고아처녀의 파르르한 자존감에

 

14살의 내가 왜 그렇게 매료되었는지

 

솔직히 지금도 이해할 순 없었지만

 

나는 오래도록 위안이 필요한 밤에 그 책을 반복해서 읽었다.

 

어떤 해에는 365일 중 300일 정도를 그 책을 읽었던 것 같다.

 

그 책을 읽으면서

 

나도 제인 에어처럼 외모보다는 내면의 아름다움으로

 

승부봐야겠다는 생각을 많이도 했었다.

 

당시 나는 대인 기피증이 있었는데

 

내성적 성격 이외에도 외모에 대한 컴플렉스가 컸다. 

 

그러니까 '제인 에어'는

 

누군가의 시선을 느끼는 게 고통이 될 만큼

 

못생긴 외모에 짓눌린 사춘기 소녀를 외로해주는

 

유일한 위안제 같은 책이었던 셈이다.

 

십년이 지나 그 책의 약발이 다되버린 데에는

 

저자 샤롯 브론테의 실제 삶을 가장 많이 반영한 작품

 

'빌레뜨('추억'이란 제목으로 발간되었다)'를

 

남자친구로부터 선물받은 이후였다.

 

제인 에어처럼 사랑을 이루지도, 

 

유산을 상속해줄 부유한 친척도 없이

 

평생을 가난과 외로움에 시달린 노처녀 루시 스노우가

 

샤롯 브론테의 길지 않은 삶과 더 닮았다는 걸

 

책을 읽는 순간 바로 알았다.

 

여주인공의 절절한 외로움과 절망감이 사무치게 와닿아

 

책을 읽고 밤새 얼마나 울었던지.

 

그날은 나의 22번째 생일날이었다.

 

얼마 뒤 책을 선물했던 남자친구와는 헤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가 선물한 책 속 여주인공처럼

 

난 오랜 시간을

 

외롭고 절망적인 마음가짐으로 위태롭게 보냈다.

 

 

어쨌거나

 

작품 속 여주인공과 작가의 생애가 다른 건

 

샤롯 브론테보다 백년 먼저 살다간

 

제인 오스틴 역시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처음 그 영화를 보자는 제안을 받고

 

키이라 나이틀리가 주연한 '오만과 편견'을 보는 내내

 

예쁜 얼굴임에도 웃을 때마다 비열하게 비틀리는 인상이 

 

심히 거슬렸던 기억이 나서 잠시 망설였지만,

 

끝까지 그 영화를 거부하기엔

 

'Jane'이란 이름과 함께 한 시간이 너무 길었다.

 

그리고 역시나

 

자신의 소설'오만과 편견'의 여주인공 엘리자베스가

 

오해로 빚어진 약간의 역경을 딛고서

 

부자 총각 다아시와 행복하게 맺어졌던 것과는 달리

 

영화 속 제인 오스틴은 돈 때문에 톰 리프로이와 헤어진 뒤

 

독신으로 삶을 마감한다.

 

그래도 영화에선 명성과 나름대로의 부를 얻어

 

우아하게 나이를 먹어간 제인 오스틴을 보여줌으로써

 

나름대로 그녀의 쓸쓸한 삶을 위로하지만

 

내 생각엔 영화와 제인 오스틴의 실제 삶도 달랐을 것 같다. 

 

 

가난과 고독으로 처참하게 우그러진 자신의 삶을

 

자신의 작품 속 여주인공이나마 행복하게 만들어 달래려 한

 

두 '성냥팔이 소녀' 샤롯 브론테와 제인 오스틴이 만나는

 

지점이 Jane이라는 이름이라는 걸 상기하고 나니

 

내 이메일주소와 영어 닉네임 Jane도 바꾸고 싶어졌다.

 

소설 속 Jane이나 영화 속 Jane 모두

 

곧 사라질 성냥불 속 짧은 환상이기 때문이다.

 

 

성냥불이 꺼지면

 

성냥팔이 소녀는 얼어죽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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