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말하다 :
그땐 그걸 원했기 때문이지 '커피프린스 1호점'>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사랑하던 여자에게 모질게 배신당한 나머지
자살까지 시도했던 김창완은
시간이 흘러 어느덧 세상을 달관한,
배 나온 아저씨가 되었을 때
고은찬을 남자로 잘못 알고서도
사랑하게 된 최한결의 가슴앓이까지
"그거 다 지가 좋아서 아픈 거야."라며
사랑의 고통이 선택사항임을 일갈했다.
젊은 시절 자신이 목을 맬 때도
"미치게 좋아서 그랬다" 말하는데
나는 왜 그 대사에 찌릿- 공감이 갔을까.
사랑이 어디 젊은이들만의 특권이겠냐만은
열병같은 사랑의 고통이 설렘과 함께 온몸을 간지르는 시기는
20대가 아니면 어렵지 싶다.
나이가 들어서 하는 사랑은
'들뜸'과 '열병'이라기보다는
'평안'과 '정'에 가까우니까.
김창완의 대사가 오래도록 머리를 떠나지 않는 건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사랑은 긍정적 에너지보단
부정적 에너지를 극대화시키는 촉진제가 되기 쉽다는 걸
김창완은 은연중에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게 되었을 때
그를 위해 무엇을 하게 되었다보단
그 때문에 무엇을 하지 못하게 되었다란
부정적인 결과물이 더 많다.
사랑에 빠진 많은 남자들이
사랑 때문에 죽을 만큼 술을 먹고
거리를 헤매는 모습은 많이 봤지만
사랑을 위하여 무엇이 되고자
오래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본 기억은 없다.
사랑에 빠진 여자들이
사랑 때문에 밥을 굶고
눈물로 지새운 불면의 밤을 보내는 모습은 봤지만
사랑을 위하여 새벽 영어강좌에 등록하거나
양로원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하는 모습도 본 기억이 없다.
사람은 원래부터 아프고 싶은 메저키스트의 욕구가 있는 걸까.
아프고 좀 망가지고 싶은데
사랑 때문에 그런 게 제일 근사해 보이는 게 아닐까.
돈 때문이라거나 경쟁심 때문에
혹은 마음에 안드는 가족 때문에
"술 먹고 확 망가져버리겠어."
"며칠간 깽판부리고 일하지 않겠어."라고 하면
사회적 공감을 얻기가 어렵지만
사랑 때문에 헤매고 있다면 인성을 갖춘 대부분은 이해해준다.
그래서 사랑에 집착하는 걸까.
망가져도 합당한 이유가 그거라서.
사랑이란 참 좋은 일이지만
그걸 긍정적으로 풀어내기란 어려운 일인 듯 하다.
지난 시절 내가 누군가를 좋아했던 짧은 시간들을 기억해봐도
그랬던 것 같다.
수업을 빼먹고 몇날며칠 술에 취해 길바닥에 퍼져 있을 때나
'이젠 다 그만 두자.'하며
목숨 아까운 줄도 모르고 턱 없는 짓을 하려했을 때도
그 이유는 오로지 '사랑'이었다.
사실 그게 100% 진심은 아니었다는 걸 그땐 몰랐다.
이제는 그러지 말아야지.
누구를 좋아하게 되면 그를 위해 더욱 발전하려고 애써야지.
그리고 그런 사람을 못 만난다 해도
그냥 나 자신을 위해서 발전하려고 애써야지.
정말 쉽지 않은 일이지만
나는 망치는 이유를 찾으려 하며 살진 말아야지.
그 어떤 상황에서도 기운을 차릴 줄 아는 인간이 되어야지.
어린 시절이 그리우면서도 부끄러운 것은
내가 성실하게 살지 않았다는 것을
그저 아프기만 하려 했을 뿐 그 이상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사랑으로 고통받는 낭만을 즐기려 했을 뿐
내가 서 있는 자리를 개선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적이 없다.
이젠 정말 그러지 말아야지.
이 미친 게으름도 이젠 날려버려야지.
두려움아, 가라.
외로움도 가라.
세상의 죄많은 어린 양들을 위해
십자가를 짊어지고
골고다 언덕을 올라갔던 예수님은 아니어도
나는 그냥 나 자신을 잘 짊어지고 가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