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공부를 하는지, 공부를 어떻게 하는 것이 재미있는지에 대한 자기 생각이 없으면 몇 단계씩 앞선 선행학습을 계속해 나가기가 힘들다. 실제로 전반적으로 성적이 우수하고 학습동기가 풍부한 아이들은 자체 동기와 주변 친구들의 자극을 받아 어려운 수준의 공부도 성실하게 잘 따라와 준다. 성적은 좋지만 공부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는 아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과목을 제외하고는 집중하지 않거나 성적이 고르지 않는 등 들쑥날쑥한 모습을 보이기 쉽다.
학원에서는 짜여진 큰 커리큘럼에 따라서 수업이 진행된다. 학원이나 학교에서 본 시험 결과를 보고 그 수행 정도와 상태, 각 과목의 필요한 부분을 집에서 꼼꼼하게 지도해주는 것이 가장 이상적. 하지만 대부분은 이 당연한 과정을 하기가 현실적으로 힘들다. 부모가 아이의 학습을 꼼꼼히 봐줄 수 있는 단계는 아무리 너그럽게 봐도 초등학교 2, 3학년 정도일 뿐, 그 이상이 되면 학원이나 과외 등 사교육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사교육에 아이 학습을 맡기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 부모가 어떤 그림을 갖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옆집 아이와 비교해서 누구는 어디까지 진도가 나갔다더라, 무슨 교재를 공부한다더라 하는 이야기에 일희일비해서는 안 된다. 부모들이 이런 노파심 때문에 무리한 학습 목표를 짜고 밀어붙인다면 그것은 부모의 욕구충족일 뿐, 아이의 장래와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아이가 어느 정도를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지를 잘 파악한 다음, 아이가 하나씩 성취할 수 있는 단계를 세워서 장기적으로 꾸준히 실천한다. 현재 초등학교 4학년인데 덧셈·뺄셈만 겨우 되고 곱하기에서 자주 틀리며 나누기는 한 자릿수만 되는 학생이라면 학교 진도에 맞춰 모든 단원을 따라잡기란 아주 어려운 일. 현재 수준을 감안한 짧은 단기 목표를 잡아 이를 성취할 수 있게 도와준다. 반대로 또래보다 훨씬 뛰어난 아이라면 좀더 알고 싶다는 궁금증을 심어주는 것이 우선이다. 궁금한 것이 없기 때문에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므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질문을 해서 아이 스스로 배우고자 하는 욕구가 생기도록 유도하고, 그때그때 호기심을 충족시켜준다.
어찌 보면 좀더 많이 공부해야 할 사람은 아이가 아니라 부모다. 더 많은 정보와 고민을 토대로 아이에게 딱 맞는 눈높이를 찾아주는 것이 부모의 가장 큰 역할이기 때문이다. 집안에 앉아서 이웃 엄마들과 함께 옆집 아이는 시험을 100점 맞았다더라, 어느 학원에 보냈다더라 하는 이야기만 나눌 것이 아니라 각종 부모교육 세미나에 대한 정보나 칼럼, 읽을거리가 실린 신문과 잡지 등을 나눠야 한다. 장기 학습프로그램의 틀을 세워주고 그 안에서 섬세한 코치를 하는 것이 바로 부모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