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부산국제영화제가 남긴 진짜 숙제는?

제세한의원 |2007.12.18 15:35
조회 60 |추천 0


지난주 폐막된 제12회 부산국제영화제는 날씨부터 도와주지 않았다. 영화제 기간동안 잦은 비로 행사 진행에 애를 먹는 등 궂은 날씨탓에 이런저런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주최 측의 미숙한 행사 진행도 거슬렸다. 세계적인 영화음악가 엔니오 모리코네에 대한 불친절한 의전 시비와 영화 ‘M’의 기자회견 파행을 둘러싼 지적으로 연일 시끄러웠는데. 그 동안 열정 하나로만 버텨온 자원봉사자 등 행사 진행요원들의 전문성 부족이 드러난 듯싶어 매우 안타까웠다. 또 일부 정치인들의 환영받지 못한 등장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순수한 영화 축제로 남아야 할 부산국제영화제가 대선 주자들의 유세장으로 전락한 이번 일은 어쩌면 두고두고 오점으로 기록될 수 있는 불상사였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문제점 외에도 부산국제영화제가 올해 남긴 진짜 숙제는 따로 있는 것같다. 바로 영화제의 향후 진로를 좌우할 정체성 문제다. 우리에게 ‘양철북’으로 잘 알려진 독일의 폴커 쉴렌도르프 감독은 영화제 부대 행사인 마스터 클래스에서 이와 관련해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던졌다. “칸이나 베를린은 비대해질대로 비대해진 공룡같은 영화제다. 영화인들끼리 편하게 만나 대화할 수 있는 기회조차 마련되지 않는다. 반면 지금까지 부산은 그렇지 않은 것같다. 부산이 칸과 베를린처럼 되지 않기를 바란다.”

쉴렌도르프 감독의 말은 칸과 베를린에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조촐하고 오붓한 부산의 분위기를 칭찬하는 것마냥 들린다. 그러나 조금 더 깊게 생각해보면 말에 담긴 속뜻이 와 닿는다. 지나치게 비관적인 확대 해석인지 모르겠으나. 부산도 칸과 베를린을 닮아 외형적 성장을 우선시하는 쪽으로 점점 따라가고 있음을 내심 걱정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출범 이래 이제까지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 영화의 숨겨진. 그리고 폭 넓은 스펙트럼을 전 세계에 알리자는 취지로 열려 왔다. 그러던 중 지난해부터는 아시안필름마켓을 신설해 ‘영화 시장’으로서의 기능을 추가하기 시작했다. 칸 베를린 베니스 등 세계 3대 국제영화제의 산업적 성격을 부산에도 도입하자는 주최 측의 의중으로 여겨지는 징표인데. 이를 시작으로 ‘내실 다지기’와 ‘규모의 성장’사이에서 방황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조금씩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실례로 아시안필름마켓이 아시아의 유망주들을 널리 소개해 합작영화의 캐스팅을 주선하자는 의도에서 마련한 스타 서밋 아시아에는 한중일의 인기 배우들이 대거 초청됐다. 그러나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이들 대부분은 행사를 알리는 대외과시용 초대손님 역할에 그쳤다. 아직 설익은 2회째임을 감안해도 행사의 모호한 성격은 여전했다.

체격을 키우면서 체력까지 함께 키우면 얼마나 좋을까. 영화제도 마찬가지다. 양질의 영화와 작가를 발굴하고 소개하면서. 규모를 확대하고 겉치장까지 화려하게 꾸밀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두 가지를 한꺼번에 다 성취하기란 쉽지 않다는데 부산국제영화제의 고민이 있다. 내년 13회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출처:스포츠서울닷컴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