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아담 쉥크만
절로 춤추게 만드는 영화
사실 이번 달 원고 쓰기 전, 일찌감치 이번 달엔 이 영화로 글을 써야지 점찍어뒀더랬다. 신나는 뮤지컬영화이고, 존 트라볼타가 주인공 뚱보소녀의 엄마(!) 역을 맡았고, 미국의 인종차별(더 나아가 모든 차이에 대한 차별)에 대해 정치적으로 올바른 소리를 하는 영화이고... 개봉 전 입소문이 퍽 괜찮았기 때문이다. 누가 주문한 것도 아닌데 아주 신나거나 가슴 뭉클한 감동이 있는 영화 이야기를 써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생기는 연말연시에 이만한 영화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대선이 끝날 때까지 내게는 극장에 갈 짬이 허락되지 않았고, 대선 직후 극장으로 달려갔을 땐 이미 이 영화가 간판을 내린 뒤였다. 오호, 통재라. 결국 내가 그다지 즐기지 못하는 컴퓨터 모니터로 영화보기를 통해 이 영화, 를 만나게 됐다. 그리고 생각했다. 뮤지컬영화의 사운드를 그다지 성능이 좋지 않은 스피커를 통해 듣는 것은 아쉬웠지만, 그래도 사람들 많은 극장에서 안 보고 누구 눈치볼 필요 없는 공간에서 마음놓고 본 것이 차라리 잘된 일이다, 라고.
영화를 보는 내내 책상 위에서는 어깨가 들썩거렸고 의자 아래에서는 음악에 맞춰 스텝을 밟아대는 발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극장에서 이런 식으로 영화를 봤더라면 주위 관객으로부터 욕 먹기 딱 좋은 관람태도였다. ㅋ
는 그런 영화였다. 영화가 들려주는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배우들의 몸짓을 보며 스텝을 밟는 영화. 촬영을 해서 모니터를 통해 보여줄 뿐, 사실 영화적 장치보다는 뮤지컬 그대로의 맛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영화. 그래서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즈음에는 뮤지컬 커튼콜 때처럼 객석에서 일어나 박수치고 춤을 추는 것이 어울리는 영화.
이 영화가 가진 주제의 정치적 올바름은 사실 이 영화에게 그다지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다. 솔직하게 까놓고 말해 주제는 너무나 직설적이고 단순해서 오히려 미국사회에 지금도 실재하는 인종차별이 마치, 행진 한번에 방송 한번에 완전히 사라져버렸을 것 같은 착각마저 일으키는 비현실적인 판타지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이 영화의 주제에 대한 이 따위 까칠한 평론은 쓸모없는 짓이다. 차라리 나이트클럽에 가서 참선을 하는 게 더 쓸모 있을 것이다. 크리스마스에 소복 입고 곡하는 게 더 나을 것이다. 그저 두 시간 동안, 신나게 웃고 신나게 춤추면서 영화 속 코니 콜린스 쇼의 청소년들처럼 즐기면 그만인 영화다.
아, 춤추고 싶다. 요즘 가수들의 보통 연습을 해서는 흉내내기도 어렵지만(심지어 국민댄스라는 텔미마저도... ㅠㅠ) 이 영화 속 춤들은 그냥 화면 보면서도 따라할 수 있을 법해서 더 좋았다. 시간 나면 나처럼 구식으로 놀기 좋아하는 친구들 불러모아 이 영화 틀어놓고 춤이나 춰야겠다. ㅋㅋㅋ
p.s. 내게 이 영화의 주인공은... 미안하지만 뚱보소녀 트레이시(니키 블론스키)가 아니라 트레이시의 엄마 에드나(존 트라볼타)였다. 존 트라볼타가 화면에 나올 때마다 미치는 줄 알았다. 웃겨서, 신나서, 재미있어서. 중년의 뚱보아줌마로 분장했는데도 어찌나 몸이 가볍던지. 게다가 음식 앞에서 어김없이 나오는 그 천진난만한 표정이란. 존 트라볼타, 킹왕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