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번쯤 너를 우연히 만나는 날
혼자 마른 밥을 삼키고 있거나 지친 얼굴로 버스를 기다리고 있거나
누군가와 언성을 높이고 있거나,
복권을 사고 있을 때거나, 물건값을 깎고 있을......
그런 내가 아니기를.
한번쯤 너를 우연히 만나는 날,
꾸미지 않아도 눈부시던 나의 얼굴이, 네가 가장 좋아하던 나의 미소가,
꿈을 믿고 세상을 사랑하던 나의 심장이,
맑은 눈과 곧은 자부심이 너무 많이 변질되지 않았기를,
한번쯤 너를 우연히 만나는 날,
그날로 또 지상에서 우리가 영원히 끝이라 해도
허둥대며 달아나지 않게 되기를, 먼저 미소 지을 수 있게 되기를.
담담히 먼저 돌아설 수 있게 되기를.
그러나 한번쯤 너를 우연히 만나게 되는 그날은 영원히 내 인생에 기록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