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내포.
중화권 멜로의 르네상스?
중화권의 ‘서태지’(중화권의 '비'라는 비유에 발끈하는 팬들이 많았음)라 불리는 천재 뮤지션 주걸륜이 감독, 각본, 주연을 담당한 영화 은 이미 어둠의 경로로 국내에 유통되어 개봉되기도 전에 포털 사이트에서 수개월간 네티즌 평점 1위를 달리는 기현상을 보여줬던 작품이다. 과연 이 작품의 어떤 면이 우리 네티즌들의 열광을 불러왔을까.
일단 최근 들어 연달아 국내에서 성공하는 있는 ‘음악 중심 영화’라는 면이 돋보인다. 예술고등학교 음악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사랑 이야기로 시종 주인공의 현란한 피아노 연주가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사랑은 음악을 타고 오듯이 영화 속 사랑의 매개인 음악, 특히 피아노 연주는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영화는 한참 감수성 예민한 시기에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를 시각화한다. 비밀스러운 멜로디가 이끄는 시공을 초월한 사랑은 ‘비오는 날의 슬픈 발라드’처럼 관객의 감수성을 자극한다. 여기에 중화권 최고의 스타인 주걸륜을 비롯한 푸릇푸릇한 배우들의 모습은 중화권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영화의 르네상스가 일어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하게 만들 정도다.
꼼꼼하지 못한 내러티브의 아쉬움
하지만 이런 감수성을 자극하는 요소를 살짝 거두고 영화를 들여다보면 영화는 꽤 큰 허점들을 드러낸다. 멜로디를 타고 시공을 초월하는 두 인물은 등장하지만 그로 인한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나 배경의 변화에 대해 영화는 꼼꼼하게 다루지 못하고 있다. 20년을 넘나드는 그들로 인해 주변이 전혀 영향 받지 않는다는 것, 오로지 그들의 의지대로 세상이 따라온다는 것은 지나칠 정도로 비현실적이다. 시공을 초월한 이동 자체가 비현실이긴 하지만 영화적으로 짜임새 있게 보여준다면 비현실도 감동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데 이 영화는 그런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공교롭게도 이 영화를 본 날 케이블 채널에서 [Back to the Future]시리즈 3편을 모두 보여줬었는데, [Back to the Future]가 영화 내내 시공을 뛰어넘은 사건 때문에 벌어지는 일을 수습하기 위해 애쓰는 것으로 에피소드를 채우고 있는 것과 달리 [말할 수 없는 비밀]은 그런 부분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최소한 여자 주인공의 어머니와 남자 주인공의 아버지가 등장하는 부분에서 이런 영향이 느껴지는 에피소드가 담겨졌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우리나라 영화 [동감]도 시간을 초월한 사랑을 다루지만 이 영화는 실제로 그들의 만남이 이뤄지는 부분을 현실에 입각해서 다루는 방법을 활용하여 관객들이 허구에 대해 느끼는 거부감을 없애면서 관객의 감성에 호소하는 데 성공했었다. 하지만 [말할 수 없는 비밀]은 그 ‘비밀’이라는 요소에 지나치게 자만한 나머지 과욕을 부린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사족)
이 영화에는 [무간도]로 유명한 배우 황추생이 상륜(주걸륜)의 아버지로 출연한다. 샤오위(계륜미)의 옛 선생님이기도 한 그는 샤오위와 상륜 모두에게 ‘잡념’에 대해 경계하게 한다. 바로 이 ‘잡념’이 샤오위의 비극을 만들고 샤오위와 상륜의 사랑을 만들어내는 요소이기도 하다. 재미있는 건 주걸륜이 국내 내한 인터뷰에서 이 영화를 어떻게 만들게 됐냐는 질문에 ‘그냥 떠오른 생각에 의해서 3~4개월만에 준비하고 만들었다’라고 대답하는 부분이다. 바로 바쁜 일정 속에 든 ‘잡념’ 때문에 이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이 탄생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주걸륜은 ‘잡념’의 가치에 대해서 상당히 높게 평가하지 않을까. 자신의 모든 창작의 근원이 이 ‘잡념’으로부터 나오고 영화 속에서는 시공을 초월한 사랑까지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니 그야말로 ‘잡념’에 대한 예찬을 하는 아티스트가 아닌가 추측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