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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영어도 영어다.

한민석 |2008.01.15 17:50
조회 84 |추천 1
흑인 영어도 영어다 (Ebonics alive)

1975년 Washington대학(Saint Louis소재)의 Robert R. Williams교수는 Ebonics라는 책을 썼다. ebony(=black)라는 말과 phonics(음향학)을 합성하여 흑인 영어의 특성과 실상을 설명했다. 흑인 영어가 단순히 ‘bad English’의 표본인 것처럼 알려진 것에 대해 심리학 교수로서 그 특성을 알리고자 한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흑인 영어는 Black English라고 불리고 있었다. Ebonics라는 유행어를 본떠서 Chicago쪽의 영어를 Chicagonics, 유태인들의 영어를 Hebonics, TV의 게임 쇼를 TVbonics, 정비공 영어를 Greasebonics라고 부르는 말이 생기기도 했다.

사실, 흑인 영어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영어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사투리가 흔히 일정 지역에 국한되는 반면, 흑인 영어는 지역보다는 거의 모든 사회계층이 이해를 한다. 우선 흑인 영어는 표준 영어의 사투리나 변형으로서 어디를 가도 일정한 사용층이 있다. 또, 2차 대전 후 미국의 은어중 상당수가 흑인영어에서 유래하였다. ‘좋다’고 맞장구치는 Right on은 TV, Radio에서는 물론 정치인도 사용하며, ‘바가지 썼다’, ‘당했다’는 뜻의 ‘rip off’도 그렇고, 오늘날 rap song으로 잘 알려진 rap도 ‘talk, argue’의 뜻으로 흑인 영어에서 시작된 말이다.

women을 fox로, 성인 남자를 dude로 부르는 것 모두 흑인 영어, 그것도 빈민 흑인계층에서 출발하였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는 흑인 영어가 듣기 어렵고, 비문법적이며, 무지한 표현 방식을 쓴다고 생각하지만, 미국인들은 거의 이들 말을 잘 알아듣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사전 편찬자들이 하는 말처럼, ‘통용되는 말은 힘이 있다’는 원칙 때문이다. 게다가 성공한 흑인들은 나름대로의 표준어(Standard English by Blacks)를 구사한다고 주장한다.

가령, 흑인들이 하는 말을 적어보면 ‘(1) He be sick’이라고 하는 말과 ‘(2) He sick’라고 할 때가 있는데 (1)의 경우 ‘항상 아프다’는 뜻이고, (2)에서는 ‘지금 아프다’는 의미다. be를 넣고 뺌에 따라 의미 차이를 둔다. 이것은 곧 흑인 영어는 일반 영어와 달라 보이지만 그들 나름의 일정한 규칙을 지키고 있음을 말한다. 또 흑인들은 ask를 ax처럼 발음하는가 하면, ‘mass’, ‘mask’ ‘mast’의 발음을 거의 똑같이 한다.

그만큼 받침 발음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Washington 지역의 조사에서는 흑인은 ‘동사’(Verb)에서 마지막 ‘-s’를 빼고 말하는 사람이 80%가 넘는다고 했다. 그러면 ‘흑인 영어’(Black English)가 사투리일까, 별도의 독자 언어일까. 이에 대해 언어 사회학자들은, ‘군대에는 육군도 있고 해군도 있지 않은가’( A language is a dialect with an army and a navy.)라고 반문한다. 사투리로 여기는 셈이다.

캐나다가 영어와 불어를 모두 허용하듯, Hawaii주에서는 영어와 하와이어를 공존시키고 있고, NEW MEXICO(1989), OREGON(1989), RHODE ISLAND, WASHINGTON 주(州)에서도 영어만을 공용어로 강요하고 있지는 않다. 20여 개 주에서 영어를 강제하고 있는 현실이지만, 흑인 영어는 사투리이면서 독자 영어의 길을 유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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