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남자]
긴 머리 치렁치렁한 그녀.. 오늘은 어쩐일로 모자를 쓰고 나타났습니다~
"어유~ 모자썼네? 야~ 진짜 안 어울린다.."
나는 농담이라고 한말이었는데 그녀는 얼굴이 빨개집니다.
자기도 안 어울리는 거 아는데 머리를 안 감아서 어쩔수가 없었다고...
안그래도 안 쓰던 모자를 써서 머리가 답답해 죽겠다구요~
"에이~ 머리 안감으면 어때~ 머리 눌렸어도 뭐 괜찮으니까
답답하면 벗어! 냄새만 안 나면 되지 뭐.. 너 설마 냄새도 나는 건 아니지?"
그러자 모자 밑에서부터 내 얼굴로 날아오는 찌릿찌릿 그녀의 눈초리..
앗! 저것은 삐질랑 말랑하는 징조입니다.
얼른 아무말이나 해서 기분을 풀어줘야죠.
"아니 저기 내가 어디서 들은건데? 머리를 감겨주는 남자는 되게
로맨틱한 사람이래~ 또, 어 세수를 시켜주는 남자있지?
코 힝~ 해주는 사람, 응? 이거 흥흥~ 그런 사람은 정말 정이 많데~
그리고.. 음... 등을 밀어주는 남자 있잖아~? 그런남자는 어, 어.."
그녀는 눈을 반짝거리면서 내 말을 기다리지만 막 지어내다 보니
감자기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어, 저기 그러니까.. 아이, 거시기~ 그.. 등을 밀어주는 남자는..
아이~ 그, 팔뚝이 굵겠지? 아~ 우리 자기 등짝 넓은 것 좀 봐~
하하하하~ 하하~ 이게 아닌데 쩝쩝.."
하지만 다행인 건 그녀도 웃어줬다는 거.. 뭐, 그녀가 웃으면 된거죠~
[그여자]
특기죠, 특기! 저렇게 어디에도 없는 말 갑자기 지어내서는 우엉우엉 떠드는 거~
막상 얼굴을 보면 준비한 말도 잘 못하는 나랑은 아주 많이 달라요~
어렸을 때... 아니 학교 다닐때까지도 난 남들 앞에서 말문이 막히면
그자리에서 울어버리는 아이였었거든요. 근데 남자친구는..
음.. 보시다시피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다가 나랑 눈이 딱 마주쳐도
당황하기는 커녕 저렇게 눈웃음까지 치며 잘도 넘어가죠~
사실 나 아까 남자친구 이야기 들으면서도 내내 걱정했어요~
'아~ 머릴 감겨준다고? 글쎄, 미용실 의자가 없는 상황에서 머리를 감겨주려면
내가 엉덩이를 쭉 내밀고 허리를 구부려야 될텐데? 그거 흉할텐데~
그리고 세수도 좀.. 나 세수하면 눈썹 없어지는 데~?
등 밀어달라는 게 제일 나을래나? 근데 하필 그날, 때가 많이 나오면 어떡하지?'
뭐, 그런 생각을 했었거든요~
하지만 이젠, 너무 심하게 고민은 안해요~ 남자친구는 벌써 다 잊어버렸을 거니까..
아마 내일 쯤 내가 이런이야기를 꺼내면
"뭐?뭐? 아, 아아아아~ 그거 내가 뭐랬더라? 어어어어어~"
그럴껄요? 으휴~ 우린 이렇게나 달라요~
그래서 서로를 보면서 웃을일이 많은가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