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주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6000억원대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1992년 증시 개방 이후 주간 단위로는 최대 규모였다.
최근의 외국인 매도는 미국 투자은행들의 유동성 부족과 이에 따른 부분적 신용경색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특히 90년대 이후 가속화한 금융 세계화를 주도했던 것은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관련 손실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메릴린치, 씨티그룹, 모건스탠리 등 미국의 투자은행(IB)들이다.
이들의 유동성 위기는 한국 등 개방화가 진전된 이머징마켓에서의 외국인 매도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미국 투자은행들의 모기지 관련 손실은 올해 1·4분기까지는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1·4분기 내에 외국인의 매도세가 매수세로 바뀔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관건은 국내 주식형 펀드가 외국인 매물을 얼마나 잘 받아낼 수 있을 것인가에 있다. 단기적으로는 국내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 유입 규모 확대를 기대해 볼 만하다.
단기간 코스피지수의 급격한 하락은 저가매수를 노린 투자금 유입의 계기가 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코스피가 급락했던 8월과 11월에도 국내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급증했다.
한편 일부에서 우려하고 있는 주식형 펀드에서의 자금 이탈, 이른바 ‘펀드런(대량환매)’의 현실화 가능성은 높지 않다. 과거에는 코스피가 고점 대비 20%가량 하락하면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이탈했다. 막바지 상투 국면에서 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집중 유입됐기 때문에 코스피가 조정을 받으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곧바로 마이너스로 반전되는 상황이 나타났고, 주식형 펀드에 대한 인기도 시들해졌던 것이다.
그렇지만 2003년 이후 나타나고 있는 이번 강세장은 과거와 다르다. 코스피가 800선을 넘어서는 시점에서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유입이 시작됐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고점 부근에서의 쏠림 현상은 없었다.
이번 상승 국면에서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 유입 규모가 가장 많았던 지수대는 현재의 코스피 수준보다 훨씬 낮은 1200~1400선이었다.
지난해 하반기 코스피 1800선 이상에서도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 쏠림 현상이 나타났지만, 과거와 비교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낮은 지수대에서도 큰 규모의 자금이 유입됐기 때문에 아직까지 주식형 펀드 가입자들은 전체적으로 적지 않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미국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고 있고, 주식시장도 이를 반영해 불안정한 움직임을 나타낼 것이다. 그렇지만 미국 경기 둔화가 곧바로 아시아 경제의 성장에 제동을 걸 것이라는 우려는 지난 수년간 아시아 경제가 보여준 성장 잠재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시장은 앞으로도 변동성 높은 움직임을 나타내겠지만, 현 지수대에서 코스피 지수가 한 단계 더 평가절하될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