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 다양한 공동체, 다양한 삶 ③
지식이란 무엇인가, 공부란 무엇인가, 배움이란 무엇인가. 학력 중심, 학벌 중심의 사회에서 초/중/고/대학까지 10년 이상의 시간동안 우리는 무엇을 위해, 무엇을 배워왔을까. 우리 사회에서 ‘연구자’란 어떤 사람들로 인식되고 있을까. 여기, 단지 공부하는 것이 좋은 사람들이 모여 지식과 공부와 배움의 본래의 의미를 찾고 그 즐거움을 함께 하는 공간을 통해 ‘연구자들의 공동체’가 어떻게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지 들어본다.

연구공간 수유+너머를 소개합니다.
만세(연구공간 수유+너머 연구자)
안녕하세요. 연구자들의 공동체 연구공간 수유+너머입니다. 저희는 연구자라는 학위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 공부의 힘을 믿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이나 글로 자신을 치장하는 사람이 아니라, 공부를 통해 나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연구자라고 생각합니다. 연구공간 수유+너머는 그런 연구자들이 함께 공부하고 살아가며 친구들과 만나는 공간입니다.
첫째, 무엇보다 함께 책을 읽고 공부를 합니다.
구성원들이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세미나’가 연구실 공부의 기본입니다. 현재 25개가량의 세미나가 운영되고 있으며, 고대철학부터 뇌 과학이나 불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주제들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연구원들의 관심사나 전공이 다양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나를 깨고 세상을 달리 볼 수 있게 하는 공부는 자기 전공이나 영역에 얽매이지 않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분기별로 강좌를 개설합니다. 그간 공부를 통해 얻은 지혜를 좀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 위함입니다. 강좌 역시 다양한 주제를 다양한 형식으로 구성하고 있습니다. 강사가 말하고 학생은 듣는 일반적인 강좌는 물론이고, ‘스피노자’나 ‘용수’ 같은 대가들의 글을 함께 읽는 독서 강좌, 사진이나 조각을 배우고 작품을 만들어보는 예술 강좌에 이르기까지 여러 강좌가 준비되곤 합니다.

둘째, 연구실은 다른 삶을 실험하는 생활공간이기도 합니다.
공부는 새로운 삶의 실험이나 구성으로 이어질 때에 가치가 있다고, 아니 바로 그런 실험과 구성이 공부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연구실은 함께 밥을 지어먹습니다. 매일 점심과 저녁을 모든 연구원들이 돌아가며 직접 준비합니다. 그래서 모두가 값싸고(한 끼 1800원~) 좋은 밥을 먹을 수 있습니다. 벌이가 일정치 않은 대부분 연구원들에게 주방은 생명줄(^^!)이나 다름없습니다. 거꾸로 벌이에 매이지 않고 여러 가지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베이스캠프이기도 합니다. 나아가 식사 준비를 단순히 노동을 분담하는 게 아니라 동료에게 선물하는 방법을 익히는 훈련과정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주도적으로 활동하는 ‘일반회원’이 되려는 사람은 반드시 주방활동을 합니다.
정말 함께 살기도 합니다. 방 하나 얻으려면 등골이 휘어질 지경인 서울에서 살아남기 위해, 여러 연구원들이 함께 집을 얻어 생활하고 있습니다. 현재 8명 정도가 집을 얻어 월세를 모아 내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한 달에 10만 원 정도로 집세를 해결하고, 전혀 다른 생활습관을 가진 이들과 같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연습합니다. 돈에 얽매이지 않고도 지금보다 자유롭고 풍요로운 삶을 꾸릴 수 있다고 믿고, 어느 정도 그래왔다고 생각하며, 여러 가지 실험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셋째, 나아가 여러 다른 친구들을 만나 새로운 활동을 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긴장을 늦추면 아무리 좋은 활동이나 공부도 자족적이며 수동적인 습관이 됩니다. 여러 친구들과 소통하고 함께 함은 계속 깨어있을 수 있는 긴장과 힘을 줍니다. 작년 한미FTA 반대 운동에 결합한 후, 이주노동자 운동, 장애인 운동, 새만금 방조제 반대 운동 등을 해오며 많은 친구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여러 활동들을 통해 삶과 하나 된 공부를 경험하고, 더 많은 공부와 실험을 할 수 있는 힘을 얻습니다. 최근에는 비정규직으로 상징되는 ‘불안한 삶’에 대해 많은 이들과 함께 생각해보고자, 일종의 독서캠패인인 를 준비하고 여러 친구들에게 제안하고 있습니다.
이런 연구실 활동들에 하나의 원칙이 있다면 그것은 ‘선물의 정신’입니다. 선물은 교환과 달리 대가를 바라지 않는 증여입니다. 공부하고, 생활하고, 친구와 만나는 모든 활동은 대가를 바라고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내가 공부해 설명하는 대가의 사상이나, 준비하는 식사나, 만들어내는 활동은 동료들에게 주는 선물입니다. 누군가에게 여러 방식으로 선물을 하면, 그 누군가는 다른 누군가에게 또 선물을 하고, 이런 식으로 거대한 선물의 순환을 만들어내는 것. 나아가 서로 준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삶 자체가 서로에게 자극이 되고 선물이 되는 것을 지향합니다. 예를 들어 연구실에서 돈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다들 돈을 냅니다. 연구실이 존재함으로써 동료들에게 너무 많은 선물(값싼 밥과 풍요로운 지식)을 받기 때문이며, 연구실 자체가 이미 큰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연구실은 실질적으로 많은 분들의 선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여러 활동으로 인연을 맺으신 분들이 보내주시는 쌀과 식료품이 없다면, 아무런 대가 없이 선뜻 주시는 회비들이 없다면, 연구실은 없어질 것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특별한 제도적 후원 없이 연구실이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은 수많은 분들의 선물 덕분입니다.

그렇다고 오해하지 마시길! 연구실은 매일 웃음이 넘치는 이상적인 공간이 아닙니다. 사람 사는 곳이 다 그렇겠지만, 치졸한 꼴도 서로 많이 보이곤 합니다. 운영에 뜻이 맞지 않으면 고래고래 소리를 치며 싸우기도 합니다. 많은 이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힘들어하고 괴로워하지요. 하지만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공동체는 문제가 없는 공동체가 아니라 문제를 적극적으로 드러내어 논의하고 심지어 문제를 새롭게 구성하는 공동체라고 생각합니다. 구성원들의 현재 상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공동체가 아니라 구성원들을 채찍질하고 스스로 극복할 수 있도록 하는 공동체라고 생각합니다. 소위 ‘아름다운’ 공동체보다 야만적일지언정 힘이 넘치는 공동체가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밥 먹고 공부해보지 않으시렵니까? 당신에게 선물이 되어 드리고 싶습니다.
ps. 모든 세미나에 누구든 함께 하실 수 있습니다. 다만 한 달에 한 번 세미나 회비 15000원을 내셔야 합니다. 대신 세미나를 몇 개를 하시든 회비는 한 달에 15000원입니다. 홈페이지 [세미나 안내] 란에 있는 글을 보고 세미나 반장에게 직접 연락하시면 됩니다. 강좌는 매 분기마다 개설되니 홈페이지를 참고해주세요. 식사 시간은 점심 12시-1시 저녁 5시 30분-6시 30분입니다. 누구든 언제든 오셔서 식사하실 수 있습니다.
* 출처 : 월간 인드라망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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