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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방비도시> 신파적 요소가 장르적 재미를 떨어뜨린 영화

박철원 |2008.02.01 17:41
조회 108 |추천 0


 

  영화 는 소매치기와 광역수사대라는 전문가들의 세계를 다루는 영화이다. 장르영화를 표방하고 소매치기 세계의 사실적 표현으로 기대받은 작품이다. 또한 손예진의 팜므파탈적인 연기변신과 연기력 하나는 최고로 인정받는 김명민이 호흡을 맞춘 작품이기에 더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언론시사회에서 처음 공개된 후 어설픈 캐릭터와 밀도가 떨어지는 이야기 등으로 전문가 세계의 긴장과 묘미는 다소 퇴색된 것이 아닌가 싶다.  

  범죄영화는 장르의 관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 분명 있다. 즉, 관객과 패가 읽히는 싸움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영화를 만드는 주체들이 알고 있는 만큼 보고 있는 관객들도 영화를 만드는 주체들과 싸움을 해가며 어떤식으로든 영화의 결론에 대하여 논하게 되는 영화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리얼 소매치기 범죄액션"을 표방한 는 그렇게 장르적 영화로 만들어졌어야 하는것이 아닌가 싶다. 영화를 만드는 주체들이 표방하며 홍보한대로 말이다.  

  의 조감독 출신인 이상기 감독의 데뷔작인 는 소매치기 전과 17범 강만옥(김해숙)을 어머니로 둔 광역수사대 형사 조대영(김명민)은 일본에서 활약하다 국내로 복귀한 소매치기기 일당'삼성파'의 두목인 섹시한 백장미(손예진)을 소매치기 조직 소탕 과정에서 우연히 만나 매혹을 느끼며 느슨하지만 단단한 운명의 끈으로 엮이게 된다는 시놉시스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조대영과 백장미의 장면은 영화 속에서는 맥거핀과 같은 요소로 작용된다. 다시 말해서 영화가 전면에 내세웠던 팜므파탈적인 백장미가 조대영을 유혹하여 영화의 장르적 색깔을 내세우려 했던것 같지만 결과적으론 영화의 줄거리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은 구도로 작용하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여지는 맥거핀이라는 것이다.  

  는 소매치기를 소재라는 다뤘다는 점에서 영화와 비교를 하게 만든다. 도박이라는, 누구나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실상 속속들이 사정을 모르는 세계를 영화적으로 개척했다. '탈', '선수', '판때기'니 하는 전문용어들이 도박의 세계를 입체화하는 데 기여했다. 그렇게 구체적으로 파고들다보니 난다 긴다 하며 손 잘리고 귀 뜯기는 도박의 세계가 이곳, 현실과 다를 바 없어진다. 도박이 곧 세상이고 세상 사는 게 도박과 다를 바 없는 욕망의 진풍경이 의 구체성 밑에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는 구체성과 보편성 양 측면에서 영화는 실패하고 만다. 물론 영화 초반에 국내 영화에선 최초로 다뤄지는 기업형 소매치기라는 소재는 구체적이었고 신선했다. 그러나 신선한 소재를 다루는 방식이 문제라면 문제가 아닐까?  

  격렬한 몸싸움으로 시작한 영화는 일본 오사카 역에서 대범하게 가지치기(소매치기를 하다가 걸렸을 때 손을 그대로 그어버려 손을 놓게 하는 소매치기 용어)를 하는 백장미를 보여준다. 이 장면은 백장미의 과단성과 잔혹함을 보여주기 위해 준비된 충격이다. 이와 함께 영화는 재빠르게 소매치기단의 구성요소들을 제시한다. 사장, 기계, 안테나, 바람으로 구성된 소매치기들은 경찰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범죄 집단이다. 잡힌다 싶으면 물불 안 가리고 회칼로 상대를 찌르고 도망가는 비열한 녀석들이 소매치기단이니 말이다.  

  이처럼 소매치기단의 구성을 보여준 이후, 영화는 빠르게 세력 다툼을 벌이는 소매치기 집단들을 보여준다. 사람들의 이동이 많은 곳을 중심으로 형성된 소매치기 구역에 백장미는 새로운 주인이 되고자 한다. 세력 다툼과 함께 영화가 볼거리로 제시하는 것은 다양한 소매치기 방법들이다. 필(면도날을 개조해서 만든 소매치기 도구), 바닥치기, 안창따기, 올려치기 같은 소매치기 방식이 슬로모션으로 상세히 제공된다. 하지만 영화의 재미는 여기까지이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영화의 재미를 후반부에 모성애가 흐르는 신파로 변질되어 소매치기의 세계를 보여주려는 장르적 플롯은 급격하게 헐거워지게 된다. 김해숙이 출연해 거침없이 눈물샘을 자극했던 는 차라리 정직하다. 출소한 양아치 양아들이 개과천선하여 어머니를 찾아와 바르게 살려 하지만 주변의 건달들이 가만 놔두지 않는 다는 전형적인 스토리 라인은 우리의 상업영화의 클리셰를 대놓고 수용하지만 알면서 관객들은 울고 웃을수 있었다. 하지만 는 소매치기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조대영의 과거와 어머니와 아들이라는 신파로 넘어가면서 주인공 세사람이 운명적 관계에 있었다는 친절한 설명으로 마무리 짓는 영화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영화 를 설명하자면, 영화에서 보여준 소매치기 기업의 구성과 유사한 구성방식과 동일하다고 볼수 있다. 주인공 손예진, 김명민이 바람 역할을 했다면 정작 주머니를 터는, 그러니까 관객의 심금을 터는 기계 역할은 '혈육지정'이라는 고전적 서사가 담당한다. 국내 최초의 기업형 소매치기에 대한 범죄영화지만, 영화가 기대고 있는 이입의 물꼬는 하필이면 소매치기를 사랑하고 하필이면 소매치기 전과 17범인 엄마를 둔 한 남자의 비극에 있다. 죽도록 미워하는 소매치기 전과자 어머니와, 우연히 만났지만 너무 매력적인 여자 사이를 오가는 형사 조대영은 의존적인 캐릭터다. 각주를 통해서만 이해되는 문장처럼 조대영은 부수적 존재다.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은 캐릭터가 없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소매치기 일당의 실상을 조망하겠다는 의도로 짧은 호흡의 컷을 이어 붙여 '소매치기 이렇게 하면 2시간 만에 마스터한다'를 보여주는 것처럼 친절한 실상을 알려주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시퀀스 내의 긴장감? 범죄 현장을 고발하는 리얼 드라마? 백장미를 제외한 '삼성파' 조직원 세 명은 제스추어만 있고 디테일이 실종된, 플롯에 복무하는 '기계'들일 뿐이다. 그건 조대영을 제외한 형사들도 마찬가지다. , 최동훈의 감독의 연출이 그리워지는 대목이다. 하지만 백장미를 연기한 손예진에게도 아쉬움은 묻어난다. 영화에서 팜므파탈로 변신할 손예진에게 주목하라고 부추겨 놓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동대문과 명동을 활보하는 그녀가 소매치기범이라기보다는 런웨이를 걷고 있는 모델로만 보인다. 미리 부추겨놓은 말에 충실해야한다는 부담때문인지 섹시해 보이기 보다는 섹시해 보이려 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는 손예진의 연기력 부족이나 매력이 결여됐다는 말을 하려는게 아니라 연출적인 역활에서 백장미 캐릭터를 뽑아내는데 실패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에서 아쉬워지는 것은 제 몫을 다한 배우들이 아닌가 싶다. 나문희 여사에 버금가는 모성 눈물 연기의 대가 김해숙은 당뇨병 환자의 고통을 섬세하게 표현해 낸다. 화제의 중심인 손예진 또한 의 코믹 내숭녀 연기의 대척점인 백장미를 표현하는데 있어 노력한데 있어 성공적이다. 장르적인 과장된 수식에 살짝 손예진 특유의 연약함을 얹어 넣으면서 최소한 장르 안에 살아 숨쉬는 소매치기 보스를 만들어 낸 것. 하지만 전작 과 대동소이한 캐릭터를 연기한 김명민은 드라마에서 장점으로 승화됐던 다소 고양돼 있는 마초 캐릭터가 제대로 전달이 안된 느낌을 받는다.  

  의 가장 큰 수확이라면 그동안 센 영화들에서 종종 얼굴을 비추었던 조연배우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만져질 듯 그려낸 뒷골목 야간촬영 역시 도시의 질감 하나를 제시해주었다. 손병호, 김병옥, 김준배 같은 배우들은 어떤 작품에서든 배우의 가치를 생각게 한다. 나 를 통해 엄마로 굳어졌던 김해숙이 단숨에 '필밥' 먹는 소매치기 기계로 변신한 것은 반드시 기억해야 할 만한 사건일 것이다. 이처럼 영화 는 괜찮은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지만 어딘가 어색한것을 느낄 수 있다. 이부분이 앞에서 계속 언급한 신파적 요소로 변해가는 장르적 영화의 본질 상실이 아닌가 싶다.  

  영화의 제목인 는 이탈리아의 거장 로베르토 로셀리니 감독의 고전을 영문 제목까지 그대로 가지고 왔다. 하지만 그 이유가 동대문과 명동이라는 지명을 활용하고 그곳에서 소매치기 일당들의 세력 다툼과 범죄 현장을 보여주고 그곳을 로케이션을 했기 때문이라면 이것은 웃을일이 아닐 수 없다. 영화를 보는 내내 대체 무방비도시는 어느 부분을 보면서 느껴야 하는것인지 궁금증만 늘어났다.   김해숙의 연기 변신을 기대하고 손예진의 섹시미를 볼 의향이 있는 관객들과 소매치기의 리얼드라마를 기대하는 관객, 장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갖지 않을 수 있는 관객에게는 이 영화를 추천한다.

 

(씨네통 닷컴 빡's의 기자시사회 리뷰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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