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사랑을 말하다

김진우 |2008.02.03 14:19
조회 40 |추천 0


.

.

.

.

.

 

너의 손을 잡았을 때 그 체온을 아직 기억한다.

그리고 너의 머리냄새도.

냄새라고 표현해서 좀 그렇지만

 샴푸나 비누 향 말고,

 너의 머리에서만 맡을 수 있는 그런 거 있다.

내가 느끼는 거. 달달하고 은은한데 인간적인 거.

키스할 때도 그렇지.

사탕 같은 걸 깨물어 먹고 난 뒤에는

레몬 맛이나 딸기 맛이 날수가 있겠지만

그거 말고 네 입술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거.

그런 거 있다.

입에 쓴맛이 남아있다며 숨을 내뿜지 않을 때,

그럴 때도 내게 전해져 오는 달달하고

은은한데 인간적인 거.

그렇다.

사람의 마음은 구름 같아서

 여기저기 흘러 떠다니고 만질 수가 없지만

사람의 몸은 실제 하니까.

곁에 둘 수 있으니까. 볼 수 있으니까.

더 생생하고 그래서 추억은 더 강렬하다.

그래서 어떤 날은

곁에 둘 수 있는 너라는 사람만을 원하기도 한다.

마음 따위야, 인간의 나약한 정신 따위야,

 누가 가져가 버렸든 상관 안 할 테니까.

어디선가는 이런 결혼식이 있다고 한다.

신랑과 신부가 아무 말도 없이

한 시간동안 서로의 눈동자만 바라보는 결혼식.


물론 상상해보면 그것도 참 고되겠지만

 그래도 약간 그럴싸하단 느낌도 들고,

왠지 의미 있는 거 같기도 하다.

우린 그렇게 오랫동안 서로를 바라본 적이 있었던가?

아니다.
일분도 못 가서 서로 쿡쿡 웃어 버렸을 거다.

쓸데없이 진지해지는 건 서로 못 참아했으니까.

하지만 지금 생각하는 건 그때 더 많이 봐둘걸,

더 많이 눈에 넣어둘걸,

볼 수 있었을 때 실컷.

그리고 주머니에 손 넣고 있을 시간.

더 많이 네 손을 잡고 있을걸.

사람 몸에서 가장 큰 기관이 피부라고 들었다.
피부는 우리가 모르게 끊임없이 벗겨지고

4주마다 한 번씩 완전히 새로운 피부는 바뀌는 거라고.

 한 달에 한 번씩 새 옷을 입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람은 평생 동안 천 번 정도 헌 피부를 새 피부로 바꾸는 거라고.

그렇구나.
내 손에 남아 있다고 생각했던

네 피부의 체온과 흔적 같은 것들.

너도 나도 사실은 다 버린 거로구나.
우린 다시 새로운 피부로 살아가는구나.
마음은 아직 새 마음으로 갈아입지도 못했지만.

 


사랑을 말하다.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