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올해 중3이 되는 학생인데요,
지하에 홀로 쓸쓸히 지내시는 할머니가 안스러워, 사연을 알리고자 글을 적습니다.
우리 가족은 2년동안 지내던 정든 집을 떠나, 두 칸짜리 작은 빌라로 이사를 왔습니다.
비록 크지 않은 아담한 집이지만 지하에 한 칸의 창고가 딸려 있었기에 새 집은 그럭저럭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였습니다.
저희 엄마는 창고에 잡다한 물건들을 넣어 놓으려고 지하에 내려갔습니다.
물건을 다 넣어둔 후 올라오려는데, 멀지 않은 곳에 요강을 들고 가시는 꼬부랑 할머니 한 분이 엄마의 눈에 띄었습니다.
거미줄이 뒤엉켜 있는 어두컴컴한 지하에 할머니가 계신다는 게 의아했던 엄마께선, 얼른 다가가 어디 사시느냐고 여쭈었지요.
그러자 그 할머니께서는 놀랍게도, 어둡고 으스스해 무섭기까지 한 지하 복도를 쭈욱 가르키시며, 지하방 109에 사신다고 하셨습니다.
우리 가족은 이런 저런 물건들을 넣어놓는 곳으로 사용하는 그 지하 창고가, 할머니에겐 하루하루 살아가는 집이였습니다.
88세의 적지 않은 연세의 할머니가, 햇빛 한 점 새어들어오지 않는 퀴퀴한 방에서 사시는 게 안스러웠던 저희 엄마께서는, 우리 집을 할머니께 알려드리며 놀러오시라고 했습니다.
캄캄하고 어두운 지하방에서의 삶은 너무 무료하셨던 모양인지, 할머니는 그 다음날을 시작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저희 집에 놀러오셨고 엄마께선 그 때마다 떡국도 드리고 간식도 드렸습니다.
맛있는 것을 드릴 때 마다 할머니께서는 미안하셨던지, "조금만 줘, 조금만"하시며 손사래를 치셨습니다.
그러다가 언제는 엄마가 저녁을 권하자 할머니께서는 "난 원래 아침 한 끼만 먹어, 괜찮아"하시며 거절을 하셨습니다.
언젠가 본 적 있는 할머니의 지하방에는 변변찮은 부엌 하나도 갖추어져 있지 않길래, 아침 한 끼만 먹는 것이 습관이 되셨나보다 하고 그 후론 우리끼리 저녁을 먹곤 했었지요.
그렇게 여느 때와 다른 바 없는 매일매일을 보내던 어느 날이였습니다.
엄마가 부업을 하고 있는데 그 날도 할머니가 놀러오셨습니다.
우리는 반갑게 맞이하고는 TV를 틀어드리며 하던 부업을 계속 하려는데, 할머니는 TV를 끄시더니 엄마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 부업을 거드시는것이였습니다.
할머니께 일을 맡기는 게 죄송스러워 몇번을 거절한 엄마였지만, 기어코 도우시려는 할머니의 고집을 꺾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할머니는 손이 아픈 일임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도우셨고, 할머니의 도움으로 평소보다 수월하게 부업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부업을 마치고나니 어느 덧 저녁 때가 다 되었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우리끼리 먹는 건 도리가 아니다 싶었는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할머니께 저녁을 권하였습니다.
그런데 평소엔 늘 거절하시던 할머니께서는 놀랍게도 드신다고 하시는 것이였습니다.
그것도 두 그릇 씩이나!
그제서야 엄마는 깨달았습니다.
그 동안 할머니께서 저녁을 거절하신 것은 우리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였다는 걸.
그래서 하루종일 먹는 것이라곤 교회에서 먹는 아침 한 끼임에도 불구하고 저녁을 권해도 거절하시고 간식 같은 것도 조금씩만 드셨다는 것을..
부업을 도와 준 다음에는 떳떳한 마음으로 저녁을 드실 수 있었던 것입니다.
엄마에게 이 얘기를 전해 들은 후, 그 동안 우리끼리만 맛있게 저녁을 먹었던 날들이 생각이 나 너무 죄송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엄마께, "이제 할머니 저녁도 챙겨드려요"라고 하니 당연히 그래야 한다며 눈시울을 붉히셨지요.
귀가 어두운 할머니 탓에 할머니가 놀러오실 때면 TV볼륨을 크게 틀어놔야하는 불편함도 있지만 나는 참기로 했습니다.
나는 고작 1분도 앉아있기 힘든 열악한 환경에서, 그것도 6년동안씩이나 혼자 사신 할머니가 불쌍하게 여겨졌기 때문이지요.
평소에 더 좋은 것을 입지 못 해, 더 맛있는 것을 먹지 못 해 주어진 것에 불평만 했던 지난 날들을 반성하며, 앞으로는 감사하는 생활을 하기로 다짐했습니다.
할머니,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세요!
아무리 웃으시라고 해도 이 이상은 웃질 않으세요 ㅠㅠ;
앞으로 할머니가 활짝 웃으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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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 관심 가져주실 줄 몰랐어요 ㅠ_ㅠ
지금은 댓글 삭제하신 것 같은데, 지어냈다고 하신 분들..
설 연휴를 맞아, 주변에 이웃들을 생각하는 시간을 갖자는 취지로 올린 글인데
그렇게 말씀하시면..전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 ㅠ
그리구 한 가지 좋은 소식입니다.
오늘 동사무소에서 오신 직원분께서, 할머니의 사연을 들으시고는
할머니의 아들(친아들이 아니라, 입양한 아들이라더군요.)분께
연락을 드렸더니, 그 동안 모시려고 했는데 형편이 안 되었다며 얼른
모시고 가신다고 하시는군요.^^
아마 이번 설 연휴가 끝나면 가실 것 같습니다.
많이 보고 싶을 것 같아요..ㅠ
여러분, 설 연휴 가족과 함께 보내시면서 주변 이웃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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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김지수님.
지하방인데 109호냐구요?
그러니깐 지하방은 위에 1층 사람들에게 딸려오는 원래 창고같은 거에요.
저희 집은 120호이니깐 창고방도 120호라고 씌여져있죠.
할머니가 형편이 안 되셔서 번듯한 집에서 수돗세 내고, 전기세 내고 하실 수 없으니깐
109호에 딸린 창고방에서 사시는 겁니다. 이제 좀 궁금증이 풀리셨나요?
지하방 109호라는건 1층 109호에 딸린 창고방이라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