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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크록

장슬기 |2008.02.08 11:06
조회 79 |추천 0


펑크(Punk)는 불꽃이다. 그것도 산과 들에 번져나가는 불길처럼 지긋지긋하게 오래도록 타오르는 종류의 것이 아니라 마치 화염방사기처럼, 한순간에 주변의 것을 다 태워버리고 홀연히 사라지는 불꽃 말이다. 1950년대 중반 로큰롤이 태동한 이래, 언제나 록은 '젊음'을 표현하는 예술양식 중 최고의 위치를 누려왔다. 젊음만이 표출할 수 있는 '순수함(반항, 또는 저항의 기치로 알려진)'의 징표로 흔히 알고 있는 록은, 그러나 사실은 허위에 가깝다. 나이 지긋한 아저씨들과 교활한 DJ들이 작당하여 발명해낸 로큰롤이란, 사실은 어린아이들을 혹하게 만들어 지갑을 꺼내게 만드는 고도의 상업적인 '제품'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모든 물건이 '상품'으로 진열될 수는 없는 법. 여기엔 당연히 '하자'가 있을 것이다. 펑크 록이란, 말하자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불량품'의 개념에 가깝다. 그것은 '지하실'의 음침한 음악이었다. 극소수의 청중만을 앞에 둔 채, 자신들의 울분과 적개심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음악 양식이 펑크인 것이다.

하지만 펑크 록이라는 양식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는 퍽 다르다. 그것은 바로 '다양성'의 문제인 것이다. 흔히 섹스 피스톨즈(Sex Pistols)클래쉬(The Clash)로 대표되는 '런던 펑크'가 펑크 록의 전부로 널리 인식되고 있는데, 이는 대단한 오해다. '단순?무식?과격'의 총합으로 알려진 펑크 록은,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다양하고 복잡한 정체성과 역사를 가지고 있다.

펑크 록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우선 벨벳 언더그라운드(The Velvet Underground)와 스투지스(The Stooges)라는 '거대한 뿌리'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벨벳 언더그라운드는 당시 유행하던 대중음악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실험'으로서의 록음악을 탄생시킨 위대한 업적이 있다(물론 후기로 갈수록 팝적인 엣센스가 넘치는 음악세계로 경도된 감이 짙어갔지만 말이다). 어떠한 상업적인 의도 없이 자신들이 하고싶은 음악만 고집하는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태도와 실험정신은, 뉴욕 언더그라운드 뮤직의 자랑스러운 전통의 시작이자 펑크 정신의 태동이었던 것이다. 또한 MC5와 더불어 디트로이트 록이 오늘날과 같은 원초적이고 야성적인 음악으로 자리매김 되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스투지스는 보컬리스트 이기 팝(Iggy Pop)이 보여주는 기상천외한 자학적 퍼포먼스, 그리고 단순하지만 격렬하고 시끄럽기 그지없는 사운드를 구사, 펑크 록의 정수를 일찌감치 제시한 바 있다.

그리하여 1970년대 초반, '뉴욕 펑크'의 작지만 의미 깊은 움직임이 태동한다. 컨트리와 블루그래스 뮤직 전문 클럽으로 문을 열었으나 장사가 안되어 부득불 록 클럽으로 업종을 전환한 CBGB's라는 곳에, 어설퍼 보이는 일군의 록 밴드들이 누추한 스테이지에 오르려 속속 도착했다. 레이먼즈(The Ramones), 패티 스미쓰(Patti Smith), 텔레비전(Television), 블론디(Blondie), 토킹 헤즈(Talking Heads), 수어사이드(Suicide) 등이 바로 그들. 뉴욕 펑크라는 무정형의 스타일이 확립되는 순간이다. 여기서 '무정형'이라 함은, 이들의 음악이 모두 '펑크'의 카테고리에 묶여있음에도 불구,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있는 펑크 록과는 차이가 나는 사운드를 다양하게 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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