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녹 : 월화흑포대협! 내가 모를줄 알았소? 난 멍청이니까? 그때
눈치 챘어야 됐는데, 분명히 낯이 익은 뒷태였는데, 날 알고 있는듯
했는데, 난 역시 눈치가 없어. 월화흑포대협이 당수였소? 더이상
속일 생각은 마시오, 내 다 알고 왔으니.
수근 : 오랜만이야, 꽃사슴.
이녹 : 역시 당수였구려, 그럼 그새 의적이 되신게요?
수근 : 그렇다고 해야겠지?
이녹 : 반갑소, 역시 대단해요 대단해!
.
.
이녹 : 이게 얼마만이요, 한잔 더 받으시오. 존경하오.
수근 : 꽃사슴의 그 마음을 받아들이지.
이녹 : 안녕 꽃사슴이라고 할때부터, 내가 그때부터 알아봤어야 되는데.
그냥 안경 꼭사시오 하는 바람에 내 깜빡 속았지 뭐요.
수근 : 그지, 완전 속았지? 그 순간에 그 말을 떠올린 내게 나도 좀 놀랬
대니까. 안녕 꽃사슴, 안경 꼭 사시오, 비슷하잖아.
이녹 : 역시 머리가 좋으시오.
길동 : 머리가 좋아?
이녹 : 근데 그때 같이 있었던 분들은 다 잘 계시오?
수근 : 그럼.
이녹 : 그때 인사도 제대로 못했네. 내 그땐 경황이 없어갖구 미처 그
생각을 못했소.
수근 : 그럼, 그땐 우리도 정신이 없었어. 길동이땜에...
길동 : 젠장...
이녹 : 길동이 죽은거 다 알고있소.
수근 : 아, 소문으로 들었지. 꽃사슴은 괜찮았어?
이녹 : 괜찮소, 산 사람은 살아야죠.
수근 : 다행이네 꽃사슴, 다 잊고 잘 사네. 요즘 뭐해? 아직도 약 팔어?
이녹 : 약은 주로 할아버지가 팔구 나는 용문에서 일하오.
수근 : 용문?
이녹 : 용문 공자가 나랑 디게 친해서 어쩌다보니까 거기서 일하게됐소.
수근 : 용문 공자라는게, 나보다 조금 잘생긴 그...
이녹 : 맞소, 그 잘생긴 공자.
수근 : 잘생긴 공자가 꽃사슴에게 아주 잘해주나 보네?
이녹 : 내가 영 눈치가 없는편은 아닌데, 공자가 날 좀 사모하는거 같소.
길동 : 또 요강 사줬나보네...
이녹 : 아까 낮에는 그냥 나를 덥석 껴안았소.
수근 : 그래서 꽃사슴은 어떤데?
이녹 : 나 말이오? 나는 그저... 뭐 그런걸 물으시오. 술이나 드시오.
수근 : 넘어갔구나, 꽃사슴... 꽃사슴 너무 많이 마시는거 아냐? 원래
꽃사슴은 옹달샘만 마시는건데.
이녹 : 내가 너무 반갑고 좋아서 그렇소.
수근 : 회포는 풀었으니 이제 그만 마시고 안녕해야지.
이녹 : 쫌만 더 있다 가시오, 이리 당수랑 있으니 꼭 옛날 같소. 옛날처럼
길동이도 같이 있는거 같소. 당수랑은 그냥 옛날 얘기 하듯이 길동이 얘기
할수 있어서 내가 참 좋소.
수근 : 잘 산다더니 아직도 길동이 생각을 하네.
이녹 : 길동이 생각하면 안되는데... 또 까먹어버렸네. 에이, 멍청이...
수근 : 길동이가 죽긴 했지만, 뭐 꼭 그렇게 다 잊어야되나? 가끔은
생각해주고 그래야지.
이녹 : 나는 길동이 생각하면 절대 안되오. 왜냐면... 그러면 내가 살수가
없소. 잠도 안오고, 밥도 안먹히고, 계속 눈물만 났소.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맨날 길동이가 보였소. 같이 가자고 암만 불러봐도 아무말도 없이 그냥 쉭
사라져버리고, 그러다 깨어보면 또 울고... 내 정말 살수가 없었소. 내가
살라고... 살라고 길동이 생각은 안하기로 마음 먹었소. 어쩌겠소, 길동이가
호랑이굴처럼 내가 같이 가줄수 있는데로 간것도 아닌데... 그러다보니,
또 하루하루 살아지고... 정말로 길동이 생각이 안나는 날도 있고, 내
그렇게 살았소. 근데 내가 너무 멍청해가지고... 가끔은 길동이 생각하면
안되는걸 까먹어 버리오. 그럴때는 내 여기가 너무 아파가지고... 내
살수가 없소... 여기두 멍청해져 버렸으면 좋겠소...
수근 : 난 더이상 못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