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은 텅 비어있다
내가 사랑하는 어떤 남자 나를 떠날..어떤 남자
그 나머지는 내 앞뒤의 일이든 내 전후의 일이든 나와 무관하다
나는 널 사랑해
[이게 다에요]중에서 마르크리트 뒤라스
첫 데이트 장소로 택한 놀이공원에서
솜사탕을 베어물며 여자가 말했다
'솜사탕은 사랑 같아'
남자가 그녀를 쳐다보며 물었다
'사랑이 달기만 할까?'
여자는 회전목마의 매표소로 걸어가며 말했다
'아니 허무해서..
솜사탕은 가득 베어물어도 입안에선 달콤한 즙 한방울로 남잖아
사랑이 시작할땐 모든 것이지만 지나고 나면 몇장의 사진이었어'
두 사람은 그런 대화를 나누다가 회전목마에 탔고
회전목마가 도는 동안 세상도 빙글빙글 돌았다
지루한 반복
성인에게는 더 찌릿한 롤러코스터가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여자는 회전목마에서 내리고 난 후에 이렇게 말했다
'나 어릴때 회전목마에타면 엄마는 출입구쪽에 서서 기다리셨거든
한바퀴 돌때마다 엄마가 기둥에 가려서
사라졌다가 나타났다가 했어
난 엄마가 사라질때 살짝 불안해졌어
갑자기 엄마가 없어지면 어떡하나 생각이 들었거든'
그녀가 솜사탕 막대를 휴지통에 버리고 말을 이었다
'근데 말이야 너도 언젠가 날 떠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
난 회전목마에 타면 항상 불안해져..
사랑이 시작할때도 불안하지.. 지금 우리처럼..
그래도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니까 그게 전부니까..
난 널 사랑해..'
남자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처음이었다
내 손을 꼭 잡아봐..느껴지니?
우리가 잡은게 바로 사랑이야
#사랑을 말하다_시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