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사랑하고 있는 걸까? 그래..기다리고 있으니까 그 사람, 그 사람은 결코 기다리지 않는다 때론 나는 기다리지 않는 그 사람의 역할을 해보고 싶어 다른 일때문에 바빠 늦게 도착하려고 애써 본다 그러나 이 내기에서 나는 항상 패자이다 무슨 일을 하든 나는 항상 시간이 있으며, 정확하며 일찍 도착하기조차 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숙명적인 정체는 기다리는 사람, 바로 그것이다 [사랑의 단상-롤랑 바르트] 처음에는 그가 여자를 기다렸다 여자는 약속없는 주말에 30분 늦게 약속장소에 나가 그의 이야기를 약간 지루하다는 듯 얼굴을 길게 늘어뜨리고 그의 얘기를 들어 주었다 그렇게 몇달이 흐르자 여자는 마음의 빗장을 슬쩍 내려 놓았다 그런데, 너무 많은 것이 한꺼번에 들어 왔다 그의 어린 시절 트라우마에서 미래의 막연한 불안까지. 모두 그녀의 앞마당에 멍석을 깔고 앉아 버렸다 사로잡혔다 그녀는 그를 24시간 동안 생각했다 오래 걸리지 않아 또 한번의 반전이 있었다 갑자기 그가 잠깐 시간을 달라고 했던 것이다 그녀는 생각했다 '이건 반칙인데..그가 나를 먼저 사랑했으니까 항상 그래야 하는건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지?' 그는 그녀에게 정리할 일이 있다고만 했다 그녀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어떤 결론을 낼진 알수 없었다 신호등이 푸른색으로 변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 난 지금 건너갈께, 너는 네 집쪽으로 가 내 뒷모습을 보지말고 먼저 가도록 해, 그게 덜 쓸쓸할꺼야 마음 속에 들어있는 것이 미움이든 원망이든 후회든 결국에는 사랑이었기 때문에 그녀는 기다려야 했다 그녀는 항상 여분의 배터리를 갖고 다녔다 샤워를 할 때도 전화기를 들고 욕실에 들어갔고 머리를 감을 때는 잠깐 샤워기를 끄고 전화벨이 울리는지 확인했다 그렇게 한달이 지났을 때, 서둘러 내리던 어둠이 뼛속까지 시리게 만들 때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는 은하수가 걸린 하늘 아래서 그녀에게 말했다 - 날 믿어줘서 고마워 아무것도 묻지않아줘서 정말 고마워 난 항상 니가 내곁에 있다고 생각했어, 니 맘을 알고 있거든. 너 이런 말 아니?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말은, 말 없는 말이래 말하지 않고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거 말이야 용서하지 못할 것이 있을까? 사랑 하는데. 사랑을 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