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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범이 남긴 편지.

정나영 |2008.02.17 22:29
조회 111 |추천 6

 

 

남대문-이라고 불리우던 숭례문은 

현재 서울에 남아 있는... 아니, 얼마 전 까지만 해도... 그랬었던 목재 건물 중 가장 오래된 건물이었다.

양녕대군이 쓴 현판을 내걸고 있던 위풍당당한 숭례문은

조선 전기의 건축을 대표하던 우리의 자랑스런 국보 1호다.

누군가... 손가락질 하며 마음껏 소리치면서 원통함을 표출할 수 있는 분출구가 필요했었는지도 모른다.

방화범... 그를 향한 내 분노는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커다란 것이었다.

하지만 시간을 돌이킬 수도 없는 지금... 이제와서 누군가를 탓해 보아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

결국엔 관리를 소흘히 했던 관계자나... 나라나... 그리고 항상 무심히 지나치기만 하더니

이제와서 뭐가 그리 잘났는지 억울하다고 언성을 높이는 우리... 그리고 나 자신이나.

오늘날 이 대 재앙의 책임은 결국 우리 모두에게 있는 것이다.

 

 

그러다 오늘  우연히... 방화범의 편지를 읽게 되었다.

현재는 이 편지의 진실성 여부를 두고 "신뢰성이 없다."라는 쪽으로 일축하려 하는 경향이 있으나,

"약자의 희생"이라는 동정론 역시 네티즌들 사이에서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있는 추세인 것 같다.

그의 마음 속에 들어갔다 나와보지 않았으니 진실성 여부에 대한 것은 내가 알 길이 없으나

그의 편지를 읽는 동안 꽤나 진실해 보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 전문

오직하면 이런 짓을 하겠는가

1. 나는 정부에 억울함을 수차례 진정하였으나 한번도 더러주지 안아다.

2. 행복하게 살고 있는 집 업어진 대지 4억시가 1억도 못대는 공탁을 걸고 강제로 철거하였다.

3. 철거 할 때 두번이나 재판을 받아는대 합이부 판사는 한번도 합이 부친 적 업이 일방적으로 회사편만 더러 판결하는 판사는 업어져야 한다. 판결하는 판사에 부모형제라면 회사 편을 들지 안을 것이다.

4. 나머지 땅 1m 박에 5m 높이 옹벽에 중지 같은 철근 30cm~40cm간격 -자로 너어 옹벽을 싸는대 건축업자는 부실공사 설개하는 박사도 부실공사라 하는대 시청은 정당하다 정부는 한번도 확인하지 안는다.

5. 철거 당한 후 약 2개월 있다가 창경궁에 놀여 같다. 불난 가까이 있다하여 아무 증거도 업는대도 방화범어로 몰아다.

6. 경찰은 혐이 업다 하엿는대 검사는 뒤모섭이 나와 같아 방화범이다 까스를 삿서면 그양 가지고 나오지를 못할 것이다. 금액 지불하는 사진을 보여 달아하여도 보여주지 않아다.

7. 판사님 과학수사를 하여 달아 하여도 해주지 안아다.

8. 변호사 하는 말이 법에서 방화범으로 몰면 하는 수 업서니 거짖 자백하고 나오는 것이 제일이다.

9. 변호사는 수차래 거짖 자백 건의하고 아들 사위가 함계와서 우리 소원이 한번만 저의 말을 더러 변호사 시키는 대로 거짖자백을 건의 하였다.

10. 변호사 하는 말이 판사 앞에서 말할 적에 아무 말 하지 말고, 가만이 있어라하여 가만이서 있어다.

11. 변호사 말슴이 판사가 판결을 낭독할때 안이다 하지 말고 가만이 있어라하여 가많이 서있는 죄박에 업다.

12. 정부나 법에서는 오른 말은 더러주지 안이하고 그짖말은 거러캐 잘더러 주는지 조사도 해 보지도 안이하고 변호사 말은 100%

13. 화재손샐액 500만원 변호사 하는 말 500원 공탁하였다 찾을 수 있오 잘하면 찾을 수 있다 하였는대 찾는 것은 고사하고 추가 1300만원 내라하니 정부는 약자는 죽이고 법알고 권세 있는 자는 국고을 낭비하고 죄는 조금이다.

14. 나는 억울하다 사회에서 약한 몸에 무거운 죄 양어깨 누러고 처한태 이혼당한 나. 자식들도 그짖 자백을 권유하고도 아버지 잘못. 세상이 싣어진다. 자식이라도 죄인이 안이라고 믿어 주어서면 좋겠다.

(*편지 원문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맞춤법 오기를 그대로 표현했습니다.)

출처 : 네이버 지식in

 

 

이 편지는 숭례문 방화사건 피의자 채모씨의 집에서 나온 편지로,

1년 전 그가 작성한 것이며 남대문 경찰서에서 공개했다.

현재 이 편지의 진실성 여부를 두고 한편에서는 정신병자 방화범의 말도 안돼는 이야기라며

허무맹랑한 거짓말로 일축해 버리고 있으나, 만에 하나 이것이 사실이라면... 채씨는,

여전히 약자에겐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는 사법제도에의한 우리 사회의 희생양인 것이다.

물론, 이 모든 내용이 사실이라 한들 그렇다 하여 그의 죄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어찌되었건... 나라의 소중한 재산을 쉬이 다루고 순간의 재로 날려버린 죄...

벌받아 마땅함에는 이의가 없다.

허나... 한편으로는 정말 오죽 했으면... 이라는 동정심이 이는 것이 사실이다.

아무리 소리치고 발버둥을 쳐도 그의 외침은 가진자의 권력 아래에서

제대로 된 숨소리 한번 밖으로 내보지 못하고 까마득하게 묻혀버렸다.

어쩌면 그는 아무도 들어주는 이 없는 세상을 향해 나약하고 작디 작은 자신의 이야기를

큰 소리로 외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헤맨 것일지도 모른다.

결국... 비열한 방화범은... 다름 아닌, 우리 국가가... 우리 사회가 키운 것이다.

 

 

 

 

채씨의 사정이 안타까운 것은 사실이나... 잿더미가 되어버린 숭례문을 보고 있자면

가슴 속 저 깊은 곳에서 부터 침통함이 뭉클하게 올라오는 것만은 어찌할 수가 없다.

우리에게 남겨 준 유산과... 그 혼을 지키지 못한 우리 모두의 죄...

지하에서 원통해 하실 조상님들에게 면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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