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의 노약자석]
지하철에서 가까운 법원, 검찰청으로는 가끔 지하철을 이용한다.
매표구에는 1회용 승차권을 사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일까?
표를 사려고 다가가면 필자를 경로대상으로 안 듯
하얀색 무임승차권을 던져주는 역무원이 있다.
히야 내가 벌써 이렇게 늙었나?
노약자석이 비어있으면 눈치를 보게 된다.
50대 후반이 되니 경로우대를 받는 노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젊은이도 아니고
슬금슬금 눈치를 보다가 자리에 앉아본다.
어이구, 허리가 시원하구나.
하지만 노약자석, 앉아있어도 좌불안석이다.
정거하는 역마다 노인이나 임산부, 장애인이 타서 노약자석으로 오지 않나 걱정이 되어...
언젠가는 제일 앞 칸의 노약자석에 앉게 되었는데
앞 못보는 사람이 찬송가를 울리면서 구걸을 해오다가 노약자석 앞에서 음악을 멈추고 섰다.
옆자리에 나보다 더 젊은 사람이 있었는데 눈을 감고 있어서...
일어서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고민(?)을 하고 있다가
다음 역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서야 안심....
출입문 앞에 서서 깔깔거리는 학생들의 싱싱한 젊은 대화에 기웃거리다가
옆자리나 건너편의 노인들을 바라본다.
눈을 감은 노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저들은 젊은 시절을 어떻게 보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직도 휴대폰 벨소리를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로 하고 있는 노인이
휴대폰 벨소리를 “전화왔어요.... 전화 받으세요....”로 하고 있는 노인과 함께 무료신문을 읽으면서 변호사 뱃지를 달고 있는 필자의 아래위를 슬금슬금 훔쳐본다.
“저 놈은 돈을 못 벌어서 지하철 타고 다니나?”
그런 눈치다....
나이가 들어도 스스로 몸을 가꾸고 건강하고 곱게 늙어야 괄시를 받지 않는다던가?
대부분의 노인들이 정갈하고 단정한 차림으로 다니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으니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끼치는 노인들도 있기는 있나 보다.
한번은 노약자석에 앉아있는데 할아버지 한 분이 올라와 옆 자리에 앉는다.
온 몸에서 냄새가 진동을 하고, 옷에는 무언가 잔뜩 묻어있어 참기가 어려웠다.
아직도 갈 길이 먼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면
노인네가 자신이 더러워 자리를 피한다고 할 것 같고
그냥 참고 가자니 고통스럽고....
같은 생각인지 주변의 승객들이 모두 얼굴을 찌푸리면서 눈을 감고 가는데...
아니나 다를까 법정에 들어가려니
경비원이 변호사님, 잠깐 쉬었다가 들어가시지요....
가끔 눈감고 계속 자고 가는 젊은 사람이 있기는 하여도
옛날과 달리 노약자석이 비어있는데도 그 앞에 서서가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면
아직 우리 사회에 도덕과 윤리가 살아있음을 보는 것 같아 기쁘다.
노약자석을 생각하다가 다시 한번 정신이 번쩍 든다.
내가 벌써 이렇게 되었나?
마음은 아직도 청춘인D....
경로우대를 받지 않아도 좋으니
더 건강하고 더 정갈스럽고
더 께끗하게 늙어가고 싶다....
(‘08. 2. 최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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