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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져 떨어지는 시계들의 파문

정원욱 |2008.02.18 14:17
조회 24 |추천 0

 

간단 리뷰!

방울져 떨어지는 시계들의 파문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신은주.홍순애 옮김 / 문학동네

나의 점수 : ★★★★ /5




나와 글의 성격이 맞는 작가들이 있다.

김훈, 김영하, 히라노 게이치로, 에드가 앨런 포, 프란츠 카프카.
물론 그렇다고 이들끼리 비슷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른 작가에 대한 얘기는 나중으로 미루기로 하고.

오늘은 히라노 게이치로.

1. 작가
언젠가 [일식]으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고,

 

문예와 무관한 대학전공 (동경대 법학부)
젊은 나이의 등단과 (아쿠타카와 상 -이 상 이름은 적응이 안되)
그 나이에도 불구하고 고풍을 주요 문체의 무기로 삼은 점,
그리고

공개된 사진에 보이는 '제임스 딘' 반항적 눈빛.

 


(뭐 요즘에는 아래와 같이 순한 눈빛으로 공개하고 있지만...)

 

 


어쨌든 모든 스타의 조건을 충족하고 있는 이 작가.
뭐 강연회도 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히라노 게이치로의 글은 어떨까.


일식 - 달 - 장송으로 이어지지 않는 내용의 유명한 3부작 이외에도
그의 글은 많다. 특히,

이 단편집 (단편집이다. 이 책)

에서는 그의 매력이 잘 나타나있다.




2. 겉보기
단편집이며 양장본이다. 9개의 단편이 실려있지만, 소설 분량은 아주 천차만별이다.
3~4 쪽의 소설이 있는가 하면 책의 1/3을 차지하는 소설도 있다.
주머니 사정이 안 좋고 나보다 지름신의 유혹을 덜 받는 이는
서점에서 짧은 소설 3편 정도는 읽으실 수 있다.
페이지를 넘겨보면 아주 극단적으로 차이가 나니까 금방 알 수 있다;


책의 제목을 가진 타이틀 소설 (...이라고 하자. 타이틀 곡이랑 뭐 비슷한 거 아냐?) 은
아주 짧다. 시간 있을 때, 서점에 서서 그냥 읽어도 전혀 두 다리에 지장이 없을 정도.
그러나 한 번 읽고 놓을 순 없을 것이다. 재밌어서가 아니라, 그 형식의 파괴 덕분이다.


움푹 팬 땅의 상(像)이
                                        물
                                            에 흔들린다


후반부가 이런 식이다. 사실 이런 문단 구조의 파괴는 이제 새롭지도 않다.
다른 리뷰에서 다룰 테지만, 이런 방면의 대표작은 [종이로 만든 사람들]이며,
우리나라 작가 중, 잘 알려진 작가로는 박민규 정도가 되겠다.
(사실 박민규는 잘라먹은 정도나 그 의미도 다르지만;;;)

이 난해한 문단의 곡예는 다행스럽게도 다른 작품에서 나타나진 않는다.




3. 들춰보기
단행본 단위로 살펴보기보다는 몇몇 소설에 대해 언급하겠다.

마지막에 실려있는 [최후의 변신]은 카프카와 연관되었고,
많은 현대적 의미를 품고 있어서 물론 좋은 작품이라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비평가들이 앞다투어 말씀하시므로 패스.
(딱 봐도 무슨 의미인지 알겠고, 잘 썼고 뭐...)

내가 인상적으로 읽었으며, 권하고 싶은 작품은

[갇힌 소년]

이다.
짧다. 읽어보면 금방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한 남자가 다른 남자를 죽이려는 듯, 길을 걷는다.
그를 따라가는 주변 묘사와 심리 변화의 문구들이
다른 남자를 찌르는 정점의 사건을 지나,

거꾸로 반복된다.

표현들을 그대로 되짚어 나가는 것은 이 제목과도 연관됨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그렇다고 형식만이 이 제목을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실례다.

남자가 처한 상황,
심리와 사건,
주변 묘사가 풍겨내는 분위기.

당신은 당신의 그림자와 갇힌 소년은 닮아 있다.




4. 총평
일식은 사실 고풍 정도가 아니라 현학적이다.
그가 중세에서 현대로 걸어나오는 과정, 그의 소설의 변화를
비평가들은 주목하고 회자한다.

무엇보다 그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는 그의 색깔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진은 부드러워졌지만.ㅎㅎㅎ



5. 한 줄 추천 (가난한 당신을 위한)
가벼운 소설만 주로 읽어온 당신; 서점가서 짧은 소설만 읽어보라. 맘에 들면 사고.
요즘 우울한 당신; 아, 이럴 때 읽으면 위험하다. 대체로 어두운 내면의 얘기니까.
소설을 많이 읽는 당신; 히라노 게이치로는 당신의 기대를 저버릴 지도 모르지만, 빌려볼만 할 거다.
다른 분야는 많이 읽지만, 소설은 읽지 않았던 당신; 조금 다른 분위기의 소설을 먼저 읽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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