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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앞에 얼씬거리지도 마라!

최영호 |2008.02.21 06:12
조회 79 |추천 1

 


              [내 눈앞에 얼씬거리지도 마라!]


 취업을 하면서 회사를 그만 둘 경우 몇 년 동안 회사와 같은 종류의 영업을 하지 않겠다거나 회사의 업무와 관련한 내용을 자신이 사용하거나 다른 회사에 제공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쓰는 경우가 많다.


 대치동에서 학원을 하는 원고는 학원강사로 일하다가 퇴직후 인근의 다른 학원으로 자리를 옮긴 사람들을 상대로 5천만원 또는 1억원의 위약금을 달라고 소송을 제기하였다.


 피고들이 원고의 학원을 그만둔 이후 1년 내에 반경 5㎞ 내에서는 강의행위 또는 피고들 명의의 학원설립을 하지 않기로 경업금지를 약정하고, 위반시에는 5천만원 또는 1억원의 위약금을 주기로 하였다는 것이다.


 법원은 경업금지약정은 경제적 약자인 근로자로부터 생계의 길을 빼앗고 그 생존을 위협할 우려가 있는 동시에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경쟁을 제한함으로써 부당한 독점을 발생시킬 우려 등이 따르므로 퇴직근로자에게 경업금지의무를 인정하려면 계약상의 특별한 근거가 필요하고, 그 특약의 체결에 관해 합리적인 사정이 없이 단순히 경쟁자를 배제하거나 억제할 목적이라면 다음과 같은 이유로 무효라고 선언하였다.


 근로자가 일하면서 얻은 지식과 경험들 중 당해 사용자만이 가진 특수한 지식은 사용자에게는 일종의 객관적인 재산이고 다른 사람에게 양도할 수 있는 가치가 있는 영업상의 비밀로서 영업활동의 자유와 함께 일정한 범위에서 근로자의 경업행위를 금지하는 특약을 체결하는 것은 충분히 합리성이 있다.


 그러나, 근로자가 다른 사용자에게 고용되어도 마찬가지로 습득할 수 있는 일반적인 지식과 경험은 근로자의 주관적인 재산을 이루는 것이므로 근로자가 퇴직 후 이를 활용하더라도 사용자의 영업활동에 아무런 지장이 없으므로 이를 금지하는 것은 단순한 경쟁제한에 불과하여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이다.


 경업금지의무는 근로자의 직업활동의 자유를 직접적으로 제약하는 강력한 의무이므로 근로자에게 편무적으로 부담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퇴직 후에 근로자는 스스로 경험과 지식을 활용해서 자유롭게 경업을 영위하는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으므로 이를 제한하려면 근로자가 그 제약으로 입는 손해를 전보하기에 충분한 반대급부(대가)를 요한다.


 피고들은 원고에 대해 원고의 영업이익과 관련된 영업비밀과 노하우를 누설하지 않겠다고 약정하였으나 피고들이 원고의 영업이익 등에 관련된 영업비밀을 취득하였다고 볼 자료도 전혀 없으며, 원고와 피고들 사이의 경업금지약정은 원고의 정당한 영업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피고들의 다른 학원에의 전직을 방지하여 원고의 영업이익의 독점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08.1. 10.선고, 2007가합86803 손해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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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본주의가 심화되고 근로자의 권리가 크게 신장하면서 근로계약의 의미도 근본적으로 달라져 사용자와 근로자는 종속과 복종의 관계가 아니라 협동과 상생의 관계로 변화하였다.


 사용자가 엄청난 노력을 들여 만든 회사에 입사하여 그 영업자산의 혜택을 받으면서 노동을 제공하여 회사의 영업에 기여하고 임금을 받는 근로자를 바라보는 사용자의 눈이 어떤가에 따라 경업금지를 약정하는 서약서는 다른 성질의 문서가 되는 것이다.


 너를 먹여살리는 동안 알게 된 영업상의 노하우를 다른 사람을 위해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일종의 족쇄를 채우고, 그만 두면 이제는 남남이니 내 눈 앞에서 얼씬 거리지도 말라는 잘못된 사고방식에서 나온 굴레를 만드는 것인가?


 아니면 회사가 오랫동안 이룩한 영업재산을 정당하게 보호하기 위한 것인가?


 위 판결과 같은 논리에 따라 최근 들어 근로자들이 퇴직후에 근무중 취득한 지식과 정보를 이용하여 자신과 같은 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제지해달라는 사업자들이 있지만, 부정경쟁방지과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에 따라 영업비밀을 누설하거나 이용한 경우가 아니면 민,형사적으로 이를 제지할 수 없어 사용자들은 허탈감을 느낀다.


 잘 키워놓았더니 배신을 당하였다고....

허지만 “잘 키워놓은 것”이 아니라 “잘 큰 것”인지도 모르니 한 번 살펴 볼 일이다.

(‘08. 2. 최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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