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라는 산을 넘어가다
문득 빵 한조각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먹음직스런 햄버거는 말고
그저 아무 잼이나 대충 발라놓은 마른 빵 한 조각이면 족하다
냉장고를 뒤져 묵은 치즈도 찾아내고
제법 예쁜 병에 담겨있는 쵸콜렛잼이 눈동자를 채워내며
사르르 군침이 돌기 시작한다
그러나 빵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는다
빵을 찾느라 허비하는 시간은 용납해주기로 한다
마지막으로 뒤져보는 냉동실 깊숙한 구석
꽁꽁 얼어있는 반쯤 남은 빵봉지..
아마도 내일 아침까지는 먹을 수 없을게다
잼과 치즈를 포기하는데 한숨보다 오랜 시간이 소비된다
쫓기다보면 하루는 밤을 향해 무섭게 치닫는다
어둠이 창문조차 알아볼 수없게 주위를 싸매어버릴 때
문득 콜라 한캔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말할 기력조차 없을만큼 몸의 에너지가 소비되어서
꿀꺽꿀꺽 넘어가는 그 느낌이 절실했나보다
며칠 전 사놓은 그것이 분명 남아있으리라고
스스로에게 상기시켜본다
두려운 예견처럼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는걸
금방 알게 되고서도
하루의 등산을 마감하고 자야할 상태라는걸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제 먹을 수 있는건 물뿐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