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의 20년 투쟁]
몇 년 전 법원단지가 있는 지하철 교대역 앞에 몇 달간 특이한 플래카드가 걸려있었다.
“XX그룹 K회장은 내 아들을 살려내라”, “왕따 당한 내 아들을 원상회복하라”
왜소하고 연약해 보이는 한 어머니가 1인 시위를 하면서 주장하는 슬로건....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1988년 대기업에 입사해 근무하던 아들은 근무 중 알게 된 비리를 그룹의 감사실에 제보하였다가 상급자나 동료들의 질시를 받아 승진에서 누락되고 명예퇴직 대상자로 선정되는 등 겨우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데....
그후 상급자 한 사람이 이 사나이가 PC와 회사비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라는 이 메일을 직원들에게 보내는 등 왕따를 당하게 되자 회장님까지 찾아가 하소연을 해보았지만...
회사측은 조사 끝에 이메일을 보낸 상급자를 대기발령 조치하고, 이 사람도 업무수행 거부 등을 이유로 징계해고하기에 이르렀다네....
화가 치민 이 사람은 이메일을 유포한 사람의 불법행위를 시정하여 줄 것을 호소하였으나 회사측은 오히려 이 사람이 이메일을 변조했다고 고소장을 제출하였고....
결국 위 이메일을 유포한 사람은 법정에서 이 사람이 이 메일을 변조한 것처럼 위증하다가 모해위증죄로 징역 6개월이 선고되고, 이 사람은 사문서위조 등으로 기소됐으나 무죄판결을 받게 된다.
이 사람은 회사측 사람들을 상대로 회사의 집단 따돌림 등으로 우울증에 걸렸다면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허위 고소한 데 대한 손해배상까지 청구하였고, 법원은 양 소송 모두 각 2천만원씩의 손해배상을 인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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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것도 아닌 사소한 일에
사람들은 가슴에 사는 즐거움을 줄 수도 있고, 비수를 꽂을 수도 있으며
아무 것도 아닌 사소한 일로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벽을 쌓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 간을 내주기도 한다.
“내 아들 살려내라”고 힘겹게 외치던 저 어머니에게는 그렇게 소중한 아들이지만
대기업이라는 커다란 조직에서 회사원 한 사람은 사소한 존재에 불과한 것일까?
인간관계라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무서운 것인지
사람구실, 사내노릇, 부모역할, 자식된 도리를 다하면서 살아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이름 석자 걸고 제 구실 하면서 얼굴에 먹칠하지 않고 살아가기가 얼마나 벅찬 것인지를
세상을 살아가면서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제야 조금씩 알게 되는 것 같다.....
이 소송 저 소송 다 이긴 저 사람
승소의 기쁨과 돈 4천만원으로 20여년의 아픈 세월을 바꿀 수 있을까?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08. 2. 최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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