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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 노래

노성래 |2008.02.25 19:14
조회 30 |추천 0

오후의 노래



박해옥


사는 일이 바둑판에 돌 놓는 것 같아
축인 줄 알면서도 돌 던지지 못하고
오만 군상 떠받들며 질리게 살았다

산 번지 골 깊은 두메로 들어
오동나무로 늙었으면,
말매미 긴 울음 울다 목쉰 오후
망초꽃 자지러지는 강둑에 서서
소나기 한 줄금 후련히 맞고 싶다

뱃가죽이 등에 붙도록 들일하고 돌아와
흙발인 채 살평상에 퍼져 앉아
산나물 들나물 겹겹 놓고 쌈을 싸서
얼굴 시커먼 남자와 눈흘겨가며 먹고 싶다

넙죽한 돌 하나 줏어다 댓돌로 놓고
고무신 네 짝 닦아 엎어 재우고
밤마다 날벌레와 선한싸움 벌이며
착하디착한 농부의 여자로
호박꽃처럼 곯아떨어져 잠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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