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쯤 전이었나.
한 시간 후에 만나기로 한 누군가를 기다리기 위해 서점을 찾았고,
그 곳에서 이 책 '연을 쫓는 아이'를 만났다.
밝은 빛을 등지고 어두운 어딘가를 훔쳐보는 아이의 뒷모습이 담긴
표지에 강한 호기심을 느꼈었고, 서점에 앉아 한시간 가량을
빨려들 듯 읽었으면서도 왜 사지 않았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돈이 만원도 없었나? -.-
이후 제목도 저자도 생각나지 않으면서도 이 책이 늘 읽고 싶었는데
얼마전 서점에 갔다가 이 책을 발견하고는 얼마나 반갑던지.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나는
목이 메이고 가슴이 벅차올라 무슨 말부터 써내려가야 할 지조차
잘 모르겠다.
이 책은
부유한 아프가니스탄인인 아미르와 그의 친구이자 하인인 핫산의
이야기로서 아미르의 성장소설의 형태를 띄고 있다.
그러나 사실 이 책은
아미르가 그토록 사랑받고 싶어했던 아버지 바바와 그의 절친한
친구이자 하인이었던 알리의 세대부터 내려와 핫산의 아들인
소랍의 세대까지 이어지는 사랑과 이해와 용서에 관한 이야기이다.
바바의 사랑 하나를 위해 모든 것에서 등을 돌리는 아미르의 모습은
비열하지 않고 안타까웠다.
어린 시절, 부모의 사랑과 칭찬이 모든 것에 우선하던 시절을
누구나 겪었으며, 그것을 얻기 위해 비록 어린 아이라 할지라도
얼마나 비열하고 잔인해질 수 있는지는, 다들 한번씩 겪어보지
않았던가.
너를 위해서 천 번이라도 그렇게 할게.
세대를 뛰어넘어 결국은 지켜지는 그 약속에
몇 번이나 목이 메이고 가슴이 벅차올랐다.
550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이 책이 이렇게 쉽게 읽힐 수 있는데는
여러가지 요인이 작용한다.
피폐한 전쟁폐허로만 인식했던 아프가니스탄도
부유하고 풍요롭고 아름다운 풍속과 경관을 가진 나라였음을
곳곳에서 발견하는 재미.
이후 전쟁을 겪으면서 미국으로 날아가 치열한 이민생활을
해내면서 겪게되는 안락함과 조국의 처참한 현실을 입체감있게
비교할 수 있는 재미.
너무나도 익숙해져버린 헐리우드의 기독교적 윤리도 우리나라의
유교적, 혹은 불교적 윤리도 아닌 그 옛날 가장 번성했을
시절부터 전해내려오는 이슬람 문화에서 배우는 세상을 바라보는
지혜를 깨닫는 재미.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쩌면 작가의 자전적 실화소설이 아닐까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현실감 넘치는 주인공의 내적갈등이 꼭 나의 그것과 너무나 닮아
가슴 한켠이 계속 따끔거리고, 결국은 용기 있게 대처해내는
주인공을 통해 나의 죄까지 씻어내리는 듯한 착각의 재미까지.
이 책은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소설이다.
이 세상 사람 모두가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란다.
PS :
이 책은 미국에선 '청소년이 읽을 만한 성인 도서'로 선정되고
우리나라에선 '올해의 청소년도서'로 선정되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수준이 더 높은가보다. -_-
쟝's 평점 : 




[책 속에서] ===============================================
결국 나는 도망쳤다.
나는 겁쟁이였기 때문에 도망쳤다. 아세프가 무서웠고 그가 내게
할 짓이 두려웠다. 상처를 받을 것이 두려웠다. 골목의 하산에게서 등을 돌리면서 나는 나 자신에게 그렇게 변명했다. 나는 나 자신에게 그렇게 믿게 만들었다. 사실 나는 비겁함을 열망했다. 또 다른
변명, 내가 도망치고 있는 진짜 이유는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아세프의 말이 옳다는 것이었다. 어쩌면 하산은 바바의 마음을 얻기 위해 내가 치러야만 하는 대가이자 내가 죽여야만 하는 양이었다. 그것이 공정한 대가였을까? 그 대답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의식
속에 떠올랐다. 그는 단지 하자라인에 불과했다. 그렇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