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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은 공인된 스파이(?)

신봉길 |2008.03.09 20:31
조회 83 |추천 0

 외교관은 외국에 공개적으로 파견된 스파이(spy)라는 말이있다.외교관의 임무중 첫째가는것이 정보수집이라는것이다.실제로 근대외교가 처음 시작된 15세기 이태리 도시국가에서 외교관의 임무는 주재국이 자기나라를 쳐들어오지않을까 즉 전쟁을 감시하는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였다는 이야기가 있다. 

 

 2차대전후 세계가 미국과 쏘련을 양축으로하는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으로 나누어 처절한 첩보전쟁 정보전쟁을 계속할때도 정보수집은 그야말로 해외공관들의 가장 중요한 임무였다고 할수있다.

 

 내가 주니어외교관으로 첫 해외근무를 뉴욕의 유엔대표부로 나갔을때인 1980년대초의 일이다. 유엔사무국 사무차장으로 근무하던 한 쏘련의 고위외교관이 미국으로 망명한 유명한 사건이 있었다.그가 후에 쓴 회고록을 보면 당시의 치열했던 첩보전쟁의 한 단면이 적나라하게 나온다.

 

 그는 수시로 뉴욕주재 쏘련유엔대표부로 가서 모스크바로부터 비밀지시를 받곤했는데 극비지시는 대표부내의 밀폐된 특수공간으로가서 지시사항을 암호장비에서 눈으로만 보고 암기하고 나왔다고 한다. 보안유출에 대비 문서를 프린트하는것도 금지되어 있었다고 한다.당시의 치열했던 첩보전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외교관의 기능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그렇지만 아직도 주재국에 대한 정보수집이 외교관의 가장 전통적이고 기본적인 업무임에는 틀림이 없다. 지금 이시간에도 각국의  외교관들은 자기가 주재하고 있는 나라의 정치정세를 포함 경제정세등 각종 보고서를 끊임없이 본부에 쏟아 붓고 있다. 그효용성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자.

 

 현대외교에서 외교관이 본부에 보고하는 대부분의 정보보고는 사실 거의가 공개된 출처에서 나온것이다.미국의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낸 제임스 울시는 언젠가 모든 정보의 95%는 공개된 출처에서 나머지 5%는 비밀출처에서 나온다고 말한일이 있다한다.

 

 외교관도 예외일수는 없다.정치정세나 경제정세등은 주재국정부의 공식발표, 언론보도  학술자료등의 공개된 자료를 기본으로 하며  공관의 평가와 판단을 거쳐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과 같이 각종 뉴스와 정보가 위성뉴스 인터넷 각종 언론매체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뜨는 시대에 해외공관의 정보보고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무용론이 제기되기도 한다.그런면이 없지않아 있다고 할수있다.

 

 그래서 내가 서울서 근무하던 2000년대초의 일인데 서울에 주재하던 한 서방국가의 대사는 자기들은 한국의 정치정세에 대해서는 본부에 별도로 보고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한국의 정세는 이미 한국에 주재하는 세계적 언론매체들이 다 보도하기때문에 공관이 별도로 보고할 필요도 없고 본부에서 요구하지도 않는다는것이다. 그래서 자기들은 공관활동을 자기나라 기업들의 한국진출을 지원하는것에 집중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교관들의 정세보고의 효용성이 없어졌다고 할수는 없다. 특히 공개되지 않은 정보들을 수집하고 나누어가지려는 외교관들의 치열한 활동은 계속된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아직도 분단되어있고 북한의 여러상황 북한핵문제들이 국가적 정보수집의 대상일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보통 정보수집과 교류는 오랜친구를 사귀는것과 같이 해야한다는 이야기가 있다.상대방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한꺼번에 정보를 뽑아내려고 서두르는것은  아마추어들이 쉽게 저지르는 실수다. 

 

 이과정에서 기본적으로 필요한것이 서로에 대한 신뢰다.또 정보란 일방적으로 한쪽으로만 흐를수는 없어서 주고 받는 과정인경우가 많다.이과정에서 외교관으로서의 상당한 경험과 노련미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내가 인근의 중요한 나라에서 중견외교관으로 근무하던 때의 이야기다. 당시 우리국내에서는 대만의 핵폐기물 처리문제가  큰 국가적이슈가 되고있었다. 나는 주재국에서 이문제를 담당하고 있던 정부관료와 어렵게 만나 저녁을 하고 있었다.분위기를 부드럽게하고 이야기를 편하게 나누기위해 반주를 곁들였는데 술이 좀 취해갈무렵 상대방으로부터 매우 중요한 이야기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나는 갑자기 긴장이 되었지만 겉으로는 낌새를 보이지 않았다. 잘못하면  상대방이 입을 닫아버릴수도 있었기때문이다. 내색을 하지않으면서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이야기를 계속해나갔다. 한편으론 상대방의 발언을 주의깊게 머릿속에 모두 기억해야했다.그앞에서 종이를 꺼내 메모하는것은 있을수없는 일이었다.

 

 저녁이 끝나고 상대방을 전송한뒤에 나는 불이나케 메모지를 꺼내 대화내용을 기록했다.술이 상당히 취해 있었지만 직후의 일이라 내용을 거의 그대로 살려낼수있었다. 중요한 정보였다. 이정보는 우리정부의 최고위급에게 까지 보고되었고 우리의 정책수립에도 크게 도움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외교관은 술을 마시고도 취하지않는 대가로 나라로부터 보수를 받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당시의 내가 처한 상황이 그러한것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때때로 정보수집과정에서 무리가 발생하는경우가 있다. 어느나라의 외교관이 주재국 정보기관에 약점이 잡혀 기밀유출요구에 시달리다가 자살한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스파이혐의로 서로 상대방 외교관들을 맞추방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10여년전에는 우리나라와 러시아사이에서도 서로 외교관을 4,5명씩이나 맞추방하는 험악한사태가 있었다. 당시 한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이러한 예들은 모두 외교관들끼리 정상적인 외교접촉과 정보수집 교환과정에서 일어난것은 아니라고 본다. 뭔가 무리가 있었을 것이다.또는 지나친 의욕과 서투른 행동들이 불러온 불상사일수도 있다.

 

 근래에는 우리나라에서 오래 근무했던 인근 중요국대사가 외교기밀누설등의 혐의로 조사를 받고있다는 보도가 있었던 적이 있다. 사실여부는 알수없지만 안타까운 일이다.외교라는 게임이 노련한 외교관들간에 정상적인 외교접촉과 정보교환을 통해 이루어져야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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