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글은 우리 과학정책에 대한 냉소가 담긴 글입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과학기술의 연구과정을 마치 강박사가 마징가 만들듯 생각하는 것 아닌지, 그리고 또 그런 국민의 입맛에 맞추어 정부는 전시행정에만 열을 올리고 있지 않는지, 오히려 과학기술의 토대로서 과학분과의 다양성의 활성화나 타 영역들 간의 학제적 연구는 늘 물건너가고 스타 과학자나 과학천재라는 환상만 조장하는 것 아닌지, 실제 과학자들이 과학정책에 관여를 하지 못하고 또 과학자들의 자율적인 터전은 없이 종교인과 인문학자들의 월권행위에 휘둘리는 것은 아닌지, 멀리 내다보는 여유는 없고 단지 단기적 성과에만 집착하며 과학을 기업과 정권에 희생양으로 삼고 있지는 않은지.. 이런 고민과 함께 읽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조롱섞인 말투지만 내용을 읽으시길 바라며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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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 씀
우주관광 쇼: 목줄 풀린 수캐
구소련이 국가계획 주도 하에 급성장시킨 과학, 공학 분야 중 하나가 로켓 및 우주기술이다. 과학기술이 국가의 선동 수단인 측면도 있었지만 소련이 진행한 방식은 우리나라 방식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단순한 애국 논리에 권력이 결합해 과학기술이 선동수단이 된 이 나라에서 과학기술 발전 덕에 경제 강국이 될 것이라는 꿈은 깨라고 말하고 싶다. 도대체 구 소련의 과학기술 정책과 우리의 현 과학기술 정책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러한 문제는 사실 중요한데, 나 같은 사람이 다룰 필요가 없다. 또 다뤄서도 안 된다. 그건 완전한 100% 시간낭비일 뿐이다.
아무튼 이번 초유의 우주관광 개쇼에 빵꾸가 하나 났다. 고씨에서 이씨로 우주인(?) 교체! 이를 두고 여러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그 중 정말 답답한 추측이 하나 있다. 러시아 측 보도에 따르면, 고씨가 두 번이나 규정을 어겼다고 한다. 특히 훈련 교재를 누출시킨 것이 고씨가 이씨로 교체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급하고 싶은 답답한 추측은 신문에 오르내리는 다음이다. 분명히 항우연이 국민을 우롱하기 위해 신문에 흘렷을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고 씨가 지난해 9월 자신의 짐을 한국에 부치면서 실수로 반출이 금지된 훈련 교재를 함께 보냈다가 반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주인 교체까지 고려할 정도로 중요한 교재라면 과연 짐에 묻어 훈련센터 밖으로 나갈 때까지 러시아 측에서 모를 수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그래, 기사처럼 그 교재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닐 수 있다고 하자. 그런데 당신이 러시아 우주연방청 고위 관리자라고 하자. 다음 전제를 받아들 일 때 당신이라면 어떻게 결정하겠는가?
전제: 러시아는 우주 기술 유출을 꺼려 엄격하게 처리해야 한다.
위 전제가 충족되기 위한 규칙은 어떤 것이어야 하나? 이 질문을 따져본다면, 고씨가 실수로 한국에 보냈다는 훈련 교재의 내용이 그리 중요하지 않는다고 할 지라도, 러시아 당국이 고씨에게 제제를 가하는 것은 당연하다. 자고로 규율이 엄격히 지켜져야 할 때에는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되거나, 바늘 도둑을 용서해줘, 소를 훔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러시아가 훈련 교재 누출을 몰랐다는 것, 그리고 이를 교재의 중요성 정도와 연관시켜 모종의 음모설을 조장하는 것은 정말 답답한 추측이다. 차라리 러시아 측이 알고 있으면서도 트집을 잡기 위해 모른 척 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 더 나은 추측이다.
미국이야 우리 정권이 똥꼬를 핥아줘도 중요한 로켓이나 우주 및 항공 기술을 넘겨준 적이 없다. 미국 비행기를 한국에 팔고, 조립이나 엔진 창정비 하청을 주는 경우에도, 비행에 결정적이자 최첨단 기술로 무장된 허드 쪽은 아예 건드리지도 못하게 한다. 그나마 우리가 첨단 우주 기술을 양도 받기 쉬운 쪽은 오히려 러시아이며, 러시아도 이를 잘 알고 있다. 따라서 향후 한국과의 우주 외교, 곧 한국으로부터 돈 빨아먹기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고 씨의 훈련 교재 누출을 모른 척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랬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교재의 중요성 정도를 가지고 고씨가 교체된 것에 의문을 던지는 것보다는 훨씬 덜 답답한 추측이라는 것이다. 자고로 규율이 엄격히 지켜져야 할 때에는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되거나, 바늘 도둑을 용서해줘, 소를 훔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하기 때문이다.
사실 답답한 추측이라기보다는 항우연이 책임 회피를 위해 국민을 속이려는 작전이라는 평가가 더 정확하다. 아마 답답한 추측, 혹은 항우연의 책임 회피 작전에 속은 네티즌들의 글들이 뜰 것이다. 소련 우주인보다 뛰어난 고씨를 질투해서 잘랐다거나, 장차 우주 경쟁에서 러시아를 위협할 한국을 사전에 제어하기 위해서 그랬다는 등, 이런 글들 말이다.
국민 혈세를 낭비하면서 우주관광 개쇼를 벌이더니, 정말 잘 됐다. 아싸~!![]()
우주관광 개쇼라고 하면, 항우연은 이러한 협력을 바탕으로 러시아로부터 우주 연구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식으로 대국민 선동을 했다. 그러면서 연일 나왔던 뉴스가 '우주 전쟁'이었다. 과연 우리가 그 전쟁에 동참해야 하는지에 대한 타당성 유무를 떠나서, 우주 관광 개쇼를 벌인다고 러시아가 널름 기술을 우리에게 넘겨주는 것은 절대 아니다. 정책과 홍보를 구분하지 못하는, 그래서 정책 안에 홍보가 있는 것이 아니라 홍보 속에 정책의 실효성조차 따져볼 수 없게 만드는 과학기술부, 곧 '과학기술 로또 사업부'와 정부의 위세를 올리려는 수단으로 과학기술이 작동하는 한, 한국 과학기술이 지속적으로 발달해 만인에게 이득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꿈은 깨야 한다. 그렇게 된 적이 없다. 이건 단순 과학사가 아니라 경제사 속에서 과학사를 조망해본 사람이라면 너무나 뻔한 사실이다.
그리고 고씨는 운이 좋은 줄 알아야 한다. 이번 우주관광 개쇼를 대표해 우주로 간다고 해서 남는 것은 '개쇼의 개'일 뿐인데, 그나마 목줄은 풀렸잖니. 이제 수캐에서 암캐로 바뀌었으니, 목줄은 암캐로 전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