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강진영(27)씨는 얼마 전 남자친구 생일에 시간 측정 장치가 달린 고가의 크로노그래프 시계를 선물했다. 남자친구 반응은 의외였다. 시계가 자동식이 아니라며 불만을 터뜨린 것.
남자친구가 시계 작동법까지 따지는 마니아라는 사실을 몰랐던 게 문제였다. 패션 감각은 물론, 마니아 취향에 따른 남성 시계 선택법을 살펴봤다.
# 아날로그·디지털·디지로그
패션족은 겉만 본다
깔끔한 정장을 즐겨 입는 김보경(33)씨는 최근 구입한 시계가 기분 전환에 다시없는 필수품이다. 은색 둥근 테두리에 단순한 모양의 시침과 분침, 검정 가죽 밴드로 장식된 시계다.
김씨는 “수트 패션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이 바로 클래식한 아날로그 시계"라고 강조했다. 요즘 시중에서 통하는 아날로그 시계는 대개 ‘외형만 아날로그’다. 시침·분침 등 외형만 아날로그일 뿐, 건전지로 작동하는 것.
외형으로만 그렇더라도 아날로그 시계는 늘 깔끔한 정장을 입어야 하는 직장인에게 잘 어울린다. 아날로그 시계를 택할 때에는 베젤(시계 테두리) 모양도 고려해야 한다. 사각형은 반듯한 이미지를, 원형은 사각형보다 부드러운 인상을 줄 수 있어 다소 캐주얼한 복장에도 어울린다.
최근엔 디지털·디지로그 시계도 외형에 따라 구분되는 분위기다. 디지털 시계는 어릴 적 만화 캐릭터가 새겨진 전자시계가 발전한 형태라고 보면 된다. 등산이나 산악자전거, 수영 등 활동적인 스포츠를 취미로 삼고 청바지를 주로 입는 남성들에게 인기다.
몇 해 전부터 디지털과 아날로그 시계의 외적 특징을 모두 갖춘 디지로그 시계까지 등장했다. 시계 멀티숍 갤러리어클락(galleryoclock.co.kr)의 김지선씨는 “디지로그 시계는 활동적이면서도 톡톡 튀는 개성을 중시하는 남성들이 주로 찾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패션 시계를 고를 때에는 베젤 등 겉모양 외에도 밴드 소재가 가죽인지, 메탈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가죽 밴드는 메탈보다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강하지만, 여름에 땀이 차면 냄새가 나고 쉽게 변색될 수 있다.
디지털 시계는 흰색 우레탄 밴드에 화려한 색상으로 포인트를 준 시계, 베젤에 원색을 입혀 캐주얼한 느낌을 강조한 시계 등 다양한 색상이나 소재로 경쾌한 느낌을 강조한 시계가 많다.
# 쿼츠·오토·오토쿼츠
마니아들은 시계 속을…
대기업 취업에 성공한 김홍민(28)씨는 대학 때 늘 손목에 차고 다녔던 싸구려 전자시계 대신 직장인 분위기가 물씬 나는 시계를 구입하기로 맘먹었다. 인터넷 포털 검색 사이트에 적당한 가격의 시계를 추천해 달라는 글을 올렸더니, ‘오토매틱’, ‘쿼츠’, ‘오토쿼츠’ 등 전문 용어가 포함된 장문의 댓글이 올라왔다.
브랜드나 디자인만 고려해 시계를 고르는 이들에게 시계 작동법을 가리키는 이 단어들은 생소할 수 있다. 하지만 마니아들 사이에선 시계 선택의 첫째 조건으로 꼽힌다.
오메가 정숙영 대리는 “패션 시계는 디자인이나 색상 등 외형을 강조하지만, 오메가와 롤렉스 등 정통 시계 브랜드들은 작동 방식이나 방수 등 기능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건전지가 필요 없는 오토매틱 시계는 손목 움직임에 따라 무게 추가 회전해 중앙 태엽이 감겼다가, 이 힘에 의해 시침과 분침이 움직인다. 좁은 공간에서 지렛대와 톱니바퀴, 태엽과 용수철 등 작은 부품들이 기계적 에너지를 주고받기 때문에 손목 움직임과 외부 충격에 민감하다. 하루 1∼2초 정도 오차가 난다.
하루가 86400초이니 오차율은 0.0011% 정도. 마니아들은 이 정도의 오차에 불만을 드러내면서도, 최고 품질의 시계라는 자부심에 오토매틱 시계를 찾는다.
원래 오토매틱 시계는 용두를 감아 ‘밥’을 주는 매뉴얼 시계와 함께 기계식 시계로 구분됐지만, 최근엔 대부분 브랜드가 오토매틱 시계 생산에 열을 올려 ‘기계식=오토매틱’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외형을 강조한 패션 시계 대부분은 쿼츠 시계다. 쿼츠는 핵심 부품인 수정(쿼츠)에서 따온 말. 건전지의 전압을 받은 수정은 1초에 32768㎐씩 규칙적으로 진동하는데, 이를 조절해 초침과 분침 등을 움직인다. 일주일에 1∼2초의 오차에 그쳐 고가인 오토매틱 시계보다 정확하다.
오토쿼츠 시계는 오토매틱과 쿼츠 방식 모두를 채용했다. 오토매틱 시계처럼 무게 추의 회전으로 힘을 만들어 낸다. 원동기를 통과한 이 힘은 전기력으로 바뀐 뒤 분침·초침을 움직인다. 건전지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쿼츠 시계처럼 오차가 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