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책소개 ; 중국 근대의 풍경

이양자 |2008.04.03 00:34
조회 67 |추천 0

 

                    서구 열등감에 빠진 중국의 반작용

 

                              중국 근대의 풍경


                        문정진 외 지음|그린비|536쪽|3만5000원

 


 

1881년 서양 언론매체에 비친 중국인의 모습.누런얼굴,째진 눈, 뻐드렁니로 '요괴' 같은 느낌을 준다 / 그린비 제공

여성들의 상반신 사진이 걸려있는 전시장. 폭넓은 소매와 게다를 신은 남자들이 사진을 가리키며 한 표씩 던지고 있다. 여성들이 보내온 사진에 대해 남성 관람자들이 던진 표 숫자에 따라 순위를 정했다. 1891년 8월 '점석재화보'(點石齋畵報·이하 '화보')에 소개한 '일본 미인대회' 그림과 기사다. '화보'는 그 2년 뒤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 미인대회 소식도 전했다. 전통 윤리에 묶여있던 당대인들에게 '별의별 기괴한 대회 가운데에서도 그 정도가 가장 심한 것'이었을 법하다.

1884년 상하이 조계(租界)에서 창간된 그림신문 '화보'는 근대를 막 경험하기 시작한 중국인들의 변화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다. '화보' 발행인은 영국인 어니스트 메이저(Major)로 일간지 '신보' 발행인을 겸했다. 민정기 인하대 교수 등 중문학 연구자 8명은 이 '화보'를 실마리삼아 중국의 변화를 스케치한다. 근대적 도시 상하이의 탄생, 옛것과 새것이 뒤섞인 법률 문화, 서구식 교육의 발전, 여성의 지위, 공연·오락문화, 조계의 이방인 등 주제는 각각이다.

1893년 9월 '화보'는 '며느리를 학대하는 사나운 시어머니'란 제목의 그림기사를 실었다. '연관'(煙館·아편굴)을 운영하는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손님의 '시중'을 들게 했으나 며느리가 이를 거부하자 학대했다는 것이다. 학대의 내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시어머니는 하인을 시켜 며느리를 옴짝달싹 못하게 붙잡고 그 머리에 뜨거운 물을 부었다.

 

1884년 12월 '화보'에 실린 '솥에 끓여 고기 한 점 맛보다'그림은 한 술 더 뜬다. 첩이 도망가려는 계획을 눈치챈 남자가 첩의 팔뚝에서 살을 저며낸다. 피를 뚝뚝 흘리고 있는 첩이 보는 앞에서 그 살을 냄비에 요리해 먹고 있는 해괴한 장면이다. 반면 1898년 1월엔 상하이에서 각국 여성들이 모여 여학교 건립을 논의하기 위한 여성대회를 열고 있다고 보도했다.

19세기 후반 상하이 조계지역엔 교통사고가 빈발했다. 마차와 인력거, 외발수레가 넘쳐났기 때문이다. '최근 상하이에 마차가 너무 많아져 길에서 일어난 사고도 자주 신문지상에 등장한다. 경찰서에서 세금 수취에 연연한 나머지 영업허가증을 제한없이 발행하여 일어난 일임을 지적하는 보도 또한 여러 차례 있어왔다.

 

'고삐 풀린 마차'란 제목으로 1884년 12월에 실린 '화보' 기사다. 마차가 와이탄을 지나다가 갑자기 고삐가 풀려 가로수를 들이받아 마차가 두 동강이 난 사고를 보도한 것이다. '화보'는 마차가 길거리 행인을 들이받거나 인력거와 외발수레와 충돌하는 사건도 자주 보도하고 있다. 근대의 상징인 도로가 사람을 잡아먹는 흉기로 둔갑한 셈이다.

'화보'는 1887년 4월 변발 차림의 죄수들이 테니스장에서 쓰일 듯한 커다란 롤러를 끌고 땅을 고르는 장면을 보여준다. 조계의 길거리가 넓고 평탄하다고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땀투성이에 진흙발로 긴 사슬을 매고 무거운 돌로 만든 롤러를 끄는 사람들을 보지 못했는가. 그들 중 서양인이 한둘이라도 있었던가. 서구인이 지배하던 조계에서 범죄자에게 노역을 시키는 제도는 중국인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상하이 시장의 항의로 이 제도를 폐지하게 된다.

철도 개설을 둘러싼 보도도 자주 나온다. 사람들은 철로를 놓기 위해 땅을 파헤치다가 풍수를 파괴할지 모른다는 걱정이 컸다. 1897년 6월 '화보'는 베이징 근처에 기차역을 짓기위해 땅을 파헤치다가 동굴에서 커다란 뱀 세마리가 튀어나왔다는 소식을 전한다. 이곳은 원래 아홉 마리 뱀이 살고 있다는 뜻에서 구룡산이라고 불렀는데, 세 마리가 하늘로 날아가 풍수가 파괴됐으니 걱정스럽다는 해설 기사와 함께였다. 기차와 전신주에 반대하는 일반인들의 반발이 꽤 뿌리깊었던 사실을 알 수 있다. 구한 말 우리도 역시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이 책은 체계적인 연구서라기 보다는 제목 그대로 중국 근대의 풍경을 각기 다른 각도에서 다양하게 접근하고 있다. 앞서 출간된'일본 근대의 풍경'과 함께 현재 우리의 삶을 가능케한 근대의 기원이 무엇인지 탐색하는 기획이다. 그림 위주로 책장을 넘기다 관심있는 대목만 읽어도 그만이다.
 

김기철 기자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