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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산, 그리고 아리조나

윤화숙 |2008.04.06 22:22
조회 330 |추천 1


 

  서부영화의 대표적 걸작은 1957년에 나온 Gunfight at the O.K. Corral(오케이목장의 결투)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Your love your love / 당신의 사랑, 당신의 사랑 

i need / 난 필요해요 

your love / 당신의 사랑이 

Keep the flame let it burn / 불꽃이 타게 지켜줘요 

until i return / 내가 돌아올 때까지 

from the gunfight at ok corral / 오케이목장의 결투가 끝나고 

if the lord is my friend / 하느님이 내 편에 서 계신다면 

we'll meet at the end / 우린 만나게 될 거예요 

Of the gunfight at ok corral / 오케이목장의 결투가 끝나고 나서 

 

  보안관 와이어트 어프(Wyatt Earp)가 사랑하는 여자를 두고 악당들과 싸우러 가야하는 상황을 노래한 위 주제곡과 함께, 서부영화사에 영원히 기록될 이 영화는 조그만 광산촌인 툼스톤(Tombstone)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을 소재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 총격전은 워낙 유명한 사건이어서 이 “오케이목장의 결투” 외에도 1946년에는 "My Darling Clementine"으로, 1993년에는 "Tombstone"으로, 또 1994년에는 "Wyatt Earp"라는 제목으로 영화화 되었

다.


투산(Tucson)의 남동쪽 교외에 위치한 툼스톤은 1879년에 은광촌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곳으로 영화에 등장하는 Wyatt Earp이나 Doc Holliday라는 인물들이 실제로 활동했던 곳이다. 1877년, Edward Schieffelin이라는 사람이 은 광맥 찾고 있을 때, 그 일을 돕고 있던 군인들이 “그곳에서 Edward가 찾을 수 있는 건 은광석이 아니라, 자신의 묘비로 쓸 수 있는 ‘tombstone’ 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짓궂은 농담을 했다. 나중에 은 광맥을 찾아낸 Edward는 그 때 군인들이 농담한 것을 기억해 내고 그 곳을 ‘Tombstone’이라 부르기로 한 데서 그 지명이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미국 국립 사적지(Registered National Historic Landmark)로 등록되어 있는 툼스톤은 원래, 100여 명 안팎의 사람들이 살던 한적한 곳이었으나 1880년대 초반에 은광이 발견됨과 함께, 인구가  급증해서 1890년대에는 인구 15,000 명의 작은 광산 도시가 형성되었으며 도박장, 살롱, 홍등가 등으로 서부영화의 전형적인 배경을 형성했다. 그러나 지금은 도로, ‘죽기에는 너무 거친 마을(Town too tough to die)로 돌아가서 겨우 1,000여 명의 주민이 관광업에 종사하며 살고 있을 뿐이다.


  툼스톤에 가면 두 마리의 말이 끄는 역마차(Stagecoaches)를 타고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면서 박물관, 교수형이 집행되었던 재판소와 사형장, ‘Crystal Palace Saloon’과 같은 당시의 유흥시설인 ‘Bird Cage Theater’, 1880년대와 1900년대 초의 건물들로 들어찬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다. 또, 매일 오후 두 시 경에는 ‘오케이 목장의 결투’에 등장하는 보안관 Wyatt Earp과 Doc Holliday가 악당들과 총격전을 했던 바로 그 O. K. Corral(목장이 아니고 일종의 말 우리)에서 거리의 배우들에 의해, 당시의 총격전이 재연되고 있다.


  그러나 영화 “오케이목장의 결투”는 실제 역사의 현장인 툼스톤에서 촬영된 것이 아니고, 일명 ‘사막의 할리우드‘로 불리는 투산 서부 교외의 ‘올드 투산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하였다고 한다. 이 세트장은 1939년, 윌리엄 홀든 주연의 ‘애리조나‘라는 영화를 촬영하면서, 1860년대의 투산을 재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그후, 버트 랭커스터와 커크 더글러스 주연의 ‘OK목장의 결투‘(1957년), 제임스 스튜어트 주연의 ‘윈체스터73‘, 시드니 포이티어의 ‘들백합‘(1962년),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조 키드‘(1971년), 존 웨인의 ‘리오 브라보‘(1959년)와 ‘매클린톡‘(1963년) 등, 셀 수 없이 많은 서부영화들이 제작되면서 그 규모가 커졌고, 지금은 영화 스튜디오는 물론, 테마파크의 기능까지 갖추어 투산의 주요 관광명소로 등장했다. 거리와 건물들을 둘러보는 일반 가이드 투어는 대략 30~40분이 소요되는데, 경내에는 투산 최초의 학교건물이기도 한 School House도 잘 보존되어 있다. 그 안으로 들어가 보면, 당시 학생들이 사용하던 목재의 빈약한 책걸상과 조그만 흑판도 볼 수 있다. 또 30분 간격으로 스튜디오 밖으로 한바퀴씩 도는 작은 궤도열차를 타보는 것도 재미있다. 거리에는 수시로 와일드한 서부활극이 재연되어 보는 재미를 더해 준다. 달리는 마차에 뛰어오르고 총을 쏘고 죽고 다치고 하는 등의 장면이 거듭돼 스릴과 박진감이 넘친다. 또 막간에 들려오는 카우보이들의 컨트리 송도 퍽 이채롭다.


  미국에서 가장 건조한 애리조나 주는 연평균 기온이 22도가 넘는다. 비는 7월과 8월에만 약간 내리고, 겨울에는 비 오는 날이 거의 없다. 그래서 천식환자들의 휴양지로 유명해 졋다. 사막의 군데군데에는 거대한 선인장 ‘사와로(Saguaro)’가 우뚝 서 있어서 아주 인상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와일드 웨스트 Wild West’라는 상징적인 단어와 함께, 아파치 인디언 영웅, 제로니모(Geronimo)와 황야의 무법자, 빌리 더 키드(Billy the Kid)의 역사가 배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서부 개척 시대에 백인들의 세력이 커지면서 애리조나 주와 뉴멕시코 주, 오클라호마 주에 걸쳐 살던 아파치족은 가장 황량한 애리조나 주로 밀리어 쫓겨 오게 된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애리조나 주를 ‘아파치의 주(Apache States)’로 불리게 된다. 그러나 애리조나 주에서 구리 광산이 발견되면서 백인들은 애리조나 주에 인디언 보호구역을 정하고 아파치족을 다시 그리로 쫓아내면서 ‘구리의 주(Copper States)’라고 불리게 된다. 이에 분노한 아파치족은 제로니모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투쟁에 나서게 되고, 무려 5년이나 계속된 이 전쟁에서 아파치족은 거의 씨를 말리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지금의 유명한 관광지, ‘아파치 트레일(Apache Trail)’은 바로 그들에게 마지막으로 남겨진 영토인 것이다. 지금도 미국 공수부대원들은 공중 낙하할 때 “제로니모!”라고 외치며 그의 용맹을 기리고 있다.


  한편, 빌리 더 키드는 카우보이 시대를 자랑스러워하는 미국인들에게 하나의 전설로 남은 인물이다. 뉴욕 출신인 빌리는 어머니를 욕보이려는 사내를 죽이고 멕시코 접경지대인 애리조나 주로 도망쳐왔는데, 초기에는 목장 간의 세력 다툼에서 뛰어난 총잡이 카우보이로 이름을 드날렸으나, 나중에는 강도와 도둑질로 무법자의 길을 걷게 되고, 결국, 보안관, 갤럿에게 사살되기까지, 무려 21 명이나 죽인 희대의 악당으로 남게 되었다. 그러나 카우보이 시대를 추억하고 싶어 하는 미국인들은 각종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어느 사이, 그를 카우보이의 영웅이자 시대의 풍운아로 인식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밖에도 애리조나 주에는 정치· 경제· 산업의 중심 도시인 피닉스, 지구에서 자기장이 가장 센 지역으로, 전 세계의 기(氣) 수련자들의 몰려드는 세도나, 미국의 서부 개척 시대를 상징하는 전설적인 대륙 횡단 도로, ‘루트 66’이 지나가는 플래그스태프 Flagstaff, 그리고 제2의 베벌리힐스로 불리며 미국 상류층이 모여들고 있는 스코츠데일 Scottsdale 등의 도시들이 있다. 지리적으로 네 도시의 한가운데 자리한 작은 시골 도시, 스코츠데일은 보수적인 상류층 미국인들에 의해 뒤늦게 개척된 일종의 소비도시이다. 관광· 경제· 산업 도시를 지향하는 다른 도시들이 메트로폴리탄 화되어가는 것과는 달리, 사람이 살기 좋은 최적의 조건을 갖춘 이 도시는 바렛 레이크 Barrett Lake, 루스벨트 레이크 Roosevelt Lake, 캐니언 레이크 Canyon Lake, 사와로 레이크 Saguaro Lake 등의 호수들이 산재해 있어 경치가 매우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풍요로움과 소박함이 공존하는 로하스의 삶을 추구하는 도시인들의 별장지가 되었다.

 

 

추천수1
반대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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