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 드라마, 미스터리 / 136 분 / 감독: 데이빗 린치
(★★★★☆)
2001년 제54회 칸영화제 감독상
2001년 제66회 뉴욕 비평가 협회상 작품상
2001년 제14회 시카고 비평가 협회상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2001년 제27회 LA 비평가 협회상 감독상
2002년 제27회 세자르영화제 외국어영화상
2002년 제36회 전미 비평가 협회상 작품상, 여우주연상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인간 내면에 잠재한 광기를 몽환적인 수법으로 풀어놓는 '린치' 특유의 색채가 돋보이는 영화로 그의 영화에 대해서는 '매도'나 다름없는 극단적인 폄하와 `숭배'에 가까운 지지가 엇갈리는 것이 보통이지만 올해 칸 영화제 심사위원들은 최우수감독상을 안겨주는 데 이견이 없었다.
영화의 얼개와 분위기는 1997년 국내에 상륙한 '린치' 감독의 '로스트 하이웨이'와 상당히 닮았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꿈과 현실의 양면이 뒤집힌 채 하나의 고리로 연결돼 있는 것이라든지 두 여주인공이 후반부에 갑자기 역할을 바꾸는 것 등은 속편 같은 느낌마저 준다.
애매하고 기이한 전개, 섬뜩하면서도 우스꽝스런 권총 살인장면, 대담한 생략과 비약 등도 '블루 벨벳'이나 '트윈 픽스' 등에서 익히 보여주던 린치의 전매특허형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한 자동차가 한밤중에 LA 교외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질주하는 것으로시작된다. 차가 한적한 곳에 이르자 앞좌석의 남자는 검은 원피스의 여인'로라 엘레나 해링'에게 권총을 들이대며 내릴 것을 명령한다. 그 순간 폭주족의 자동차가 빠른 속도로 충돌하고 구겨진 차 안에서 몸을 빼낸 여인은 불빛을 향해 비틀거리며 산길을 내려와 빈집에 몸을 숨긴다.
스크린 스타를 꿈꾸는 '베티(나오미 왓츠)'는 할리우드에 사는 숙모가 촬영차 캐나다로 떠난 틈에 집을 봐주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가 자동차 사고로 이름조차 기억 못하는 '리타'를 발견하고 그를 돕기로 마음먹는다. '리타'가 카페 윙키스의 여종업원 명찰에서 '다이안'이라는 이름을 발견하고 놀라자 '베티'는 단서를 포착하고 전화번호부에서 '다이안'이라는 이름을 뒤진 뒤 그의 집을 찾아나선다.
한편 젊은 감독 '아담 케셔'는 신작영화에 '카밀라 로즈'라는 생소한 이름의 여배우를 주연으로 캐스팅하라는 압력을 받는다. 아담은 이를 뿌리치지만 도저히 빠져나갈수 없음을 깨닫는다.
관객들이 혼란을 느끼는 것은 이때부터 이다. '리타'는 잘나가는 여배우 '카밀라'로 변신하고 '베티'는 '카밀라'의 동성 연인 '다이안'으로 둔갑한다. 그러나 '아담'에게 캐스팅된 '카밀라 로즈'는 '리타'와는 다른 인물로 꿈에서 본 '윙키스'를 찾아온 댄이 카페 모퉁이에서 괴물과 마주친 뒤 숨지는 장면도 앞뒤 줄거리와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
'뭐가 뭔지 헷갈린다'는 느낌을 받는 관객들도 머리를 쥐어뜯으며 애써 끊어진 이음새를 맞출 필요는 없다. "린치의 영화는 해석돼야 할 것이 아니라 경험돼야 할 대상"이라는 영국 평론가 '폴 테일러'의 말에서 위안을 찾으면 된다. '린치' 감독도 "지성이 아닌 직감에서 받아들일 것"을 주문하고 있다.
'컬트영화의 제왕'이라는 칭호는 호사가들이 괜히 붙여준 것이 아니라 열혈 마니아들의 뜨거운 지지로 생겨난 것이다. 호기심에서 '린치'의 영화를 되풀이해 보다보면 자연스럽게 믿음을 갖게 돼 신도가 되게 마련이다.